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수 훤하게 삽시다] 술은 깊고 달콤한 잠의 훼방꾼

취침 전 습관적 음주는 금물, 일정한 기상시간 지키는 것이 좋아

인간이 느끼는 많은 고통 중에서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하는 불면의 고통이 큰 부분을 차지합니다. 오늘은 지난 시간에 이어 보다 질이 좋은 잠을 잘 자기 위한 방법들에 대해 이야기 해볼까 합니다. 현대의학에서는 이를 수면위생(Sleep Hygiene)이라고 하는데 숙면을 취하기 위한 여러 가지 생활습관에 관련된 내용들입니다.

수면위생의 첫번째 지침은 취침시간에 관계없이 기상시간을 일정하게 지키는 것입니다. 전날 아무리 늦게 잠자리에 들었어도 기상시간이 일정해야 다음날 수면에 지장을 받지 않습니다. 기상시간이 30분만 달라져도 인체는 불편함을 느낍니다. 만약 기상시간을 앞으로 당기고 싶다면 최소한 일주일에 걸쳐 20~30분 정도씩만 앞당겨야 합니다.


적당한 실내온도 유지

두번째는 적절한 실내온도와 습도를 유지하는 것입니다. 너무 덥거나 추운 환경은 숙면을 방해하기 때문이지요. 일반적으로 숙면에 좋은 실내온도는 18~20℃ 정도로 알려져 있습니다. 수면 중의 체온은 활동할 때보다 1℃ 정도 떨어지는데 이는 저온상태가 수면에 알맞은 생리환경인 것을 말해줍니다.

그렇다고 너무 춥게 자면 근육이 경직이 되어 자고나도 몸이 찌뿌듯할 수 있습니다. 습도 역시 온도 못지 않게 중요합니다. 한국에서 7, 8월에 많은 분들이 불면증으로 고생하는데는 단순한 고온의 영향 뿐만 아니라 지나치게 높은 습도의 영향이 많습니다. 일반적으로 신체에 가장 좋은 실내습도는 55~60% 정도입니다.

세번째는 배가 너무 고프지도 않아야 하고 너무 부르지도 않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적당하게 배가 부르면 부교감신경을 자극해 자연스런 수면을 유도합니다. 다만 소화가 잘 되지 않는 질긴 음식은 금물이며 이뇨작용이 있는 수박, 멜론 같은 과일과 맥주는 피해야 합니다. 수면에 좋은 식품으로는 지난 호에서 칼슘이 풍부한 우유를 추천해 드렸습니다.

반면 과자, 쵸콜릿, 사탕, 케익과 같은 체내로 빨리 흡수가 되는 단당류는 대뇌를 자극하기 때문에 수면을 방해할 수 있습니다.

네번째는 운동에 관한 내용입니다. 운동은 한꺼번에 많이 하는 것보다 규칙적으로 하는 것이 수면에 도움이 됩니다. 운동시간 역시 불면증이 있는 경우에는 가급적 오전에 하는 것이 좋습니다. 왜냐하면 늦은 시간의 운동은 교감신경을 흥분시켜 숙면을 방해하기 때문입니다. 만약 운동을 저녁시간 밖에 할 수가 없다면 격렬하거나 강한 운동 보다는 가벼운 산책이나 맨손체조가 수면을 유도하는데 적절합니다.

다음은 목욕입니다. 취침전의 목욕은 근육과 신경을 이완시켜 수면을 유도하기에 좋습니다. 그러나 물의 온도가 너무 뜨겁거나 냉탕과 온탕을 교대로 드나드는 목욕은 교감신경을 흥분시키기 때문에 피해야 합니다. 체온 보다 약간 높은 미지근한 물에서 10분 내외로 목욕을 하는 것이 수면에 가장 적절한 목욕 방법입니다.

술과 담배도 수면에 많은 영향을 미칩니다. 많은 분들이 술을 마시면 숙면을 취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요. 물론 알콜이 잠이 잘 들게 도와주지만 깊고 질이 좋은 잠을 자는 데는 오히려 방해가 됩니다.

즉 술을 마시고 자는 잠은 수면의 질이 나쁘다는 뜻입니다. 소량의 술이니 괜찮을 것이라 생각하지만 습관적으로 술을 마시고 잠을 자게되면 불면증 외에 알콜중독까지 생깁니다. 불면증 환자가 알콜중독이 생기는 경우는 독한 술 보다 포도주와 같은 약한 술을 습관처럼 소량씩 취침 전에 마시는 것에서부터 시작됩니다.

물론 소량의 포도주가 심장에 도움이 되는 고밀도 콜레스테롤을 증가시켜 동맥경화를 예방하는데는 좋지만 이를 불면증에 사용해서는 안된다는 뜻입니다. 술과 더불어 담배도 수면에 방해가 됩니다. 커피의 카페인이 중추신경을 자극하는 것처럼 담배 속의 니코틴도 중추신경을 자극해서 숙면을 방해하기 때문입니다.

여러 가지 수면과 관련된 행동요령 중에서도 느긋한 마음으로 수면에 임하는 태도가 중요합니다. 잠이 오지 않는데도 잠자리에 누워 잠이 오기를 애타게 기다리는 것은 불면증을 더욱 악화시키기 때문입니다. 졸음이 오지 않을 때는 잠자리에 누워서는 안됩니다.

왜냐하면 잠자리에서 불면증으로 인해 오랜시간 뒤척이는 행동이 습관화되면 수면을 취할 수 있는 신체적인 조건에서도 과거의 조건화된 행동양식들에 의해 습관적으로 불면증에 시달리게 되고 ‘잠자리는 불면으로 고생하는 자리’라는 인식이 강하게 형성이 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잠자리에서는 잠자는 것과 성행위 이외에는 어떤 행동도 해서는 안됩니다. 음식을 먹는다거나 신문이나 텔레비전을 보는 행동도 하지 않아야 하며 직장일을 걱정하거나 골치아픈 생활사에 대한 생각을 하는 것도 금물입니다. 잠이 오지 않으면 거실이나 서재에서 음악을 듣거나 책을 읽는 등 다른 일에 집중하고 있다가 잠이 올 때 바로 잠자리에 들어야 합니다.


낮잠은 30분 넘지 말아야

마지막으로 낮잠에 관한 내용입니다. 점심식사 후에 몰려오는 잠은 실제로 수면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하고 하루 종일 정신적인 스트레스에 시달려야 하는 직장인이나 수험생들의 뇌의 피로를 줄이는데는 도움이 됩니다. 보통 밤에 자는 수면은 수면의 1단계부터 4단계까지를 서너 차례 반복하는 수면 싸이클을 모두 가집니다.

그러나 낮잠은 밤에 자는 수면과는 달리 아주 얕은 1~2단계 정도의 수면단계까지만 잠이 들기 때문에 근육이완 등 육체적인 피로까지 회복하기에는 부족합니다.

만약 그 시간이 30분이 넘어가면 3단계 수면까지 들어가게 되고 이 때 깨어나면 오히려 더 많이 피곤하고 정신이 맑지 못하며 밤에 깊은 수면을 취하는데도 오히려 방해가 됩니다. 따라서 낮잠은 아주 짧게 정신적인 긴장을 완화시키는 정도로만 자는 것이 좋습니다.

입력시간 2003/04/09 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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