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전쟁] '충격과 공포'의 신무기 성능 실험장

美 최첨단 무기, 이라크는 태산 앞의 쥐

미국의 이라크 공격은 문자 그대로 가공할 위력을 지닌 갖가지 신무기의 동원장이다. 이는 1991년 걸프전과 98년의 아프가니스탄전 등을 거치면서 정확도와 위력 면에서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개선된 화력으로 민간인의 희생을 최소화하면서 상대 지휘부의 전의를 상실하도록 하는 최신 무기 개발에 미국이 그동안 노력해온 결과다.

‘이라크 자유 작전’에서 새로이 선보이고 있는 무기 중 선두 주자로 꼽을 만한 것이 e-폭탄(고전력 극초단파 빔ㆍHigh Powered Microwave beamsㆍHPMs)이다. 미사일로 운반ㆍ투하되는 e-폭탄은 폭발 순간, 번개에 버금 가는 고에너지 전파를 발사해 반경 330m 이내의 모든 전자 장비를 순식간에 무력화시킨다.

이 무기는 인간을 대상으로 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앞으로의 전쟁 양상을 바꿔 놓을 수 있는 혁명적 무기로 평가 받고 있다.

e-폭탄은 사담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의 지하 벙커와 이라크 군 지휘소, 방공 시설, 대량 살상 무기 관련 시설, 후세인 일가족과 핵심 지도층의 아지트 등에 정밀 유도 폭탄과 함께 투하된다. 초기 개전 상황에서 e-폭탄이 투하됐다는 증거는 아직 없는 것 같다.


에너지조준 무기 첫 사용

e-폭탄이 실험 때와 같은 성능을 발휘한다면 적어도 지하 벙커의 전등이 꺼지면서 컴퓨터의 작동은 일체 중단된다. 또 전화가 불통되고 암흑 천지로 돌변할 것으로 보인다. e-폭탄은 이라크 지휘부를 ‘충격과 공포’에 몰아 넣기 위한 비장의 무기다.

이와 같이 인명 살상은 최소화하면서 군사 관련 장비만 파괴하거나, 인체에 고통을 유발하는 각종 ‘에너지 조준 무기(directed-energy weapons) 또한 처음으로 사용된다. 여기에는 전자ㆍ통신 장비 파괴용 극초단파 미사일을 요격하는 에너지빔, 신체에 고통을 주는 대인 극초단파 발사기 등이 포함된다. 그러나 이 같은 첨단 무기들이 사막의 모래 폭풍이나 대도시 시가전에서 얼마나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미군이 앞으로 전황에 따라 이번 전쟁에서 선보일 것으로 예상되는 첨단 무기들은 다음과 같다.

△공동 집적 공격탄(Joint Dierect-Attact MotionㆍJDAM): 98년 아프간 전쟁 때 부분적으로 사용돼 예상 밖의 위력을 떨쳤던 무기. 위성정보시스템(GPS)와 마이크로 컴퓨터가 장착돼 오차가 평균 3m가 채 못 되는 높은 명중률을 자랑한다. 다양한 크기의 일반 폭탄의 꼬리 부분에다 ‘스마트’ 기능을 장착한 것이다.

내장 컴퓨터가 폭격기나 GPS를 통해 파악한 목표물 위치를 정확하게 찾아 갈 수 있도록 해 준다. 원래 이 무기는 목표물 명중 오차가 13m로 설계됐으나 실제 아프간 전쟁에서 사용해 본 결과, 대부분이 목표물 3m 이내에 명중된 것으로 알려졌다.

또 가격도 저렴하다. 크루즈 미사일이 개당 100만 달러에 이르는 데 비해 JDAM은 2만7,000달러에 불과하다.

△무인 항공기(UVA): 현재 공군과 중앙정보국(CIA) 소속으로 보유하고 있는 ‘프레데터’와 ‘글로벌 호크’, 육군이 갖고 있는 ‘섀도’ 무인 첩보기 등이다. 아프간 전때부터 전장에 투입된 이들 무기는 목표 지역 상공을 정찰하면서 실시간으로 정밀한 정보를 제공한다.

