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덕균의 개그펀치] 매맞는 남편의 비애

"이경실 너마져…."

느닷없이 날아든 이경실 남편의 야구 방망이 구타 사건은 대한민국을 발칵 뒤집어 놓을만큼 큰 충격을 던져주었다. 부부싸움이 폭행으로 이어지고, 그것도 야구 방망이를 휘두르다니.

이경실 부부는 그야말로 유쾌, 상쾌, 통쾌한 부부로 우리들에게 각인된 사람들이다. 각종 오락프로나 토크쇼에 나와서 아무 거리낌없이 노래하고 춤추고 서로 흉보고 하는 모습들이 얼마나 재기 넘치고 활기에 찼었는지 기억하는 사람들이 많다. 부부가 아니라 죽이 잘 맞는 친구처럼, 참 재미있게 사는 모습을 보며 부러워한 사람들 역시 많았다. 그랬던 부부도 타인들이게는 결코 말할 수 없었던 남모를 갈등이 있었고, 그 갈등의 끝을 역시 예전 모습대로 화끈하게 마무리를 한 것 같다.

그러고 보면 최진실-조성민 커플의 시끌벅적했던 불화소식이 채 가시지않은 터라 이경실 폭행 사건의 충격이 더 큰것 같다. 더군다다 이 사건은 여성계가 가정폭력이라는 이슈로 연결시키면서 연예인 부부의 단순한 부부싸움의 정도를 넘어서서 사회문제로 대두됐다.

세인의 이목은 더욱 집중될 수 밖에 없는 상태고, 때문에 아무래도 그 파장이 오래 갈 것 같다.

사실 우리 시청자들은 숱하게 연예인들의 결혼 소식과 더불어 파경 소식을 듣고 있다. 인기 많고 잘 나가는 스타의 결혼은 세인의 관심거리이고 그들의 배우자 역시 호기심의 눈길에서 벗어날 수 없다. 결혼 후 행복해 죽겠다는 얼굴로 TV 등에 나와 전국민을 닭살 돋게 만들었던 커플이 얼마 뒤에 이혼한다고 발표하니 물정 느린 시청자들은 그저 어리둥절할 뿐이다.

나이 젊은 연예인들뿐만이 아니라 세상 풍파를 오래 껶은 중견 연예인들 역시 소리소문 없이 이혼했다가 나중에 알려지는 경우가 많다. 한 중견 연예인은 배우자로부터 살인미수의 혐의까지 받으며 법정싸움에 휘말렸다.

이런 판국이니 솔직히 말해서 이젠 연예인 누가 결혼한다고 하면 순수한 마음으로 축복을 해주는 팬들의 숫자는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기자회견을 하며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하고 행복해하는 연예인 커플을 보면서 팬들은 "쟤네는 끝까지 살려나?" "저것들 언제 깨지나 내기할래?" 하는 의심의 시선을 거두지 못한다.

그리고 정말 이혼을 하면 자신의 못된 기대를 저버리지 않은게 고마워서인지 "거봐, 둘이 오도방정을 떨 때 내가 알아봤다, 찢어질 줄 알았다니까"하며 자뭇 의기양양해 하기도 한다.

대부분의 부부싸움 끝에 일어나는 폭행은 남자의 의해 저질러진다. 매맞는 아내들이 도망가서 숨는 쉼터같은 곳은 있지만 매맞는 남편들이 갈 곳이 있다는 말은 들어보질 못했다.

내 친구 하나는 본인 말에 의하면 자신의 기가 약해서인지 늘 아내에게 쥐여서 산다. 아내에게 거의 절절맨다. 아내가 눈 한번 부릅뜨고 그렇게 무서울 수가 없다며 술기운을 빌어 고백한 적도 있다. 그런데 얼마전에 만났더니 아주 심각한 얼굴이었다.

"난 이제 죽었어. 우리 마누라가 테니스를 배우더라."

"그게 뭐 어때서?" 친구 녀석은 아주 울상이었다. "요즘은 부부싸움을 하면 가끔 꼬집고 할퀴는데 그러다 테니스채라도 휘두르면 난 어떡하냐? 라켓을 갖다 버릴 수도 없고…무슨 생각인지 라켓을 침대 머리맡에 두고 자는거야."

녀석이 하도 우습기도 해서 나는 별 생각없이. 정말 별 생각없이 말했다. "그럼 넌 가스총 하나 사. 신상에 위험이 느껴지면 그냥 쏴버려." 그런데 친구 녀석은 나중에 만났더니 정말로 가스총을 샀고, 어찌나 마음이 든든하던지 밤에 잠도 푹 잔다며 신나하면서 한 술 더 뜨는 것이다.

"근데 가스총보다 전기 충격기가 효과는 더 빠르지 않을까?"

아이구, 예전에 부부싸움이 칼로 물 베기라고 했는데 요즘은 '칼로 몸베기'로 발전한 건지…. 세상이 갈수록 왜 이렇게 돼가는지 한숨만 나온다.

입력시간 2003/02/28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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