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 파워가 경쟁력이다

상품인지도 높이는 '브랜드 관리'로 기업자산 키워야

이라크 전쟁위기에 따른 유가 폭등과 무역수지 적자, 북한 핵문제 등 안팎으로 악재에 직면한 우리 기업은 평소와 다른 브랜드 관리 전략을 요구받고 있다.

통상 불황기에는 기업의 경제활동, 특히 마케팅 전략 자체가 축소되면서 브랜드 관리 역시 위축되기 마련이다. 하지만 브랜드 관리는 호황기보다는 불황기가 더 중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잘 쌓아온 공든 탑(브랜드 자산)이 한 순간에 무너질 수 있는 위기가 바로 기획이기도 하다는 것. 호황기보다 브랜드 파워를 키우기가 쉽고, 전략에 따라서는 훨씬 효율적이기도 하다. 실제로 다양한 브랜드 관리 전략으로 성공한 기업도 많다.


고급화 전략으로 승부

IMF라는 위기를 오히려 기회로 바꿔 브랜드 관리에 성공한 기업들을 분석하면 몇 가지 특징을 찾을 수 있다.

우선 브랜드의 의도적인 고급화 전략이다.

'목우촌 햄'과 '햇반'은 고급 브랜드를 지향하는 전략이 성공한 사례다. 축협이 뛰어난 품질을 앞세워 마케팅에 들어간 '목우촌 햄'은 무방부제, 무밀가루, 무잡고기라는 '3무(無)'를 바탕으로 깔고 유통기한을 다른 제품의 절반 수준인 20일로 줄이는 등 고급화 전략을 추진했다. 타 제품보다 가격이 20%나 비쌌지만 품질을 우선시하는 수요층을 확대할 수 있었다.

인스턴트 식품인 제일제당의 '햇반'역시 '고품질의 맛좋은 밥'이라는 전략을 구사했다. '햇반'의 가격은 밥 한공기 분량에 1,000원대로 결코 싼 가격이 아니다. 인스턴트 밥과 건강이라는 딜레마를 해결하기 위해 최상품으로 여겨지는 이천쌀을 사용했으며, 무균 포장 방법을 선택했기 때문. 이러한 정성에조 밥까지 인스턴트를 먹어야 하나라고 고개를 갸우뚱하는 소비자를 설득하기란 쉽지 않았다. 그래서 나온 게 떼에 따라서는 식사를 햇반에 맡길 수 있다는 메지지를 지속적으로 전달한 광고전략.

'햇반'은 7년부터 주요 일간지 및 경제지에서 식품 부문 최다 히트 상품으로 선정되엇으며 98년에는 완전히 뿌리를 내리고, 한국능률협회 컨설팅(KMA)의 히트 상품 소비재 부문 대상을 수상했다.

태평양의 고급 화장품 브랜드 '아이오페'도 화장품에 대한 명품 선호 흐름과 IMF 직후 국산품 사용 분위기 틈새를 절묘하게 파고들어 성공한 케이스. 96년 50억원에 머물던 매출을 98년에는 무려 1,000억원대로 키웠다.


실속파 공략하는 저가 정책

거꾸로 저가 정책으로 브랜드 인지도를 높일 경우가 화장품 식물나라. 불황기에는 소비자들이 저렴하면서도 실속이 있는 제품을 찾는다고 판단해 사치품이 아닌 필수품으로 '식물나라' 브랜드를 인지시켜 왔다. 유통 경로 또한 기존 화장품 브랜들들과 달리 슈퍼를 선택했다. 브랜드 이미지 관리와 가치 제고를 위해 매장 현장에서 품질을 직접 체험할 수 있도록 했다.

98년 전체 화장품 중 브랜드 인지율이 5위권 내로 진입하면서 KMA 고객 만족상은 물론, 매년 각종일간 신물들의 히트상품으로 선정됐다.

93년 국내 청바지 시장에 뛰어 든 '잠뱅이'도 중저가 브랜드로 IMF시절에 기반을 굳혔다. '잠뱅이'는 우선 브랜드명으로 '삼베로 만들어진 바지'라는 뜻의 순 우리말을 이용했고, 기존 국내 청바지 브랜드와는 달리 애국심에 호소했다.

