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안과 밖] 우리는 '최고'보다는 '최선'을 사랑한다

바야흐로 야구의 계절이 오고 있다.

이 달 중순이면 프로야구 시범경기가 열린다. 세계야구의 중심인 메이저리그에서는 이미 시범경기가 시작됐다. 메이저리그의 한국인 '빅 스리' 박찬호, 김병현, 최희섭도 부푼 가슴을 안고 시즌을 준비하고 있다.

시범 경기는 선수들의 시즌 성적을 가름하는 무대가 된다. 우리 선수들의 시범경기는 그냥 몸 풀기로만 끝날 수 없다. 고국이 아닌 외국에서 살아남기 위해 검증을 받는 시간이기 때문이다.

빅 스리의 만형은 박찬호다. 한국인 최초의 메이저리거다. 한국에서 MLB 열풍을 몰고 온 그다. 그의 경기 승패에 따라 먼 한국에서의 하루 기분이 움직일 정도였다. 이제 그는 답해야 한다. LA를 떠나 텍사스고 간 까닭을.

그가 동쪽으로 간 까닭은 무엇일까. 자유계약선수가 된 후 더 많은 돈을 위해? 물론 프로는 돈으로 자신을 평가한다. 하지만 박찬호의 동쪽행은 또 다른 자기 확신의 떠남이었다. 안방투수, 전담포수, 불안정성 등 그에게 붙은 꼬리표를 떼어내기 위함이다.

작년 첫 데뷔무대는 부상과 더불어 힘든 시간이었다. 다시 원점이다. 첫 시범경기에서도 불안한 출발을 보였다. 부상과 기술적인 문제보다 그의 자기 확신이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이다.

화령한 변신이 될까. 김병현은 '올인(all in)' 이다. 모든 걸 걸었다. 주전 마무리 멘타이의 복귀로 궁지에 몰린 그는 이것을 기회로 만들고 있다. 자신이 원하던 선발 투수로 변신을 꾀하고 있다.

무엇이든 변신에는 아픔이 따른다. 익숙했던 마무리 패턴에서 선발 패텬으로의 전환에 따르는 체력과 기술적인 문제에 대한 수정이 필요하다. 마음만 가지고 되는게 아니기 때문이다. 그의 첫 시범경기 선발등판도 그걸 증명했다. 마음만 앞섰지 몸이 따라가지 못했다. 어쩌면 벼랑에 몰린 심정일지 모른다. 위기를 기회로 만들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시카고의 트로이 목마가 될까. 어느때보다 가장 주목받는 선수가 최희섭이다. 동양인이 타자로 메이저리그에서 성공하기는 어렵다. 그런데 최희섭이 신화를 만들고 있다.

메이저리그에서도 차세대 주자로 인정했지만 이제까지는 잠재력의 선수일 뿐이었다. 묵묵히 배트를 휘두르던 그가 이제 목마에서 나와 시카고 점령을 눈앞에 두고 있다. 첫 시범경기에서도 이레적으로 선발 출전했다.

아직 긴장한 모습이 경기에서 보인다. 목마 안은 안전했지만 이제 밖으로 나온 그에게 더 이상 안전막은 없다. 신인이기 때문에, 잠재력의 선수이기 때문에 봐주는게 없다는 뜻이다. 체격만큼 당당할 그의 올 시즌을 그려본다.

빅 스리에 못지않은 서재응, 김선우, 추신수 등 한국 선수들의 힘찬 도약이 기대되는 2003년. 그래서 빅 스리에 거는 기대가 크다. 메이저리거 출신 한국인 드림팀을 꿈꿔본다.

입력시간 2003/03/24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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