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꽉 끼는게 짜릿해요"

신세대 연인들 커플 PC방서 '은밀한' 시간 즐겨

커플 PC방이 신세대 커플의 데이트 장소로 인기다. 종전 PC방은 좌석마다 칸막이가 있어 연인끼리 오붓한 시간을 즐기기에는 부적격이었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커플 PC방은 커플석이 따로 마련돼 있어 연인들끼리 ‘은밀한’ 시간을 가질 수 있다. 더군다나 은은한 조명까지 마련돼 있어 나름대로 ‘운치 있는’ 데이트도 가능한 장점이 있다.

서울 대학로 인근의 한 PC방. 마로니에 공원 바로 옆에 위치한 이곳은 요즘 주변을 찾는 연인들로부터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장소다. 겉으로 봐서는 평범해 보이는 이곳이 인근의 명소로 떠오른 배경은 무엇일까.


주말이면 예약경쟁

연인들만 앉을 수 있는 ‘커플석’ 때문이다. PC방측에 따르면 이곳에는 현재 1백개의 좌석 중 14개가 커플석인데 인기가 좋다. 주말이 되면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연인들끼리 예약 경쟁이 치러질 정도.

커플석 안으로 들어가 보았다. 커플석은 입구 왼쪽에 따로 마련돼 있다. 내부는 대낮같이 밝은 외부와 달리 은은한 조명이 켜져 있어 고급 카페를 연상케 한다. 연인들은 저마다 둘이 앉기에도 비좁은 의자에 앉아 게임에 열중이다.

S대 재학중이라는 이서영(22) 커플은 “우연히 들어왔다가 커플석이 있는 것을 보고 남자친구와 자주 온다”며 “둘이 앉기에도 의자가 조금 비좁기는 하지만 주변의 방해를 받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좋다”고 말했다.

이곳 사장 장형석씨(33)에 따르면 공연이 있는 주말이 되면 자리가 없어 손님을 돌려보낼 정도다. 장 사장은 “주말을 앞두고 며칠전부터 예약을 하는 게 관행이다”며 “일부 커플들의 경우 자리를 지키기 위해 식사를 할 때도 돌아가면서 갔다온다”고 설명했다.

이렇듯 커플 PC방이 신세대 연인들의 데이트 ‘명소’로 떠오르고 있다. 커플 PC방의 최대 장점은 둘만의 오붓한 시간이 가능하다는 점. 시야가 터진 일반 PC방과 달리 커플석이 별도로 마련돼 있어 나름대로 운치있는 데이트가 가능하다. 자리가 비좁아 가만히 있어도 스킨십이 이루어진다는 점도 연인들의 발길을 유혹하는 비결이다.

신촌 인근의 PC방은 아예 커플 전용 PC방이다. 이곳에 가면 남녀 한쌍이 아니면 질투가 나서 앉아있지 못할 정도로 진풍경이 연출된다. 이용료는 시간당 1천5백원. 인근 PC방 요금이 1천원대임을 감안할 때 조금 비싼 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리가 남아나질 않는다는 게 PC방측의 설명이다.

PC방 사장 이재만씨(32)는 “주변의 PC방 사장님들과 가끔 모임을 가진다”며 “만나 이야기를 해보면 평균 매출의 130% 정도는 되는 것 같다”고 귀띔했다.


즉석미팅, 녹로적 애정표현도

이곳은 요즘 대학생들의 즉석미팅 장소로 활용되고 있다. 사전에 약속된 좌석 번호에 앉아있는 상대를 본 후 마음에 들면 앉고 그렇지 않으면 미련없이 발길을 돌리는 게 미팅의 방식.

이 사장은 “일행이 온다고 했다가 그냥 돌아가는 경우가 종종 있다”며 “직접 표현은 않지만 이들 대부분은 PC방팅에서 퇴짜 맞고 돌아가는 사람들이다”고 말했다.

꽉막힌 공간이기 때문에 낯뜨거운 장면도 자주 연출된다. 사이버리아 대학로점 종업원 김성욱씨(23)는 “은은한 조명에 칸막이까지 드리워져 있어 ‘오붓한’ 분위기를 즐기려는 연인들이 자주 온다”며 “아무 생각없이 커플석 주변을 어슬렁거렸다가 얼굴을 붉힌 적이 한두번이 아니다”고 귀띔했다.

일부의 경우 노골적으로 조명을 줄여달라고 요구한다. 김씨는 “밤늦게 찾아와 조명을 줄여달라고 떼를 쓰는 경우가 종종 있다”며 “물론 정중히 타일러 돌려보내지만 해도 너무하는 것 같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사이버리아측은 최근 거액을 들여 4개의 CCTV를 PC방내에 설치했다. 주변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는 일부 ‘스킨십족’에게 보내는 ‘옐로카드’인 셈이다. 그는 “주변의 시선을 신경쓰지 않는 게 요즘 신세대들의 특성이다”며 “그나마 CCTV를 설치한 이후 노골적인 표현은 많이 준 것 같아 다행이다”고 말했다.

입력시간 2003/02/26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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