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네마 타운] 선생 김봉두

情 앞에 무너진 '불량선생'
교육의 의미를 촌지에서 찾았던 일그러진 선생님 이야기

■ 감독: 장규성
■ 주연 : 차승원, 최민주,
이재응, 이지은, 김홍균
■ 장르 : 코미디, 드라마
■ 제작년도 : 2003
■ 개봉일 : 2003년 03월 28일
■ 국가 : 한국
■ 공식홈페이지 : www.bongdoo.co.kr

패러디 영화 ‘재미있는 영화’로 우리에게 독특한 첫 인상을 남긴 장규성 감독의 두번째 영화 ‘선생 김봉두’는 폐교 직전의 분교에서 그야 말로 ‘소수 정예’라 할 수 있는 전교 5명의 학생들과 선생 김봉두 사이에 일어나는 이야기를 다룬 교육 현장의 영화다.

한 나라의 가장 중요한 사업이자 기초인 교육 분야에서 나타나는 우리의 일그러진 자화상을 그린 이 영화에서 이야기를 끌어나가는 핵심은 바로 돈봉투. 현대적이고 세련되지 못한 김봉두 선생의 이름이 ‘하필이면 왜 봉두인가’ 하는 의문은 극중에서 모든 문제의 만능해결사인 돈봉투를 받아 챙기는 그의 행동을 통해 해소된다.

한국인이라면 돈봉투에 관한 흉흉한 소문 한 두개쯤은 이미 들어 보았을 것이다. 그러나 ‘스승의 그림자도 밟지 않는다’는 가르침과 박봉에 시달리는 선생님의 사정을 알기에 어린 마음에 감히 그 진상을 캐내 볼 생각을 한다던가, 불만을 가지고 있는 친구들 끼리 뜻을 모아 대규모 봉기를 한다던가, 아니면 상급기관에 투서를 한다던가 등을 하는 일은 상상조차 어려웠던 일종의 ‘터부’와도 같은 것이었다.

그러나 표현의 자유가 하늘을 찌르고 있는 오늘날 절대적 권위를 휘둘러 왔던 선생님도 이젠 비판의 대상이 되어 하나의 인간으로서 또, 하나의 직업인으로서 ‘선생 김봉두’에서는 표현되고 있다.

장규성 감독은 6년 전 TV에서 오지의 분교가 폐교되는 다큐멘터리를 보고 이 영화를 구상했다고 한다. 영화는 김봉두 선생이라는 한 캐릭터의 변화에 초점을 맞추면서 그 이면에 교육적인 내용을 담아내려고 노력했다고 연출의 변을 밝혔는데, 이는 아마도 선생님들에 대한 교육을 뜻하는 것이 아닐까.

이 영화의 홍보를 보고 언뜻 ‘코믹 영화’라고 규정해 버리기 쉬운데 실은 완전 웃기기 위한 코믹 영화라 하기엔 조금 난처한 면이 많다. 초반부에는 차승원 특유의 엉뚱한 표정과 어정쩡한 몸짓, 그리고 찌든 듯한 말투 등은 코믹성을 내포하고 있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영화의 내용은 점점 훈훈한 휴먼쪽으로 비중을 옮겨간다.


봉투받다 들통나 시골로 쫓겨나

서울의 한 초등학교에서 학부모가 주는 봉투에 따라 아이들에게 사랑을 배풀던 김봉두는 가르침에 있어서도 자습으로 일관하며 성의를 가지지 않는다. 룸살롱에서 술 접대를 받고 봉투를 받아 챙기는가 하면 학생들 학부모에게 전화를 걸어 상담할 것이 있다며 봉투를 종용한다.

물론 상담에 응하지 않거나 봉투를 내놓지 않으면 해당 학생은 각종 차별에 꼬투리를 잡혀 기합을 받는 등의 가혹한 시련을 겪어야 한다.

물론 김봉두는 그럴 수 밖에 없는 현실과 정당성 하나를 관객의 동정에 호소하는데 그것은 병석에 누워 사경을 헤매는 그의 아버지다. 선생의 박봉으로는 비싼 병원비를 감당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이 문제를 그는 촌지로 해결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렇게 봉투에 혈안이 되어 지내던 어느날 아침 회의시간. 느닷없이 학부모 몇 명이 교직원 회의실로 들이 닥친다. 허름한 복장의 그들은 촌지를 건네지 않은 학생들의 학부모들이었다. 봉투를 안 줘 애들을 차별하는데 발끈한 학부모들은 김봉두 선생을 강력하게 비난하고 이에 학교는 김봉두를 교직에서 내쫓으려 하지만, 우리의 ‘선생’ 김봉두는 역시 주도면밀했다.

교장선생님과 수익을 나누어 공범으로 끌어들이는 치밀함을 잊지 않았던 것이다.

겨우 해고를 면하고 학교측과 절충하여 끌어낸 방법이 산골 오지에 있는 폐교 직전의 분교에 교환선생으로 가서 1~2년간 근무하다 오는 것. 본격적인 이야기는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일단 발령을 받아 분교로 도착한 김봉두 선생은 까칠한 얼굴과 착잡한 한숨 섞인 줄담배로 모든 것을 대한다. 담배를 사려 해도 담배가게 하나 없고, 담배를 구하기 위해 겨우 수소문해서 간 곳에서 건네는 담배는 청자.

이곳에서 김봉두의 수업은 역시 ‘자습’. 수백만원의 카드대금 청구서와 병원비 청구서가 날아드는 판에 돈봉투는 고사하고 각종 채소, 김치, 과일 등을 나누어 주는 너무도 순진한 마을 사람들의 모습 또한 그에게는 불안 및 불만 요인이다.

하루하루를 갑갑한 심정으로 보내던 김봉두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다시 돌아가기 힘들지도 모른다는 위기의식을 느끼고 이에 대안을 강구하기 시작한다. 전교생이라야 5명뿐인 아이들을 종용해서 모두 전학가게 만드는데 성공한다면 조기에 폐교될 것이고, 자신은 다시 서울로 발령을 받아 돌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아이들 사랑에 녹아버린 가슴

그러나 도시보다 시골이 더 좋다는 아이들의 순진함에 더욱 더 답답해 하는 김봉두. 애초부터 책임감이나 사명감 따위는 없었던 김봉두는 아이들을 도시로 밀어내고 자유를 얻으려 하지만 아무런 내막을 모르는 아이들은 쉽게 밀려나가지 않고, 엎친데 덥친 격으로 서울서 한 학생이 전학까지 오는 바람에 그의 탈출 계획은 더욱 난관에 빠진다.

자신들을 밀어내려는 계략을 꾸미는 줄도 모르고 아이들은 선생님을 진심으로 좋아하고 따르게 된다. 그러한 모습을 본 김봉두는 서서히 아이들에게 정을 느끼기 시작한다. 후반부에서는 선생과 아이들간의 애틋한 정에 얽힌 이야기를 주로 그리고 있는데, 마치 초코파이 CF의 연장선상에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탈출계획을 실행하다 난관에 부딪히자 사표를 써서라도 산간에서 빠져나가려던 김봉두가 순수한 아이들과의 정을 뗄 수 없어 눌러앉기를 결심하게 되는 과정은 일반인들에게 진한 감동을 줄 뿐 아니라 선생님이라는 존재 가치에 대해 교육자들이 스스로 자신을 되돌아 보게 한다.

윤지환 영화평론가

입력시간 2003/04/02 15:35


주간한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