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섭의 한의학 산책] 아로마테라피와 꽃의 효능

아무리 작은 꽃이라도 꽃은 꽃이다. 꽃은 아무리 멀리 있어도 눈에 띈다. 꽃이 피는 것을 단순히 종족 번식을 위한 전초전쯤으로 생각할 수도 있지만, 꽃에는 그보다 큰 의미가 있다. 꽃이라는 것은 그 식물의 얼굴이 되고, 마음이 되고, 심지어는 성격도 반영한다. 벚꽃이 피고 지는 것을 보면서 우리는 벚나무가 어떤 존재인가를 알 수 있다.

서양에서는 꽃이 가진 특징과 관련된 전설에 따라 꽃말을 붙였는데, 개나리는 순결, 깨끗한 마음을 뜻하고, 벚꽃은 순결, 담백함을 의미하고, 진달래는 신념, 청념, 절제, 목련에는 은혜, 존경, 자연 사랑의 의미가 담겨있다.

이외에도 미덕, 불같은 사랑, 짝사랑, 배신, 밀회, 정열, 사랑의 노예, 소박한 마음, 비애, 영원한 사랑 등등 사람의 감정이나 덕목들이 꽃마다 붙어 있다. 그래서 그런 것인지, 사람들은 자신의 슬픔이나 기쁨, 사랑, 우정 등을 표현할 때 꽃의 힘을 빌린다.

꽃이 가지는 좋은 점은 비단 이 뿐 아니다. 어떤 꽃들은 훌륭한 치료제로 사용된다. 한약 중에서 금은화라는 꽃은 기침을 멈추고, 농을 제거하며, 염증을 치료하는 효용을 가진 약이다. 민들레는 풍열(風熱)을 제거하고, 종기를 치료하고 열을 내려주고, 괴화(槐花)에는 지혈시키는 효용이 있다. 선복화는 가래를 없애주고, 능소화는 자궁근종 및 각종 부인병에 쓰인다.

먹는 약으로 뿐 아니라 그냥 곁에 두는 것만으로도 치료 효과를 나타내는 것들이 있다. 안개꽃을 실내에 두면 주변을 차분하게 만들어줘서 잠자는데 도움이 된다. 도라지꽃은 초조하고 불안한 마음을 안정시킨다. 난과의 덴파레는 꽃이 피면 은은한 향을 내는데, 스트레스성 천식에 효과가 있다고 한다. 블루스프레이는 기운을 돋궈주며 식욕이 항진되는 것을 가라앉힌다.

고사리는 긴장감을 완화시키며 면역력을 높이고, 장미꽃의 은은한 향기는 피로를 풀어주고, 사람을 명랑하게 만든다고 한다. 마가렛은 열을 내리며 독소를 해소시키고 가슴이 두근거리거나 숨이 차는 사람에게 향기를 맡게 하면 진정효과가 있다. 썬더쏘니아는 몸과 마음을 따뜻하게 해주며, 아카시아는 감기로 인한 식욕부진이나 구역, 구토증에 도움이 된다. 프리지아 향기는 혈압을 내리는 효능이 있고, 튤립은 초조한 기분을 진정시키고 불안을 해소해준다.

이 세상의 모든 동식물은 약으로 쓰일 수 있다. 약으로 쓰일 수 있다는 얘기는 자기만의 독특한 성질을 갖고 있다는 말과 같은 의미이다. 어떤 병에는 어떤 식물의 뿌리가 쓰이기도 하고, 어떤 병에는 줄기가 쓰이기도 하고, 어떤 병에는 잎이 쓰이기도 하는데, 이 또한 용도가 다르다.

뿌리는 아래에 있으면서 영양분과 수분을 흡수해서 저 위에 있는 줄기 끝까지 보내는 힘이 있기 때문에, 상승작용이 강하고, 줄기는 소통시키는 능력이 있어서 소통이 안 되는 병에 쓴다. 씨앗은 하강하는 성질이 있어서 기운을 밑으로 내려줘야 할 때 쓴다.

꽃은 언제 쓸 수 있을지 생각해 보면, 무엇인가 뜻을 펼치지 못했을 때, 자신의 본성을 드러내지 못해서 나타나는 병에 쓰일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 인체에 있어서 얼굴을 꽃으로 본다면 얼굴의 병에 꽃을 쓸 수도 있을 것이다.

이렇게 꽃은 쓰이는 곳이 많지만, 뭐니뭐니해도 사랑하는 사람의 마음을 기쁘게 하는 데 쓰는 꽃이 세상에서 가장 효력을 발휘하는 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입력시간 2003/04/09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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