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력 男女의 환상적인 만남

새로운 사교문화 선도하는 '클럽 프렌즈' 파티

와인 잔을 들고 낯선 사람들을 만나 가벼운 인사와 함께 대화를 풀어가는 ‘사교 파티’. 영화에서나 보아왔던 서구식 파티 문화가 새로운 만남의 코드로 떠올랐다.

우선 친지나 친구들의 소개에 의존하는 어색한 만남을 굳이 갖지 않더라도, 얼마든지 멋진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는 점이 ‘쿨(cool)’한 만남을 즐기는 신세대의 입맛에 딱 맞아 떨어진다. 또한 다양한 사람들 속에서 사업이나 직장생활에 도움을 주는 행운의 파트너를 만날 수도 있으니 더욱 매력적이다.

3월의 마지막 토요일인 29일 오후 6시 서울 강남의 G호텔. ‘Party for Global Leaders’란 플랜카드가 눈에 띄는 파티 장소를 찾았다. 평소에는 쉽게 엄두를 내지 못했던 고급스러운 호텔 바의 입구에 이름표가 가지런히 놓여 있다.

국내 파티 전문 사교클럽의 교과서로 불리는 ‘클럽 프렌즈’의 200회 기념 파티장이다. 간단한 신원 확인 절차를 끝내고 나니 ‘오거나이저(organizer)’라 불리는 파티기획자가 자리를 안내해준다.

‘귀인’이 된 듯한 기분으로 안내를 받으며 6명이 함께 식사를 하도록 배치된 테이블에 자리를 잡고 앉으니 사람들이 미소를 지으면서 인사를 건넨다. “파티는 처음이세요?” “예” “인상이 좋으시네요. 어떤 일 하세요?” 가벼운 대화를 주고 받는 가운데 다소 어색했던 분위기가 부드럽게 풀린다.

저녁 만찬이 끝나고 스탠딩(standing) 파티가 시작되면서 밤은 무르익어 간다. 이내 식탁이 치워진 호텔 바 안에는 은은한 조명과 잔잔한 음악이 흐른다. 말끔히 차려 입은 회원들은 한 손에 와인 잔을 들고 다른 한 손에는 명함을 든 채 삼삼오오 모여 담소를 나눈다.

처음 파티에 참석한 사람들은 어색해서 쉽게 사람들에게 다가가지 못하고 한 쪽 구석에 머물러 있기도 한다. 그러나 이것도 잠시. 채 몇 십분이 지나지 않아 자발적으로 돌아다니며 서로 자연스럽게 자신을 소개하고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데 익숙해진다. 처음 보는 사람들과의 대면 접속을 즐기는 젊은이들이 늘어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날 초대 손님으로 파티에 처음 왔다는 최문정(디자이너ㆍ29)씨는 “디자이너로 일하다 보니 의류업계의 사람만 늘 만나게 된다. 이번 기회에 인맥도 넓히고 멋진 이성 친구도 사귀고 싶다. 파티하면 굉장히 특별한 사람들만 가는 곳 인줄 알았는데 소탈하면서도 다양한 부류의 사람들이 많아 오히려 편안하다”고 말했다.

30대 미혼인 이모씨는 올해 초 클럽 프렌즈에 가입하면서 매 주말마다 겪어온 고민거리를 덜었다. 애인이나 친구가 없어도 혼자서 부담 없이 놀러 가서 즐길 곳이 있다는데 크게 만족해 했다. 그는 “평소에 아무리 만나려고 노력해도 쉽게 접하기 어려운 다양한 직종의 사람들을 놀면서 만날 수 있어 좋다. 매번 파티 때마다 항상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게 되는 점이 특히 흥미롭다”고 말했다.

파티에서 참석한 사람들은 한정된 시간 안에 두루 많은 사람들을 만나기를 선호한다. 만남의 형태도 1:1이 아닌 소그룹으로 이뤄지는 것이 특징. 짧은 시간 안에 여러 사람들에게 자신을 알리기 위해서는 본인에 대한 확실한 자신감이 필수적. 따라서 특정 상대를 소개받는 ‘소개팅’을 좋아하는 사람들보다 괜찮은 조건의 사람들을 두루 만날 수 있는 ‘미팅형’ 만남을 즐기는 사람이 파티형 문화에 적합하다.

이날 파티에 참석한 사람은 무려 300명. 발 디딜 틈이 없이 몰려든 회원들은 20~30대의 젊은이들부터 40~50대 기혼 직장인들에 이르기까지 연령에 구애 없이 더불어 어울렸다. 20~30대의 미혼 젊은이들은 주로 사교를 위해 파티를 즐기고 30~40대 직장인들은 인적 네트워크 구축과 비즈니스를 위해 파티에 참가한다. 85학번이라는 가정의학과 의사는 “젊은 친구들과 만나면서 신세대 감각을 익힌다”고 말했다.

이 클럽의 임정선 기획이사는 “기혼 회원이 약 20%를 차지하고 있으며 갈수록 40대 이상의 나이 드신 분들의 문의가 많아지고 있다. 젊은이들보다도 여가를 즐길 곳이 더욱 마땅치 않은 중년 분들이 새로운 놀이문화를 원하는 경향이 높아지는 같다”고 말했다.


