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안과 밖] 네덜란드로 간 태극의 아들

박지성·송종국 성공데뷔, 리더십과 올바른 '따름'의 결과

박지성이 날았다. 2002 한일 월드컵으로 힘껏 뛰어오른 그다. 지난 1월 1일에는 소속팀 교토 퍼플상가에게 천왕배 우승컵을 안기기도 했다. 뒤이어 성공적인 일본에서의 활약을 끝내고 떠난 네덜란드 행. 그의 새로운 출발은 말 그대로 비상이다.

아직 부상이나 피로에서 완전히 회복하지는 못했지만 첫 무대는 그의 미래를 보여주었다. 지난 2월 9일 네덜란드리그 발베이크와의 원정경기에서 후반 18분 하셀링크와 교체투입 된 후 2차례 결정적인 찬스를 만드는 등 인상적인 활약을 펼쳤기 때문이다. “성공적인 데뷔전이었다. 앞으로 공수양면에 적극 활용 하겠다”는 거스 히딩크 감독의 말은 박지성의 미래를 밝게 해준다.

박지성의 성공적인 데뷔전을 관중석에서 본 이영표. 그는 취업비자가 늦게 나오는 바람에 데뷔를 안타깝게 뒤로 미뤘다. 하지만 소속팀의 미니게임에서 박지성과 각각 상대편 선수로 뛰며 활발한 몸동작을 보여주었다.

현재 아인트호벤의 주전 수비수들이 부상이 많아 이영표는 주전자리를 꿰찰 수 있는 기회까지 얻었다.


또다른 성공신화를 꿈 꾼다

박지성과 이영표는 지난 한일 월드컵을 통해 검증 받은 선수들이다. 히딩크는 한국을 떠나면서 몇몇 한국선수들을 자신이 옮기는 팀으로 데려가겠다고 여러 차례 말했다. 히딩크의 간택(?)을 저마다 기다리며 월드컵 대표선수들은 유럽행을 꿈꿨다.

이런 과정 중에 여러 어려움이 있었다. 몸값이나 협상 처리의 미숙 등이 이유가 되었다. 그런 가운데 송종국이 처음 물꼬를 텄다. 히딩크가 발굴해낸 선수라 할 수 있는 송종국이다. 그는 일찍이 히딩크가 점찍어 놓은 선수라는 얘기가 많았다. 하지만 히딩크가 감독으로 있는 아인트호벤의 적수인 페예노르트로 이적하는 의외의 결과가 나왔다.

배신(?)인가. 냉정한 프로의 세계에서 오늘의 친구가 내일의 적이 되는 건 당연하다. 따라서 여러 조건이 맞지 않아 페예노르트로 이적한 송종국의 선택은 자연스러운 결과다. 벌써 작년 네덜란드 입성 후 인상적인 경기로 그는 또 다른 성공신화를 만들어가고 있다.

또 다른 히딩크의 애제자 김남일이 있다. 히딩크 자신이 직접 ‘진공청소기’라는 별명을 내려 준 김남일이다. 하지만 사랑은 헤어져야 아름답다고 했는지 그 역시 엑셀시오르로 임대되면서 히딩크의 나라 네덜란드 입성에 만족해야 했다.

럭비공 이천수는 어떤가. 그 역시 히딩크의 사랑을 받던 젊은 선수다. 영국 등 유럽행을 꾸준히 타진해 온 그는 여전히 히딩크의 낙점을 기다리고 있다. 히딩크도 그에 대한 변함없는 관심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히딩크는 이천수가 네덜란드 올림픽팀 주전이기도한 소속 선수 로벤의 벽을 넘어야 입단 할 수 있다는 승부사의 냉정함도 드러내고 있다. 얽히고 설킨 우리선수들의 유럽진출에 네덜란드가 있고 히딩크가 그 열쇠를 쥐고 있는 모습이다.

“권위는 권력자나 명령을 내리는 사람에 의해서가 아니라 그 명령을 받는 사람에 의해 결정 된다.” 미국 록펠러재단 회장을 역임한 경영이론가 체스터 버나드의 말이다. 무엇을 얘기하는가. 리더십이 아닌 ‘폴로우어십(followership)’을 의미한다. 우린 리더십 공부에 열심이지만 반대로 어떻게 리더를 따를 것인가에는 무관심했다. 모두 다 지도자가 될 수는 없다. 따라서 더욱 중요한 건 추종자들의 태도인지 모른다.


효과적인 추종자 자세 필요

‘폴로우어십의 힘’이라는 책에서 켈리 교수는 추종자를 다섯 가지로 나누었다. 그 기준은 두 가지 차원인데 하나는 얼마나 독립적이고 비판적인 사고를 하는가(독립성)이고, 다른 차원은 얼마나 적극적인가(적극성)이다. 독립성과 적극성이 모두 낮은 사람을 ‘양떼형(Sheep)’이라고 했고, 독립성은 높지만 적극성이 낮은 사람을 ‘소외형(Alienated Follower)’이라고 했다.

또 적극성은 높지만 독립성이 낮은 사람을 ‘아부형(Yes People)’이라고 했다. 그리고 독립성과 적극성이 모두 중간쯤 되는 사람을 ‘생존형(Survivor)’이라 하고, 독립성과 적극성이 둘 다 높은 사람을 ‘효과적인 추종자(Effective Follower)’라고 했다.

다시 우리들의 이야기로 돌아와 보자. 먼 네덜란드에서 히딩크의 우산에 들어간 박지성과 이영표. 또 여전히 낙점을 기다리는 이천수와 다른 배를 탄 송종국과 김남일. 이제부터 시작이다. 더 중요한 건 그들이 올바른 폴로우어십을 갖는 것이다. 앞의 추종자의 분류처럼 독립성과 적극성이 높은 ‘효과적인 추종자’가 돼야 한다. 그것이 리더십에 운명지어지지 않는 추종자의 성공 공식이다.

이형진 스포츠칼럼니스트ㆍ임바디 대표 www.embody.co.kr

입력시간 2003/02/26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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