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女 + 美] '가족'이라는 알싸한 가슴앓이

■ 제목 : 가족상 (Family Group)
■ 작가 : 헨리 무어 (Henri Moore)
■ 종류 : 브론즈
■ 크기 : 150.5cm x 118cm x 75.9cm
■ 제작년도 : 1948-1949

길지 않는 삶이지만 우리들은 살아가는 동안 내내 크고 작은 선택의 갈림길에 놓이게 된다. 그 때의 판단의 근거는 저마다 다를 수 있고 같은 사람이라도 처해진 상황에 따라 다른 것을 선택할 수가 있다. 하지만 이 보다 중요한 것은 나 자신의 판단으로 내린 행위의 결과가 다른 사람의 동의는 얻지 못할지라도 불행으로 이끌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포스트 모더니즘 시대로 대변되는 현대미술은 각기 다른 이론과 해석의 범람으로 일반인들의 마음을 모으지 못하는 난제에 부딪쳐 왔다. 쉽게 다가오는 예술이 아니라는 점과 그것을 지지하는 이론들을 무작정 믿고 따라오기를 무언 중에 강요 당하기 때문에 예술에는 문외한이라고 자처하는 사람들은 현대미술 작품을 볼 때 밀레의 그림 앞에 선 것 같은 편안한 마음이 되진 않는 듯 싶다.

만일 자신이 그런 사람이라고 느껴진다면 돼지 꿈을 꿨으니 운이 좋겠구나라는 식의 다수에게서 인정받고 공통화한 내용을 우선 받아들이는 것이 여유 있는 감상의 한 방법이 될 것이다.

다양한 주제로 각기 다른 재료의 개성을 살려 낸 헨리 무어의 조각세계는 추상적 형태의 거대한 조형물에서 아기자기한 느낌의 가족상에 이르기까지 극히 다른 성향의 광범위한 연출이 돋보인다.

무어는 자신의 작품이 정확히 무엇인지 설명하기를 꺼려했는 데 이는 일생 동안의 관심이었던 자연과 인간과의 조화로움이나 인간본성의 회복 같은 주제를 보는 이에게 강요하기 보다 신비한 매력으로 남기고 싶었기 때문이 아닐까?

그는 자연과 인간의 생명력을 살리기 위해 작품이 실제 놓이게 될 자연과의 어우러짐을 늘 고려했는 데 ‘가족상’에서도 그 흔적이 잘 나타나 있다. 그의 작품의 또 다른 특징은 입체적 조형물과 그와 함께 생기는 빈공간을 의도적으로 창출했다는 점인데 인간과 자연과의 유기적 구조로써 강한 연대감이 느껴진다.

‘가족상’에서 각기 다른 곳을 응시하는 독립된 주체는 서로를 보호하듯 감싸고 가족이라는 이름의 아름다운 운명을 자연과 함께 나누고 있다.

장지선 미술칼럼니스트

입력시간 2003/04/07 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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