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흑마와 하룻밤 "죽어도 좋아"

흑인단골업소, 섹스파트너 고르는 여성 고객들로 문전성시

흑인들의 주가가 치솟고 있다. 국내 프로스포츠계나 외국어 학원에서가 아니다. 여대생 또는 직장여성들 사이에서 한번쯤 데이트해보고 싶은 섹스 파트너로 인기가 올라가고 있다는 말이다.

종전까지만 해도 흑인들을 선호하는 여성들은 그다지 많지 않았다. 피부색 탓인지 아니면 할리우드 영화 등에서 열등하고 비열한 캐릭터로 주로 그려진 탓인지 왠지 내키지 않고 찜찜한 느낌 때문이었다.

그러나 얼마 전부터 '흑인들은 힘이 좋다'는 소문이 여성들 사이에서 시나브로 퍼지면서 색다른 경험을 해보려는 여성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자연히 흑인들이 떼지어 몰려다는 홍대나 이태원 인근의 클럽은 호기심 넘치는 여성들로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다. 미군 장갑차 사건 이후 반미 감정이 아직 가라앉지 않은 상황이지만 이곳은 예외다. 흑인들이 자주 드나드는 곳으로 입소문이 난 업소들은 이른 바 퀸카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먹어본 여자가 맛을 안다?

지난 27일 밤 11시 홍대 인근의 N클럽. 이 클럽은 흑인들의 출입이 많은 곳으로 소문이 자자한 곳. 간판을 따라 안으로 들어가 보았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우선 화련한 조명이 눈에 들어왔다. 30여평 남짓한 무대에는 춤 삼매경에 빠진 한국 여성들과 흑인들이 강한 비트의 음악에 맞춰 몸을 흔들고 있다. 말 그대로 끈쩍끈적한 분위기다. 보기에 민망한 장면을 연출하던 흑인 남성-한국 여성의 한 커플이 잠시 후 가게를 나와 어디론가 사라진다.

인근 업주에 따르면 이곳에서 이 같은 풍경은 흔한 일이다. 특히 금요일밤이나 주말 저녁이 되면 클럽, 카페, 거리 곳곳에서 팔짱을 끼고 있는 흑인 남성-한국 여성 커플이 눈에 띈다.

D클럽 업주 김모씨는 "적어도 이 곳 홍대 주변에서는 흑인들의 이미지가 괜찮은 편"이라고 말했다. 백인들의 경우 거치고 사납지만 흑인들은 매너가 있어 여성들의 선호도가 높다는 설명이었다. 김씨는 "일단 싸움이 났다 하면 백인이다"며 "이에 반해 흑인들은 우리 짐작과는 달리 매너가 괜찮아 여성들이 좋아한다"고 귀뜸했다.

흑인들을 가장 좋아하는 부류는 유학파 출신아나 재미동포 이들의 경우 한반도를 뒤흐든 반미감정에는 저 만큼 비켜 서 있다.

이들은 자신들의 경험한 미국 문화에 훨씬 더 친숙해 있다. 때문에 흑인들과의 하룻밤을 마다하지 않는다. 일부는 '물 좋은' 곳을 찾아 다니며 작업을 벌이기도 한다.


홍대주변 '제2의 이태원'으로

평범한 여성들 중에도 흑인들을 선호하는 경향이 짙어지고 있다. 최근 한 일간지에 게재괸 설문이 대표적인 예다. 설문은 "매력적인 흑인 남성이 섹스를 제안했을때"를 가정해 여성들의 반응을 물었다. 결과는 일반의 예상과는 상당히 달랐다. 여성 1,000명 중 절반 이상(55%)이 긍정적인 대답을 한 것. " 절대 안 한다"고 답한 여성은 24%에 불과했다.

이 같은 이유 때문일까. 홍대나 이태원에서 흑인들은 VIP로 통한다. 반미감정이 아직 사그러들지 않은 상황이지만 이들은 여전히 상종가를 치고 있다. 오히려 흑인 고객을 유치하지 못한 클럽들이 이들의 발길을 유도하기 위해 이벤트를 벌일 정도다.

이곳에서 만난 업주들은 이구동성. "장사를 위해 흑인을 안 받을 수 없다"고 말했다. 한 업주에 따르면 이 곳은 '제2의 이태원'이라 불릴 정도로 흑인 미군들의 출입이 많다. 가까이는 이태원, 멀리는 동두천이나 의정부에서 택시를 대절해 떼지어 몰려든다. 그들도 이곳에서는 자신의 몸값이 비싸다는 것을 잘 알고 있는 까닭이다.

