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 끝없는 생각의 즐거움


■ 상상
김용석 외 지음/휴머니스트 펴냄

상상은 무엇인가를 머리 속에 그려보는 행위다. 국어사전에는 ‘미루어 생각함’이라고 풀이돼 있다. 오늘날에는 상상(想像)이라고 쓰지만 옛날에는 상상(想象)이라고 했다. 살아있는 코끼리를 직접 본 적이 없는 중국 사람들이 그 뼈를 얻어다가 형상을 그려보곤 했다는 데 거기에서 유래가 됐다고 한다.

이 책은 철학 과학 문학 방송 등 각 분야에서 일하는 20~70대 필자 33인의 각양각색의 상상 탐험을 모은 기획물이다. 이들의 다양한 상상은 바이러스가 퍼지듯 읽는이에게 차례차례 옮겨진다. 이들이 털어 놓은 상상을 듣노라면 독자들은 자연스럽게 이들의 현실 비판 의식, 미래에 대한 호기심, 영원하거나 궁극적인 것에 대한 향수 등을 함께 나눠가지게 된다.

상상은 지금의 자신이 싫은 사람이 나를 파괴하고 또 다른 나를 창조할 수 있도록 해주는 힘이다. 하나의 가치에 끌려다니는 삶에서 다양한 가치로 확장하게 해 준다. 그래서 이들에게 상상은 밥이고(만화가 고우영), 짬뽕이고(소설가 김영하), 완벽한 과학이고(시인 김용택), 개인의 신화(국문학자 김열규)다.

상식을 초월한, 아니 상상을 초월한 기발하고 유쾌한 발상 덕에 책장이 슬슬 넘어간다.

입력시간 2003/03/27 13:47


주간한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