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나미의 홀인원] 스윙에 부분 교정은 없다

날씨가 하루가 다르게 포근해 지고 있다. 지난 주만 해도 꽃샘 추위 탓에 인도어에 아마 골퍼들의 발걸음이 뜸했는데 이번 주는 완연한 봄 기운이 느껴진다. 이 맘 때만 되면 다들 입을 모아 하는 말이 있다. “올해에는 5타 정도는 줄여야지. 그런데 연습할 시간이 있어야지.” 핸디를 낮추려면 우선 잘못된 골프 스윙을 고쳐야 하다. 최소한의 교정이라도 해야 한다.

아마 골퍼 중에서 스윙을 못 고치는 사람들을 보면 정확히 두 부류로 나눠진다. 첫번째 유형으로는 말 그대로 바빠서 시간 내기가 어려워 연습을 못하는 경우다. 또 다른 경우는 현재의 스윙을 수정할 엄두가 나지 않아 망설이고 있는 케이스다.

후자의 경우 시즌 초만 되면 스윙을 교정하고 싶은 충동을 종종 일으키곤 한다. 이런 부류의 골퍼들은 스윙의 기본이 잡혀 있지 않아 안정적인 점수를 낼 수 없다는 점을 잘 알고 있으면서도 프로에게 “부분 교정을 통해 핸디를 내리는 원 포인트 레슨을 해 달라”고 요구한다. 그러면서 “외국에서는 그런 방식으로 가르친다고 하던데…”라는 말을 붙인다.

그런 아마 골퍼들에게는 딱히 할 말이 없어진다. 실제로 시즌 초에는 특히 이런 무리한 요구를 하는 아마 골퍼들이 참 많다. 정말 그런 티칭 방법이 있다면 당장 터득하고 싶다.

스윙은 부분 부분만을 뜯어 고칠 수가 없다. 스윙 궤도는 한 길이다. 한 길이란 팔과 어깨 다리 등 신체의 각 구조가 하는 역할이 다르지만 결국에는 하나의 스윙을 완결하기 위한 동작이라는 이야기다.

스윙이란 백 스윙 시 클럽과 몸이 지나갔던 길을 다운 스윙 때 다시 찾아오는 것이 정석이다. 이 스윙 플레인은 가장 간단하고 편한 것이지만 일관성을 유지하기가 쉽지 않다. 골퍼들이 엄청난 연습을 하는 것도 이런 일관성을 유지하려는 노력이다.

백 스윙 때와 다운 스윙 때의 궤적이 다른 8자 스윙을 하는 프로를 본 적이 있나? 물론 없다. 미국의 짐 퓨릭이 팔자 스윙을 하고 있는 듯하지만 그도 임팩트 존에서는 어김없이 완벽한 자세를 취한다. 짐 퓨릭의 경우 엄청난 연습 양을 소화해 낸 것이어서 아마 골퍼들은 절대 따라 하기 힘든 스윙이다.

이렇듯 클럽이 지나가는 길은 하나로 연결돼 있다. 그래서 스윙을 고칠 때는 어느 한 부분만을 고칠 수 있는 게 아니다. 특정 부분(예를 들어 백 스윙이나 임팩트 부분 등)이 잘못됐을 때 그 전 단계를 거슬러 올라가면 분명 잘못된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왜 잘못된 동작이 나왔는지를 알 수가 있다는 것이다.

보통 잘못된 동작이 나오는 경우는 두 가지다. ‘습관으로 인한 동작’이거나 ‘어쩔 수 없이 나오는 동작’ 중의 하나다. 습관으로 나오는 동작은 생각을 바꾸면 고칠 수 있다.

하지만 동작으로 인한 실수는 전 과정으로 다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예를 들어 피니시 동작에서 스윙으로 되돌아 가면서 원인을 찾아야 그 동작을 바꿀 수 있다. 이렇듯 스윙은 절대 어느 한 부분만을 고칠 수도 없다. 어느 한 부분만을 고쳐 내 타구의 구질을 바꾼다는 것은 말장난에 불과한 것이다. 현대인의 취향처럼 ‘간단하고 신속히’ 골프 스윙을 바꿀 수는 없는 것이다.

모든 일이 그렇듯 골프에 왕도는 없다. 특히 퍼즐을 뜯어 맞추듯 내 구미에 맞게 스윙을 이리저리 뜯어 고칠 수는 없다. 단지 스코어를 줄이기 위해 부분적으로 스윙에 손대는 것은 쥐를 잡기 위해 초가산간을 뒤흔드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오히려 점수 한 두 점을 줄이는 데 관심이 있다면 스윙보다는 욕심을 조금 줄이는 게 더 효과적이다.

이런 욕심이 결국 골프를 포기하게 만드는 원인이다. 골프는 차근차근 자신의 단점을 고쳐 나가면서 내 것으로 만들 때의 희열을 느껴야 한다. 점수만 잘 내려는 골프는 도박이나 다름없다. 골퍼들이여 올해는 생각을 바꿔보자. 점수를 잘 내는 것은 기분 좋은 일이다. 하지만 좋은 점수란 체계적인 스윙과 안정적인 연습이 있을 때만이 가능하다. 인내심이 뒤따라야 함은 물론이다.

입력시간 2003/03/27 1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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