신청자 쇄도, 물관리에 신경

올해로 설립 6년째를 맞는 사교클럽 ‘클럽 프렌즈’의 정식 회원은 약 1,000여 명. 온라인 회원은 5만 여명을 넘어선다. IMF 직전인 1997년 10월 서울대학교 경영학과 대학원생인 하승호(현 클럽프렌즈 대표)가 ‘프렌즈’라는 이름으로 서울대 석사 과정생들과 함께 파티 ‘천지개벽’을 연 것이 그 시초다. 하루에도 수십 통의 가입 문의가 쏟아질 정도로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이 같은 클럽의 인기는 회원제 운영시스템의 생명이라 할 수 있는 소위 ‘물’ 관리에 있다. 1년 회비 45만원이란 만만찮은 가격에도 하루 평균 20 여명의 회원 신청자들이 몰려 드는데, 이중 2~3명만이 정회원으로 선발된다. 선발 절차는 총 3단계.

전화 인터뷰를 거친 뒤 개인에 대한 소개를 담은 에세이 심사를 하고 마지막으로 대면 인터뷰를 한다. 직업, 외모, 성격 등의 종합적인 평가에서 가장 중요한 사항은 사교성. 이 클럽의 최문주 오거나이저는 “학벌이나 직업 등에 지나치게 우월감을 가진 경우나 반대로 열등감이 있을 경우는 회원 가입에서 제외된다”고 설명했다.


귀족클럽 비판, 평범한 차림새가 주류

까다로운 심의 절차 때문에 일부에서는 ‘귀족 클럽’이라는 비판도 인다. 상류층들의 사치 문화로 비춰지는 것이다. 실제 회원들 가운데는 듀오나 선우 같은 결혼정보업체에서 ‘노블 클레스’로 분류하는 직업과 재력을 가진 사람들이 상당수다. 그러나 평범한 대학생이나 직장인도 거리낌 없이 어울린다.

파티 참가자들의 의상도 대부분 수수하다. 간혹 가슴이나 등이 파인 화려한 파티복을 걸친 멋쟁이들이 눈에 띄었지만 거의 말쑥한 정장을 걸치고 오는 정도. 파티 기획자들에 의하면 ‘블루진 파티’ 등 모임의 주제가 특정한 의상을 요구하지 않을 경우 자기 만의 멋이 돋보이도록 깔끔하게 입으면 된다고 한다. 호텔이나 고급 클럽에서 진행되는 파티라면 남성은 정장, 여성은 실크 소재의 원피스로 분위기를 연출하는 것이 보통이다.

누드 크로키, 낙태 반대 캠페인 파티 등 매주 테마 파티를 마련하는 클럽 프렌즈의 변하지 않는 테마는 “학연ㆍ지연ㆍ혈연을 떠나 자신과는 아무런 연고가 없는 사람들과 새로운 커뮤니티를 형성하는 사교”이다. 회원들은 “자신을 솔직히 표현하기를 꺼리지 않는 외향적ㆍ적극적 성격의 소유자라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인터뷰] 구분선, "신뢰할 수 있는 사람 만나서 좋아요"

“강한 매력을 지닌 사람들과의 만남이 가슴을 설레게 해요.”

프리랜서 일러스트레이터(illustrator)인 구분선(33)씨는 클럽 프렌즈에 가입한지 3개월된 새내기이다. 그럼에도 한 달에 두 차례씩 꼬박 파티에 참석하며 지금 클럽의 매력에 푹 빠져 있는 상태다. 몇 달 전 결혼 정보회사에서도 가입 상담을 받았다는 그녀는 “한 사람씩 정해서 만나는 결혼 상대 주선보다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을 두루 만날 수 있는 파티 문화에 더욱 끌렸다”고 말했다.

활발하고 솔직한 성격의 구분선씨는 주위에 친구가 많은 편. 하지만 “일 때문에 낯선 사람을 만나는 것을 제외하면 계속 알아왔던 사람들만 만나게 된다. 새롭고 다양한 만남을 갖고 싶어 클럽을 찾았다”고 가입 이유를 밝혔다.

아동서적에 주로 작품을 발표한다는 구씨는 늘 동화 같은 이야기 속에 묻혀 살아서인지 나이에 비해 유난히 앳된 모습이다. 또한 발랄한 성격을 지녀 대화 상대들을 즐겁게 해주는 덕분에 파티에서 인기가 높은 클럽의 모델이 됐다.

쾌활한 이미지처럼 민소매 배꼽 티에 청바지를 걸친 모습도 무척 경쾌하다. 인도에서 구입했다는 1,500원 짜리 스카프에 친구에게 공짜로 얻은 배꼽 티, 동대문에서 구입한 바지(4만 5,000원)와 구두(6만원 구두)가 이날 베스트 드레서로 주목 받은 그녀의 스타일.

“파티라고 해서 요란하게 입는 게 능사가 아니다. 화려한 스타일이 아니라 자연스런 본인의 멋을 살리는 게 세련된 드레스 코드의 기본”이라고 말했다.

현재 파티에서 만난 사람들과 소그룹 모임도 갖고 있다는 그녀는 “대화가 잘 통하는 사람과 만나 결혼하고 싶다”고 환하게 웃었다.


파티 제대로 즐기는 법

1. 먼저 다가가라.

- 남이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 지나치게 의식하지 말고, 솔직 담백하게 다가가라.

2. 같이 온 친구와 독립적으로 행동하라.

- 일행과 어울리다 보면 새로운 사람을 만나기 어렵다.

3. 호형호제 하지 마라.

- 아무리 친해져도 반말을 하거나 나이 어린 사람에게 심부름을 시켜서는 안 된다. (회원 자격 박탈 사항) 인격 대 인격의 만남임을 기억하자.

4. 명함은 가급적 아껴라.

- 자신을 꼭 기억에 남기고 싶은 사람에게만 줘라.

배현정기자

사진 임재범 기자

입력시간 2003/04/06 12:52


배현정 hjba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