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미의 우리풀 우리나무] 괭이눈

봄을 빛내는 노란색 꽃의 아우성

숲속 식물들을 보고 있자면, 아름다운 것에 대한 기준이 바뀐다. 작아서 귀여운 것, 섬세해서 마음이 가는 것, 통통해서 편안한 것, 거칠어서 자연스러운 것….

괭이눈은 재미있어서 신기하고 자꾸 바라보게 되는 식물이다. 키재기를 하며 무리지어 있는 모습이 하도 독특하여 이름이 궁금해진다. 그 이름도 특별하게 '괭이눈'이라는 사실을 알고 나면 동감과 함께 인상 깊에 남아 잊혀지지 않는다. 정말 봄날 숲 속 개울가에 피어 있는 괭이눈의 꽃들은 눈동자를 가늘게 한 고양이의 눈처럼 보인다. 그리 귀한 풀이 아닌 까닭에 봄숲의 식물을 낮추고 찬찬히 볼 수 있는 마음만 가진다면 그 누구나 볼 수 있다.

괭이 눈은 좋은 숲 속, 맑은 물이 흐르는 샘물가, 혹은 숲이 잘 우겨져 하늘을 덮고 있는 그래서 일정한 습기가 유지될 수 있는 곳에 자라는 범의귀과속에 속하는 여러해살이풀이다. 우리나에는 제주도에서 백두산까지 전국의 곳곳에서 자란다.

다 자란 식물의 크기는 한뼘쯤 된다. 잎은 마주 나는데 달걀모양에서 원형쯤 되며 가장 자리에는 둥근 톱니가 있다. 꽃은 이른 봄에 피는데 4장의 꽃받침잎이 꽃잎처럼 달리며 그 속에는 역시 4개으 수술이 들어 있다. 꽃은 물론 꽃 주변의 잎 몇 장도 역시 노락색으로 보여 더욱 특색있고 아름답다.

감탄스러운 것은 이 주변의 잎까지 노란색으로 변하는 시기는 꽃이 한창 잘 필 때이며, 꽃이 지고 6월쯤 열매가 익고 나면 그 빛이 점차 옅어진다는 점이다.

온갖 식물들이 우겨진 숲속에서 이토록 작은 꽃들이 자신의 존재를 알리기 위해서, 주변의 잎들까지 변색으로 돕는 것이다

열매의 종류는 삭과인데 익으면 두 갈래로 벌얼진다. 그 가운데서 까만 종자가 드러나는데 그 모습이 괭이 눈과 같게 보이기도 한다. 이 종자를 뿌리거나, 꽃이 지고 나면 줄기가 옆으로 뻗어 간간이 뿌리를 내리며 퍼져 가는데 이를 잘라 심어도 된다.

괭이 눈이란 이름의 유래는 이미 들었으니 이 식물을 봄 솦에서 찾아보고 확인만 해보면 될 터이고, 괭이눈 종류를 통칭하는 학명 가운데 속명이 크리소스플레니움(Chrysosplenium)인에 이는 황금이라는 뜻을 가진 희랍어 크리소스(Chrysos)와 비장을 뜻하는(spleen)의 합성어이며, 특히 티벳에서는 유사한 식물을 담에 이상 있을때 처방한다는 기록이 있고 보면 이 식물의 약으로서의 가능성을 따져 볼 만 하다.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이 종류의 식물을 약으로 본격적으로 이용되고 있다는 기록은 없지만 유사분류군을 금전고엽초라고 약으로 쓰는 기록은 있다. 어린 순은 잘라 나물로 먹어도 된다.

관상용으로도 아직은 본격적으로 활용하는 것을 보지 못했지만 가능성은 충분히 있어 보인다. 여러 괭이눈 종류 가운데 몇 몇 종은 그 빛이 아주 화려하고도 고와 물가나 그늘진 나무 밑에 조경해 놓으면 매우 독특한 풍경을 자아낸다.

특히 계류 조경에 있어서는 반드시 구색을 맞추어야 하는 식물이다. 식물체의 크기가 작아도 초물 분제의 소재로도 좋다.

이 식물을 좀 더 알고자 하면 탐구하는 재미가 소록소록 특별할 수 도 있다. 비슷한 종류의 형제 식물들이 많기 때문이다. 그 중에서 우리가 자주 만날 수 있는 것을 몇 가지 소개해 보면, 잎이 어긋나며 털이 많고 줄기에 달리는 잎에는 톱니가 3개 있으며 무엇보다도 잎도 꽃도 작다며 애기괭이눈, 잎은 마주 나지만 잎과 줄기에 털이 있는 것이 다른 것은 털괭이 눈, 잎이 어긋나고 잎과 즐기에 털이 많으며 줄기에 달리는 잎에는 톱니가 여러 개 있고 잎겨드랑이에 눈이 달려 있는 것은 산괭이눈, 잎은 어긋나고 잎에 털이 많지 않으며 줄기에 잎이 1장만 달리면 오대산괭이눈이다.

비슷하면서도 조금씩 다른, 그래서 전체 분위기도 다르게 느껴지는 이 괭이눈 집안 식물들의 매력을 아는 것만으로도 봄산행을 충분히 즐거울 수 있다.

입력시간 2003/03/24 1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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