IMF때 인기를 끈 '유관순 바지''안중근 바지'가 대표적인 예. 게다가 파격적인 광고 전략으로 올해에는 연 매출 1,000억원대에 접근할 거승로 예상된다.

소비자 욕구를 반영한 광고전략도 주효했다. 주문자상표부착(OEM)방식으로 전기 밥솥을 납품하던 중소기업 성광전자는 IMF위기로 주문이 끊기자 독자브랜드를 내놓고 대대적인 광고를 시작했다. 3년간 50억원의 광고비를 투입한 결과, 3년만에 매출 3배, 이익 20배의 고성장을 일구며 시장점유율 1위로 우뚝섰다. 전기 밥솥 '쿠쿠'는 이제 시장 인지도면에서 손가락에 꼽힐 만큼 유명 브랜드로 자리를 굳혔다.

또 웅진코웨이 정수기는 광고전략과 동시에 업계 최초로 임대제도를 도입해 소비층 확대에 성공했다.


기업운명 바꾸는 마케팅 전략

이러한 사례는 기업이 불황기에 어떤 브랜드 전략을 취하느냐에 따라 운명이 바뀐다는 점을 보여준다.

전성률 서강대 교수는 최근 광고회사 오리콤이 개최한 세미나에서 "국내 기업의 브랜드 자산 관리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경영자와 실무자들의 근시안적인 브랜드 관리"를 꼽았다. 구체적으로는 한정된 브랜드, 기업 및 개별 브랜드 전략의 혼재, 단기 실적 위주의 경영, 가격 중심의 판촉 전략, 체계적인 브랜드 관리 시스템의 부재 등을 문제로 지적했다.

실제로 산업자원부와 한국생산성 본부가 올해 초 국내 500여개 기업을 대상으로 한 브랜드 관리 실패 조사를 벌인결과, '브랜드 관리의 중요성에 대해 상당히(79.8%) 공감하나 브랜드 관리 전담 부서는 대부분(71.6%)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소비자의 욕구를 파고 들어라

고급 브랜드화= 불황기에는 상위 20%의 소비자가 80%를 점하는 소비 양극화 현상이 뚜렷해진다. 불황기에 고급 브랜드 우량고객을 타깃으로 삼아야 한다. 일본의 경우 불황기였던 2000년 루이비통, 에르메스, 베네통등 명품의 수익은 더욱 증가했다.

소비자 욕구 반영= 마케팅 담당자들이 빠지기 쉬운 함정은 불황기에는 소비자가 싼 가격의 제품을 구매할 것이라고 믿는데 있다. 소비자는 불확실성과 모험을 피하고 안정성을 추구하며 양보다는 질적인 욕구 충족을 추구한다. 과소비, 감성·충동적 구매보다는 합리·이상적 구매를 촉구하는 것이다. 자신의 정체성을 나타내는 고가·고급 브랜드 상품 구매 욕구가 저가의 평균상품에 못지않다.

우량고객 확보= 브랜드 충성도가 높은 우량 고객에 집중해 반복 구매나 연속 구매가 가능하도록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고객이 기업의 서비스에 만족할 경우 70% 정도가 반복 구매율을 보인다. 인터넷 서점 아마존의 경우, 고객의 기존 구매 기록을 이용해 서적이나 음반을 추천하는 방식으로 연속구매를 유도했다.

브랜드의 구조조정= 여러 개의 브랜드를 관리하고 있다면 사회적 이슈들을 고려해 브랜드의 구조조정과 자원 배분을 다시 한다. 타깃 시장이 중복되지는 않는가. 없애거나 통합해야 할 브랜드는 없는가. 새로 만들어야 할 브랜드는 없는가 등을 검토하면 해답이 나온다.

브랜드 빌딩= 기업들은 불황기에는 브랜드 관리 소홀. 가격 인하 등으로 어렵게 쌓은 브랜드 자산을 싸구려로 만들어 버리기도 한다. 브랜드 자산을 쌓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지속적인 투자다. 불황기에 광고비를 투자하는 것은 1%도 올리기 힘든 시장 점유율을 호황기보다 적은 비용과 노력으로 상당히 올릴 수 있다.

입력시간 2003/03/14 19:16


주간한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