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을 접으며] 누가 그녀엑 돌을 던지랴

“울지 마라, 연약한 여자여!”

3월12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 아미가 호텔에서 열린 ‘H양 비디오 파문’ 관련 영화배우 함소원의 기자회견장. 함소원은 기자 회견을 시작하기도 전에 울먹였다. “앞으로 더 이상의 피해자가 생기지 않기를 연예인이기 이전에, 한 연약한 여자로서 호소한다.”‘눈물’로 시작된 회견은 ‘눈물’로 마무리됐다.

여성 연예인에게 ‘섹스 비디오’는 치명적이다. 비디오가 실재하든 아니든 대중은 이미 그녀에게 손가락질할 준비가 되어 있다. “아니 땐 굴뚝에 연기 나랴” 싶은 것이다.

세상이 바뀌면서 미혼 남녀가 자유롭게 성관계를 갖거나 동거 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 됐다. 연예인도 예외일 수 없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유명 연예인이자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겹겹의 부당한 잣대를 들이댄다. 잔인한 대중은 쉽게 ‘만인의 창녀(?)’로 만들어 버린다.

그런 면에서 섹스 비디오의 주인공으로 지목된 여성 연예인의 슬픔은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다. 그러나 눈물 때문에 하고 싶은 말도 제대로 전하지 못하는 그녀를 지켜보면서 ‘불쌍함’보다는 ‘안타까움’이 앞섰다.

섹스 비디오와 관련된 여성 연예인은 범죄자가 아니다. 그들은 단지 대중의 빗나간 호기심과 일부 언론의 선정성에 희생된 피해자일 뿐이다. 그럼에도 ‘O양’과 ‘백양’, 그리고 다시 ‘H양’에 이르는 섹스 비디오 사건이 터질 때마다 피해자들은 눈물로 호소한다. 더 이상의 희생자가 나오지 않기를 바란다는 멘트 또한 변함이 없다.

그러나 현실은 어떠한가. 지금 당장이라도 또 다른 연예인의 섹스 비디오가 등장한다면 대중은 야수처럼 달려들 것이다. 그들의 ‘관음증’이 사라지지 않는 한 제4, 제5의 피해자는 계속 나올 것이다.

연약한 여성 연예인들이여! 더 이상 눈물로 호소하지 말자. 울어서 해결될 문제는 없다. 자칫하면 스스로 ‘죄인’임을 인정하는 모습으로 비춰질 수도 있다. 선정주의 언론과 늑대 같은 대중을 응징하려면 더욱 굳건하고 당당한 모습을 보여야 한다. 시간이 지날수록 언론의 선정성을 비판하며 여성 연예인에 대한 마녀 사냥 중단을 요구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는 것은 다행이다.

그러나 아직도 남성 위주의 이중성을 드러내는 이들이 있다. 한 네티즌은 함소원이 기자회견 때 이렇게 말했으면 문제가 간단히 해결됐을 것이라고 친절하게(?) 조언한다. “난 아직 처녀야, 순결하다구(ID ㅎ모ㅗ)” 비뚤어진 시각을 가진 남성들에게 꼭 한 마디 하고 싶다. “순결한 당신, 돌을 던져라!”

배현정 기자

입력시간 2003/03/27 15:31


배현정 hjba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