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나미의 홀인원] 부모의 역할과 재능

나이에 걸맞지 않는 그윽한 눈동자, 동양적인 작은 코, 앙증맞은 치아 교정, 갸름한 얼굴. 4살 때 100야드를 날렸고 13살의 어린 나이에 프로 선수들도 통과하기 힘든 메이저대회에 출전해 톱10에 들었다. 한국 골프의 샛별 미셸위(위성미)다.

나비스코챔피언십 마지막 날 갤러리들의 모든 눈은 위성미에게 쏠렸다. 안타깝게도 3위권 안에 들어오다가 퍼팅이 급격히 흔들리면서 9위로 마감했지만 그래도 훌륭했다. 한국 골프의 위상을 다시 한번 세계에 떨쳤다.

위성미 못지 않게 두각을 나타내는 선수가 또 한명 있다. 바로 김초롱(크리스티나 김)이다. 김초롱은 위성미와는 대조적인 선수다. 거침없는 말투, 풍부한 표정, 발랄한 걸음걸이, 자신을 과감히 표현하는 몸짓. TV를 보면서 김초롱은 한국의 도티 페퍼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향적 플레이 스타일의 위성미, 과감한 외향적 성향의 김초롱. 둘은 어린나이에 세계 최고의 무대라는 미국 LPGA에서 성공의 발판을 만들었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갖고 있다.

쌍둥이 자매인 언니 송아리의 최소 메이저대회 기록을 위성미가 경신하듯 미국 LPGA는 한국 선수들이 세운 기록을 다시 한국 선수들이 깨는 진기록을 만들어 가고 있다. 몇 년 뒤에는 위성미가 박세리 선수의 명예의 전당 기록을 깨지 않을까 싶다.

TV 중계를 통해 위성미의 활약상을 보면서 자녀에게 골프를 시키고 싶어하는 부모들이 더 많아 질 것 같다. 골프는 어느 시기에 시작하는 것이 좋을가. 자녀에게 골프를 가르치는 부모라면 대부분 ‘언제 우리 아이를 골프 유학을 보내야 할까’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열악한 한국 실정에서 위성미처럼 4살 때부터 골프를 시키는 것은 어렵다. 요즘 4~5살 어린 아이들은 각종 과외수업을 하느라 웬만한 대학생들보다 바쁘다. 더구나 4살이라는 어린나이부터 골프를 시작하는 것이 결코 바람직하지도 않다. 어린 아이는 근육이 없기 때문에 스윙을 해도 언제나 바람에 꽃줄기가 흔들리듯 중심 잡기에 급급하다. 너무 어린 나이에 하면 골프에 대한 흥미를 반감 시킬 수 있다.

현재 미국에서 골프를 일찍 시작한 선수들의 공통점은 자녀를 꼭 박세리처럼 만들겠다는 의도 보다 취미로 즐기다가 선수로 전향한 경우다. 그래선지 이들은 한국 선수들보다 구력은 긴 편이지만 마인드 자체가 스스로 골프를 해야겠다는 인식이 한국에서 골프를 한 선수들과 차이가 난다.

위성미의 부모는 그녀가 골프가 아닌 다른 길로 가도 대찬성이라고 할만큼 여유 있는 사고방식을 가졌다. 사실 자녀에게 골프를 시키면서 다른 길로 갈 수 있다는 생각을 갖는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우리나라 부모들은 ‘한번 시작했으니 뿌리를 뽑아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그것이 오히려 골프를 하는 자녀들을 더 숨막히게 한다. 부모가 그런 마인드를 가지면 표현을 안 해도 자녀는 느낀다.

위성미나 김초롱처럼 어린 나이부터 골프를 잘하려면 부모의 노력이 크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때로는 자녀의 기를 살려줘야 하고, 때론 잘해도 꾸짖으며 심리적인 컨트롤까지 관리를 해줘야 한다. 그래서 부모는 대회 때마다 싸우면서 다니는 감시자가 아니라, 함께 여행을 다니는 동반자라는 이미지를 살려줘야 한다.

적지않은 아마추어 선수들이 부모와 함께 대회에 가면 부담스러워서 게임이 잘 안 풀린다고 하소연하는 경우가 있다. 그만큼 어린 골퍼들에게 부모의 영향은 크다.

박세리는 물론이고 위성미나 김초롱 모두 부모님이있었기에 그 자리까지 올라갈 수 있었던 것이다. 이런 역할까지 감수할 수 있다면 자녀를 골프 시킬 자격이 있다. 단지 어린 시절 한 순간의 막연한 재능만 보고 자녀에게 골프를 시킨다면 매우 위험하다. 골프계는 생각보다는 무척 험난한 곳이다.

박나미 프로골퍼·KLPGA정회원 올림픽 콜로세움 전속 전 국가대표

입력시간 2003/04/09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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