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는 분쟁을 먹고 큰다?

소속기획사와의 갈등 급증 제소 끊이지 않아

이병헌 김윤진 장서희 김성택…. 최근 소속 연예 기획사와 갈등이 생겨 법정 소송까지 간 인기 정상의 스타들이다. 연예 기획사와 스타간의 크고 작은 분쟁이 끊이지 않고 있어 연예계에 적지 않는 파장이 일뿐만 아니라 스타의 상품성에도 적지 않은 영향으 주고 있다.

시청률 1위를 기록하고 있는 드라마 '올인'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이병헌은 전소속사 MP엔터테인먼트로부터 제소 당한다. 서울지법은 이병헌에게 '소속사에게 4억2,000만원을 돌려주고 기획사로부터 광고 모델료 2억원을 돌려 받으라'는 강제조정을 했다.

이병헌은 또한 이 사건과는 별도로 현 소속사 싸이클론 엔터테인먼트로부터 지난해 11월 기획사와 상관없이 독자적인 광고 계약을 추진한 것과 관련, 3억5,000만원을 보상하라는 소송도 당했다.

영화 '밀애'의 타이틀롤을 맡으면서 스타배우로서 입지를 굳힌 김윤진은 2월 6일 소속사인 파워엠 엔터테인먼트를 상대로 "지난해 3월 계약금 1억5,000만원에 3년간 계약을 했으나 소속사가 수익금을 약속대로 지급하지 않았고 불성실한 연예지원 활동으로 일관하는 등 계약을 위반했다"며 전속계약 무효소송을 제기했다.

인기 드라마 '인어 아가씨'의 주연으로 나와 오랜 무명생활을 청산하고 스타로 부상한 탤런트 장서희는 2월 20일 기획사 씨네넷으로부터 연예계약체결금지가처분 신청과 함께 6억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당했다.

이밖에 L엔터테인먼트는 지난해 10월 '인어아가씨'의 남자 주인공 김성택을 상대로 "전속계약을 일방ㅈ거으로 파기해 피해를 봤다"며 연예활동가처분 신청을 서울지법에 내 재판이 진행중인 것을 비롯해 스타급 연예인들과 소속 기획사간의 갈등과 분쟁이 근래 들어 급증하고 있다.


주먹구구식 관행이 원인

스타 제조공장이며 스타의 상품성을 유지, 관리하는 기획사와 스타의 분쟁은 왜 끊이지 않고 일어나는 것일까. 허술한 스타 시스템과 영세한 기획사의 주먹구구식 관행, 그리고 스타들의 계약에 의한 수입 배분보다는 인기도에 따른 무리한 수익요구, 그리고 기획사의 술자리 강요, 성향응 제공 등 무리한 조건제시 등이 분쟁의 원인이다.

1991년 SBS의 등장과 함께 방송사가 연기자를 독점적으로 관리하던 전속제가 폐지되고 탤런트를 선발하는 기능을 포기함으로써 연예 기획사들은 새로운 환경을 맞게 됐다. 이전까지 한 사람의 연예인을 2~3명이 관리하는 개인 매니지먼트가 주류였으나 1990년 들어 개인형 회사 형태와 기업형 회사 형태의 기획사가 속속 등장했다. 대중매체의 증가, 광고시장의 확대 등으로 2~3명의 매니저만으로는 스타관리가 힘들어졌기 때문이다.

먼저 10여명의 직원들이 몇 명의 연예인과 계약, 출연교섭 업무, 스케줄 및 신변관리, 홍보 등 세분화한 업무를 하는 개인형 회사형태의 기획사가 생겨났다. 그리고 이어 기업형 매니지먼트사가 속속 만들어졌다. 1994년 삼성계열사로 출발한 스타서치는 전문화한 매니지먼트를 표방한 최조의 기업형 기획사였다.

스타서치는 그러나 운영 미숙과 연예계의 특성을 간파하지 못해 1년만에 문을 닫았다. 스타서치의 실패를 딛고 2000년대 들어서는 싸이더스, GM기획, SM엔터테인머트, JYP엔터테인먼트 등 기업형 매니지먼트사가 설립되면서 대중문화계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학시 시작했다.


표준계약서 제도 미미, 분쟁의 씨앗으로

하지만 외형과 규모가 켜졌지 운영은 주먹구구식이 대부분이어서 소속 스타와 회사간의 마찰이 끊이지 않고 있다. 우선 표준계약서 제도가 미비함으로써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식의 계약이 많아 계약때부터 문제의 소지를 안고 있는 경우가 허다하다.

또 인기 판도에 따라 몸값이 결정되는 연예계의 상황에서 급작스럽게 스타덤에 오른 연예인들이 계약기간 중 무리한 요구 등을 해오는 것도 적지 않는 문제를 야기한다.

특히 수익배분 비율에서 신인의 경우 대부분 기획사가 유리하게 돼 있는데 신인이 드라마나 영화, 그리고 노래 하나로 인기가 급상승하게 되면 계약서보다 많은 수입 배분을 요구하게 되고, 기획사는 이를 거부, 분쟁이 일어나는 경우가 잦다. 하지원과 기획사간의 법정 분쟁이 대표적인 경우다.

