[이상호의 경제서평] 기업전략의 중심은 마케팅


■ 넥스트 이코노미
(엘리엇 에텐버그 지음/이수정 옮김/청림출판 펴냄)

인터넷과 테크놀로지, 정보를 무기로 언제까지나 번창할 것 같았던 신경제가 몰락하고 있다. 한때 우후죽순처럼 생겨났던 닷컴(.com) 기업들은 이제 그 모습을 찾아보기 힘들게 됐다. 구경제와 신경제의 엄청난 경제 성장을 주도했던 베이비 부머들이 점점 나이가 들고, 사람들은 자신들의 삶에 가치를 부여하는데 실패한 테크놀로지에 지출을 줄이려 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게 저자의 설명이다.

그렇다면 앞으로는 어떤 시대가 될 것인가. 저자는 ‘넥스트 이코노미’라고 주장한다. 신경제는 구경제와 넥스트 이코노미 사이를 잇는 다리에 지나지 않는다. 구경제와 넥스트 이코노미의 수명은 10년을 주기로 측정되는 반면 신경제는 불과 몇 개월 단위로 지속되었다는 것이 저자의 분석이다.

넥스트 이코노미란 무엇인가. 구경제는 상품과 서비스에 기반을 둔 경제였다. 성공의 척도는 시장 점유율이었으며, 기업 경영의 초점은 규모와 능률이었다. 모든 것은 시장의 수요를 만족시키기 위한 제조업과 기업 성장을 유지할 수 있는 자금 확보를 위한 금융 중심으로 구축됐다.

신경제는 정보를 기반으로 했다. 성공의 척도는 시장이나 웹 사이트를 방문하는 ‘시간’이었으며, 모든 채널을 동원해 가능한 한 최소한의 비용으로 제품을 생산하기 위한 유통과 능률, 생산성, 테크놀로지가 기업 경영의 핵심이었다. 비즈니스는 급격하게 증가한 소비자 수요를 만족시키고 새롭게 등장한 인터넷이라는 혁신적인 테크놀로지를 활용한다는 목적 하에 운영되었다.

넥스트 이코노미는 지식에 기반을 둔 경제다. 경제 권력은 판매자에서 구매자, 즉 소비자로 이동할 것이다. 성공의 척도는 단순한 매출이 아닌 이윤과 지갑 점유율이 될 것이며, 모든 것은 브랜드와 고객 사이의 지속적인 관계를 구축하기 위한 마케팅 중심이 될 것이다.

기업은 구경제의 상품과 서비스를 신경제의 정보 테크놀로지와 결합시켜 그 결합력을 고객을 위해 사용해야 한다. 지식이란 시장에서 고객을 만족시키기 위해 유용한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지식 뿐 아니라 고객의 우선 순위, 욕구, 관심사 등에 대한 지식을 의미한다. 고객 관계에 가치를 더하는 방향으로 기업을 조직하는 것이 경영의 우선 순위가 될 것이다.

저자는 이 같은 넥스트 이코노미가 2006년 무렵부터 시작되어 2020년까지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넥스트 이코노미에 대한 저자의 정의에서 알 수 있듯, 이 책은 마케팅에 관한 것이다. 마케팅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경제성장을 유지하는데 이용할 수 있는 도구들 중에서 마케팅은 가장 중요하며 잠재적으로 가장 강력하다는 것이 저자의 입장이다.

하지만 현재 가장 효과가 없다. 신경제는 모든 것을 변화시키고, 재창조했지만 마케팅만 예외였기 때문이다. 마케팅은 점차 기력이 쇠잔해져 점차 고객의 구매 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능력을 상실하고 있다. 가장 큰 이유는 마케팅이 필요 없었기 때문이다. 엄청난 소비 붐의 시대에서 기업들의 관심은 ‘무조건 빨리 만들어내기만 해라. 그러면 누군가가 사갈 것이다’였다.

하지만 이제는 시대가 변했다. 경제의 3분의 2가 소비자 지출에 의존하고 있는 상황에서 소비 지출이 대폭적으로 둔화하면 기업은 최고 고객의 충성도를 확보하는 것이 최대의 목표가 될 것이다.

고객의 충성도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최고 고객의 가치에 부응하는 브랜딩 전략을 수립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데 그것이 바로 마케팅이라는 것이다. 그 동안 거의 무시되어왔던 마케팅이 기업 전략의 중심이 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마케팅에 관한 새로운 인식 및 전략, 도구가 필요하다. 구체적으로 보면 고객들의 욕구를 정확히 파악하기 위해 욕구 세분화 작업이 있어야 한다. 모든 고객을 똑같이 대해서는 안되고, 숫자가 더 적고 우량한 고객을 목표 고객으로 삼는 ‘퀀타일 관리’가 요구된다.

또 기존의 수직 마케팅이 아닌 수평적 개념인 ‘코마케팅’의 중요성을 알아야 한다. 이와 함께 소비자와 고객은 같은 개념이 아니다. 소비자 위주의 마케팅은 제품의 판매량에만 신경을 쓰지만, 고객 위주 마케팅은 고객과의 관계의 질에 초점을 맞춘다는 것 등이다.

이 책의 목적은 마케팅을 재창조하는 것이다. 경영 전략서이지 학술 서적은 아니다. 그런 의미에서 제목은 다소 과장되어 있는 셈이다. 저자는 뉴욕 세계 고객 전략연구소의 회장이다.

이상호의 경제서평

입력시간 2003/02/26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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