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미의 우리풀 우리나무] 광릉요강꽃

숲을 숲답게 만드는 초록요정

이제 우리식물에 대한 인식이 많이 달라졌나 싶었는데 며칠 전에도 제주도에서 솔잎란 등 법적으로 보호하는 식물을 몰래 가져 나오다 적발되는 일이 있었다. 광릉요강꽃도 이러한 사람들의 등살로 이 땅에서 살기 어려워 하는 대표적인 풀이다.

이름도 독특한 광릉요강꽃. 이 꽃은 난초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 풀이다. 난초과에서도 희귀하고 까다로우며 독특한 모양으로 유명한 시프리페디움속(Cypripedium)에 포함되며 잎이 독특한데 마치 치맛자락을 펼쳐 놓은 듯 한 큼직한(10~20㎝ 정도)모양으로 자루도 없이 줄기에 거의 마주보고 두 장 달려 시원하고 보기 좋다.

봄에 피는 꽃은 더욱 특별하다. 줄기 끝에 한 송이씩 달리는 큼직한 꽃송이는 길이가 5~8㎝될 정도로 고개를 숙인 또는 옆을 보는 듯 달려 있다. 가장 특별한 것은 순판(난초과 꽃잎의 아랫부분의 꽃잎을 특별히 혀 모양이라고 하여 그리 부른다)이 부풀은 주머니처럼 혹은 이 식물의 이름에서 짐작할 수 있는 듯한 모양을 하고 있으니 한 번 보면 절대 잊지 못한다.

게다가 꽃의 빛깔도 지극히 자연의 색깔이지만 꽃에서는 보기 어려운 연녹색에 갈색에 흰색에 연분홍빛도 도는 한마디로 표현하기 어려운 독특한 빛깔이어서 더욱 특별하다.

이렇게 보기 만해도 신기한 모습을 가지고 있는데다가 식물에 대한 가치를 한층 높혀 준 것은 그야말로 이 식물의 희소성이다. 우리나라말고도 일본, 중국, 대만 등에서도 분포하는데 유독 우리나라에서는 아주 아주 희귀하다.

이름을 보고 짐작하였겠지만 이 식물이 처음 발견된 것은 광릉의 숲이다. 그래서 이 식물이 이곳 특산이라고 말하는 이도 있지만 그렇지는 않다. 중부에서 중 남부의 몇몇 산에 분포하는 것이 확인되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숲의 여건이 변화하는데도 원인이 있지만 희귀난초를 수집하는 도굴꾼들의 의해 이러한 식물들이 발견되는 즉시 캐어져 나가 자생지에서 남아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얼마의 돈에 양심을 판 도굴꾼, 희귀한 난초면 반드시 자신이 소장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편집증적인 수집가들에 의해 대부분의 자생지는 사라졌거나 사라질 위기에 있다.

그래서 이 식물은 자연환경보전법의 멸종위기종에 해당되고 이를 훼손하거나 가지고 있어도 어머어마한 벌금을 내야한다.

그런데 문제는 이렇게 캐어져 나간 것의 대부분은 재배조건도 까다롭고, 토양내 균과도 관계가 있으며, 인공증식도 어려워 3년을 넘기지 못하고 모두 죽어버린다는 것이다.

알리면 없어지는 우리의 현실에서 오늘 이 꽃을 소개하는 것은 우리 주변에서 이 식물의 중요성을 모른 채 산에서 발견하고 캐내어 자신도 모른 채 법을 어기는 되는 일도 막고 혹시 아직 알지 못하는 자생지를 찾을 수도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해서이다.

하지만 이 글을 보고 이 식물을 캐내 몰래 팔면 돈이 되겠다고 생각한다면 이도 오산이다. 중국에서 들어온 개체들이 싼값에 팔리고 있으며 희소성과 독특함은 크지만 일반인들의 입장에서 보자면 꽃피는 기간도 짧고 어려운 한마디로 재미있게 키우기 어려운 식물이기 때문이다.

광릉복주머니란, 부채잎작란화라고도 하고 영어로는 숙녀의 슬리퍼(Japanese lady`s slipper)란 이름을 가진다. 한방에서는 선자칠(扇子七)이라고 하여 약으로 쓰는데 해독, 진통등에 쓰인다.

이유미 국립수목원 연구관

입력시간 2003/04/06 1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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