이밖에 매니저의 잘못된 관리나 무리한 요구도 기획사와 스타간의 분쟁을 야기한다. 탤런트 이태란의 매니저 안모씨는 자신과의 성관계를 이유 삼아 출연료를 횡령하고 협박한 혐의로 검찰에 구속됐 다.

또 탤런트 겸 영화배우로 활동하는 정모씨는 매니저 윤모씨가 인기관리를 위해 방송관계자들과 술자리 참석을 강요하고 성관계까지 요구했다면 배상을 요구하는 소송을 벌여 승소하기도 했다.

이처럼 스타와 소속사간 분쟁이 끊이지 않고 있는데 비해 스타 시스템이 안정돼 있는 일본과 미국은 법정 소송까지 진행되는 경우가 거의 없다. 일본의 경우 톱스타와 신인 등 연예인의 99%가 각종 프로덕션에 소속돼 있다. 아무로 나미에, 스피드, 맥스 등이 소속된 라이징 프로덕션, 650여명의 탤런트가 소속된 요시모토 프로덕션, SMAP, V6, 소년대, 히켈라 겐지, 킨키 키즈 등이 있는 자니스 프로덕션, 가수와 탤런트 120여명을 관리하는 호리 프로덕션 등은 연간 매출액 1,000억~3,000억원에 달한다.

프로덕션과 연예인간 소속은 계약에 의하며 수입 배분은 인기와 수입에 따라 약간의 성과급 보너스를 지급하지만 원칙적으로 월급제이다. 편당 2억엔(약 20억원) CF출연료를 받은 톱스타들도 소속된 프로덕션에서 받는 월급은 30~40만엔 수준에 머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렇게 적게 받는데도 수십배분을 둘러싸고 분쟁이 거의 일어나지 않는 것은 신의에 의한 조직적 사회라는 일본의 특수성과 수입의 상당 부분을 신인의 육성과 그리고 인기가 떨어진 중견배우의 월급으로 지출하는 시스템이 특성 때문이다.

만약 스타가 수입문제로 분쟁이 일어나 프로덕션과 결별을 선언하면 그것은 곧 연예계를 떠난다는 것을 의미한다.

미국의 경우 에이전시와 매니저의 업무가 법적으로 명확하게 구분돼 있다. 에이전시는 연예인에게 캐스팅과 방송 영화 출연을 알선하고 제작자와 계약 업무를 담당하며 출연료 중 10%를 받는다.

또한 매니저는 관리하는 연예인의 출연계약은 하지 못하지만 에이전시, 변호사, 홍보 담당자 등 스타 대리인들의 스타의 최대 이익을 위해 활동하고 있는지 감독, 확인하고 연기자의 상품성을 극대화시키는 일을 한다. 매니저는 연예인 수입의 10~15%를 받는다.

미국의 대표적인 에이전시로는 톰 크루즈, 스티븐 스필버그, 톰 행크스, 니콜라스 케이지 등이 소속된 CAA, 폴 뉴먼, 에디 머피, 멜 깁슨, 리처드 기어 등이 있는 ICM, 클린트 이스트우드, WMA, 산드라 블록, 짐 캐리, 장 클로드 반담 등이 소속된 UTA등이 있다.

에이전시와 매니저의 업무기능이 명확히 법적으로 명문화 되어 있는데다 대부분 스타들은 고용 변호사가 있어 우리처럼 연예인과 수속 에이전시와의 분쟁은 거의 일어나지 않는다.


스타 상품성 저하, 인기 급락으로 이어져

연예인과 기획사간 분쟁은 스타의 상품성을 저하시킬 뿐만 아니라 스타의 생명까지 위협한다. 이는 작게는 스타 개인과 기획사의 손해이지만 크게는 대중문화의 콘텐츠의 약화를 초래하고 스타를 좋아하는 대중들에게 직접적인 피해를 준다.

가수 백지영이 좋은 예다. 백지영은 소속문제를 둘러싼 갈등으로 전 매니저가 섹스 비디오를 공개, 한 순간에 나락으로 떨어졌다. 백지영은 이후 재기의 몸부림을 치고 있지만 대중의 싸늘한 시선은 여전하다.

급증하고 있는 연예인과 기획사간의 분쟁의 악순환의 고리를 끊으려면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다. 표준계약서제 확립과 기획사와 연예인의 역할과 수익 배분을 구체적으로 명시한 법적 장치의 마련, 연예전문 변호사제 활용 등이 선행돼야 하는 것이다.

또 연예인을 비롯한 연예 산업 종사자들의 인식 전화도 조속히 이뤄져야 한다. 연예인은 갑자기 인기가 올랐다고 해서 계약 내용과 신의를 저버리는 것을 자제해야 한다.

기획사 역시 소속 연예인에게 불법적이고 무리한 요구를 더 이상 해서는 안 된다. 그래야만 연예인과 소속사간의 불피요한 분쟁의 소모전을 막을 수 있다. 대중문화 시장은 날로 팽차앟고 있다. 그에 걸맞는 스타 시스템이 구축돼야 한다.


입력시간 2003/03/17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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