특히 ‘프레데터’는 ‘헬파이어’ 공대지 미사일을 탑재해 원격 조종으로 목표물을 공격할 수도 있다. 실제로 2002년 11월 예멘에서는 알카에다 요원들이 탄 승용차를 요격해 성능을 과시했다. 이들 모두 정밀화와 성능에서 기능이 월등히 개선된 가공의 무기들이다.

미군은 또 이라크가 보유한 스커드 미사일 공격을 봉쇄하기 위해 최신예 미사일 요격 시스템인 패트리어트-3를 실전 배치해 전쟁 수행의 효율을 향상시키고 있다.

장갑과 사격 관제 장치를 개선하고 적외선 장비로 발사된 폭탄이 목표물에 명중되는 과정을 모두 지켜볼 수 있는 개량형-1A2 에이브럼스 탱크도 실전 배치했다. 6m 두께의 콘크리트 벽도 뚫고 들어갈 수 있는 GBU-27 벙커 버스터, 발전 시설을 무력화 시키는 블랙 아웃 폭탄, 대탱크용 BAT탄 등이 신무기 대열에 동참했다.

사실 개전 수일동안 이라크 전역에 퍼부어진 토마 호크 순항 미사일 1,000여기와 각종 폭탄 수천발만으로도 이라크 군의 전의는 충분히 꺾일 수 있다. 미국측은 이 같은 공격으로 무기 생산 시설과 지휘통제소 등 이라크내의 주요 군사시설은 전쟁 시작과 동시에 기능을 상실한 것으로 보고 있다.


첨단ㆍ재래 폭격기 융단 폭격

또한 바그다드 등 이라크 주요 도시에 대한 대대적인 공습에는 첨단ㆍ재래식 폭격기들이 총동원, 화력 경쟁에 가세하고 있다. 이미 성능이 검증된 나이트 호크 F-117A 스텔스 전폭기를 비롯, B-2와 B-1, B-52폭격기 등이 보여준 융단 폭격이 좋은 예다.

세계에서 가장 비싼 비행기인 스텔스 폭격기는 ‘스피릿’이라는 애칭으로 불리는 ‘보이지 않는 폭격기’로 1999년 코소보 전쟁에서 맹위를 떨쳤다. 적의 레이더를 피할 수 있는 스텔스 기능을 최대한 살린 1인승 스텔스 폭격기는 적의 통신사령부 시설 등에 대한 선제공격을 가하는 것을 주임무를 하고 있다. 스텔스 전폭기는 이번 전투에서도 이라크 방공망을 농락한 뒤 바그다드에 폭탄 세례를 퍼부었다.

B-2는 현대 무기 과학 기술이 집약된 최첨단 폭격기. 전파를 흡수하는 재료로 도장 처리된 부메랑 형태의 기체뿐 아니라, 고도 5만 피트(1만5,000km)에서 초음속을 유지하면서 토마호크 등 크루즈 미사일을 발사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춰 재래식 항공기 35대에 맞먹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B-2는 최근 바그다드 폭격에서 정밀 유도폭탄인 JSO W 등을 쏟아 부었다.

전폭기중 가장 빠른 B-1 폭격기는 60m의 저고도 비행으로 적의 레이더를 쉽게 피한다.

B-52폭격기는 등장한 지 반세기가 넘었지만 한 번에 31.5톤의 폭탄 투하가 가능해 융단 폭격에 가장 적합한 기종으로 이번 전투에서 다시 그 위용을 과시했다. 91년 걸프전 당시 이라크에 투하된 폭탄의 40%이상이 B-52에 의한 투하 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B-52의 출격은 곧 대규모 공습을 의미한다. 화력으로 본다면 이번 전쟁은 태산(泰山) 앞에 쥐 한 마리(鼠一匹)다.

장병욱 차장

입력시간 2003/04/01 1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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