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와 오늘] 무엇이 잘못되었는가

제2차 걸프 전쟁이 2주째로 접어들고 있다. 모래폭풍이 잦아들자, 워싱턴, 뉴욕, 바그다드, 카이로, 다마스쿠스, 암만, 서울, 베이징, 도쿄 등에 반전, 참전 시위와 입 싸움이 한창이다.

부시 대통령은 “우리의 자유를 수호하고 다른 이들에게도 자유를 가져다 줄것”이라는 전쟁선포의 뜻을 잊은 듯 하다. “우리의 목적을 성취하는데 아무리 시간이 걸려도 우리는 승리 할 것이다. 이것은 시간표의 문제가 아니라 승리의 문제다.” (27일 블레어 영국총리와 회담 후)고 했다.

워싱턴 포스트는 “최고 사령관이요 하버드대 MBA출신 CEO인 대통령이 이번 전쟁을 작전 장군처럼 지휘한다”고 야유했다. 노무현 대통령은 “국익을 위한 전략적 파병”에 대해 국회의원 71명이 반대에 나서자 그 잘하는 설득을 피했다.

김수환 추기경이 28일 거들고 있다. “우리 정부가 북핵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해 발언권을 강화하자는 취지에서 파병 이야기가 나온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겉으로 보기에는 파병 얘기로 보이지만 그 안에는 평화해결의 뜻이 담겨 있다”고 했다.

‘무엇이 잘못 되었는가.’ 프린스턴 대학 중동역사학부 석좌교수로 있는 버나드 루이스 교수가 1938년 모교인 런던대학 강사에서 시작해 프린스턴 석좌교수가 되기까지 63년간 연구한 중동에 대한 모든 것을 요약한 수상집이다. 이 책은 유럽 등지에서 1986년 프린스턴대의 석좌교수가 된 후 일반인을 상대로 중동에 대해 강의한 내용과 그 동안 낸 14권의 학술서를 요약 정리한 것이다. 9ㆍ11 테러가 났을 때 이미 책의 원고는 완성되었고 그는 서문만 약간 손질해 이 책을 내 베스트 셀러에 오르기도 했다.

그러나 9ㆍ11 이후 부시 대통령은 “왜 중동인들은 미국에 분노 하는가. 왜 그들은 우리를 증오하는가”를 반성하기 시작했다. 그의 연설문 작성자의 한 사람인 데이비드 프럼(‘올바른 사람-조지 부시의 놀라운 대통령직’의 저자)은 루이스 교수가 11월 백악관에서 아프간 종전 후 다음 전쟁을 생각하는 백악관 참모들에게 ‘중동의 역사와 문화, 문명’을 새롭게 알려주었다고 밝히고 있다.

루이스 교수가 스스로 밝혔듯이 1986년부터 석좌교수로 있으면서 6명에게 박사학위를 주었고 이들은 텔아비브, 코넬, 미네소타, 미시간대에 등에 있고 석사의 상당수는 백악관 안보보좌관실에서 일하고 있다.

“그의 연구와 제자의 폭은 넓다. 특히 그는 전쟁을 하려면 진심을 전제해야 하는데 그는 백악관 강연에서 이를 명확히 했다. 그는 여지껏 미국이 중동에서 증오 받을 일을 했다는 시각이 잘못되었음을 알려 주었다. 중동에서의 전쟁에 참여하는 것이 중동을 돕는 것이라는 확신을 백악관 보좌관들에게 심어 주었다. 프린스턴에서 루이스에게 중동을 배운 이들은 워싱턴이나 백악관에 많다”고 프럼은 그의 책과 인터뷰에서 밝히고 있다.

루이스 교수는 ‘악의 축’의 발언이나 ‘자유를 심기 위한 이라크와의 전쟁’과 관련, 백악관에 영향을 미쳤음을 전혀 비치지 않고 “무엇이 잘못 되었는가”의 요점을 애틀랜틱 2002년 1월호에 짧게 요약했다.(부시의 국정연설은 이해 1월23일에 있었으며 이 잡지는 나와 있었다)

루이스 교수는 스스로 그의 책을 요약 하고 있다. “이슬람권은 이슬람을 중심으로 한 하나의 제국이다. 그들은 동양도 서양도 야만인, 열등민족으로 본다. 적어도 3세기동안 이베리아 반도, 이탈리아, 오스트리아, 인도 러시아 중국 변경까지 오스만 터키제국은 확대 되었지만 크리미아 전쟁이 끝난 이후에야 ‘무엇이 잘못되었는가’를 느끼며 혁명의 개혁에 나섰다.

그러나 그들의 개혁은 이슬람 사회 자체의 개혁이 아니고 이슬람 밖 제국주의의 침략을 탓하는 분격의 개혁이었다. 이슬람은 신념 자체에 자유, 과학, 경제발전에 장애 요소가 많다.

이슬람교도들은 이슬람교를 위해 무엇을 할 것이냐 보다 이슬람교는 교도에게 무엇을 해줄 것인가에만 몰두했다. 자유주의적, 합리적이 되려는 성직자들을 비난했다. 그들이 자유스러울 수 있었던 것은 광기 속에서 뿐이며 제국화 되기 전의 사상, 과학의 자유는 이슬람 기본주의, 군사독재주의로 나아갔다.

20세기 들어 대두된 사회주의, 민족주의에서 민족주의를 택해 독립 했지만 유일정당지배의 나치-파시스트형 국가사회주의가 이슬람 기본주의와 함께 21세기에도 엄존한다. 그들은 ‘누가 우리에게 이런 일을 했지’를 따지지 말아야 한다. 스스로 자유스런 국가를 만들기 위해서는 저주, 분노를 버려야 한다. 그래야 중동은 중세의 문명의 중심이 된다.”

루이스 교수의 “무엇이 잘못 되었는가”는 인간 자유에 대한 의지가 중동에 피어나지 못한 것이 잘못되었음을 요약한 것이라고 결론 내릴 수 있다. 그걸 미국은 중동에 심겠다는 것이고 한국은 이를 돕겠다는 것이다. 우리가 진심이라면 미국도 진심일 것이다. 그러면 이라크도 또 한번 잘못되기 전에 진심을 받아 들이는게 좋다.

박용배 언론인

입력시간 2003/04/04 15:41


주간한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