그러다가 미군 장갑차 사건 이후에는 발길이 많이 줄었다. 인근 업주들이 연합해 미군들의 출입을 막았기 때문이다. 현관에 '미군 출입금지'라고 적힌 푯말을 내걸고 미군들의 출입을 엄격히 통제한 곳도 많았다. 그렇지만 이도 일시적인 현상일 뿐이다.

한 업주는 "겉으로는 '미군 출입금지'를 부르짖고 있지만 암암리에 미군들을 받고 있다"며 "업소 운영을 위해 이들을 안받을 수가 없다"고 털어 놓았다.

물론 아직까지 제재를 풀지 않은 없소들도 있다. 그러나 이들 업소들은 대부분 파리만 날리는 실정이다. M클럽의 한 관계자는 "불과 얼마전까지만 해도 미군들이 주요 단골손님이었다"며 "그러나 이들의 발길이 많이 끊기면서 매출이 평소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고 토로했다.


"죽여주더라" 경험담 홍수

홍대 주변의 클럽들은 매달 하순이면 '클럽데이'를 눈이 빠져라 기다리고 있다. 클럽데이란 한달에 한번 마지막 금요일에 열리는 축제, 만원만 내면 인근 클럽을 돌아다니며 출입할 수 있기 때문에 이날 만큼은 어느 클럽이라고 할 것없이 미어 터진다.

물론 튼실한 '흑마'를 얻으려는 적업녀들도 이날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홍대에 다닌다는 김모양(23)은 "클럽데이가 되면 홍대 주변은 난장판이 벌어진다"며 "클럽마다 수 백명이 어울려 새벽까지 흥청망청거리기 때문에 갖가지 진풍경들이 연출된다"고 말했다.

'흑인예찬' 문화는 사이버 공간도 점령 했다. 흑인과 한국 유학생과의 섹스장면을 담은 동영상이 와레즈 사이트 등을 통해 퍼지는 등 인기를 얻고 있다. 일부 성인 사이트의 경우 흑인 남성과의 섹스 장면을 메인 화면에 세워 '섹티즌'들의 관심을 유도하기도 한다.

흑인 관련 카페의 게시판에는 흑인과 관계를 가진 경험담을 담은 글들이 잇따라 게재된다. 'love'라는 아이디의 한 네티즌은 "말로만 듣던 흑인과 관계를 가졌다"며 "사이즈, 테크닉 등 어느 구석 나무랄 데가 없을 정도로 대만족"이라는 글을 올렸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분위기가 당연하다는 반응이다. 성인문화 평론가 이명구씨는 "성에 대한 표현이 억눌려 있던 과거에는 상상도 못할 일"이라고 전제한 후, "성에 대한 여성들의 표현이 솔직, 과감해지면서 성 편력도 다양해는게 최근의 추세"라고 말했다.


흑인 성인용품도 불티

여성들의 성 편력이 다양화하면서 흑인성인용품도 덩달아 인기를 얻고 있다. 성인용품점에서 판매흐는 '흑먹쇠'나 '흑엉덩이'는 없어서 못 팔 정도다. 지난 26일 새벽 1시. 영등포 모처의 한 도로에서는 봉고차 한 대가 벌써 몇 시간째 한곳에서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자동차 뒷면에는 '부부용품'이라는 플래카드만 덩그러니 붙어있다.

이른바 'AGCS(Adult Goods Car Shop)'라 불리는 성인용품 자동차판매점이다.

3년째 이곳에서 장사를 한다는 김모씨(55)는 "보통 밤10시면 펼쳐놓은 물건을 접고 철수하지만 오늘따라 유난히 손님 많은 것 같다"며 싫지 않은 불평을 토로한다. 이곳에서 판매하는 제품은 약 50여종.

속칭 '낙타눈썹'이나 '칙칙이'에서부터 남녀 자위기구나 페로몬 향수까지 없는 게 없다. 심지어 청계천 등지에서 음성적으로 판매하고 있는 최음제나 비아그라까지 구비하고 있다.

김씨에 따르면 최근 들어 흑인 자위기구가 잘 나간다. 들르는 손님층이 대부분 나이 지긋한 40~50대이다 보니 '흑엉덩이'를 찾는 손님이 많다. 드문 사례이긴 하지만 여성이 직접 찾는 경우도 있다. 이 경우 보통 차를 봉고차 앞에다 세워놓고 기다린다.

김씨는 "웨만한 사람들은 직접 오지만 여성들의 경우 주변 시선을 의식해서인지 차를 앞에서 세워놓는다"며 "이때는 직접 가서 필요한 것을 물어본다"고 말했다.

입력시간 2003/03/17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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