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의 인맥] 흔들림 없는 '재경 마피아'

범 재경부 인맥 요직 장악, 학계 인맥과 양대축 형성

노무현 정부의 경제팀에서는 ‘범 재정경제부 인맥’의 대거 발탁이 가장 두드러진 특징이다. 새 정부 초대 장관급에 옛 경제기획원(EPB)과 재무부(MOF) 등 범 재경부 출신 관료가 무려 6명이나 포진했다. 차관급에서도 재경부를 친정으로 삼는 이들이 무려 8명에 달한다.

이들은 대부분 EPB와 MOF가 통합해 만들어진 ‘공룡 부처’ 재정경제원(1994~97년)에서 한 솥 밥을 먹었다. 과천 관가에서는 “정권이 바뀌어도, 세월이 바뀌어도 ‘재경 마피아’는 영원하다”는 얘기가 우스개로 나돌 정도다.

옛 재무부 인맥을 일컫는 ‘모피아(MOF + MAFIA)’ 세력의 양 축은 경제팀 수장인 김진표 부총리 겸 재경부장관과 윤진식 산업자원부장관이다. 행시 13회인 김 부총리는 재무부 세제심의관, 재경부 세제실장을 거친 대표적인 세제통. 1급인 세제실장에서 외청장을 거치지 않고 곧 바로 재경부 차관으로 승진하는 등 승승장구를 거듭했다.

특히 세제실장 재직 시 당시 해양부장관이던 노무현 대통령으로부터 두터운 신임을 받은 것은 두루 알려진 일. 김 부총리보다 한 기수 선배인 윤 장관은 1997년 대통령 비서실 조세금융 비서관으로 있을 때 경제수석을 제치고 외환 위기 가능성을 대통령에게 직접 보고했던 일화로 계속 회자되는 인물이다.


좌 진표 우 봉흠, 모피아인맥 위력

여기에 뒤늦게 맏형 격인 이정재 금융감독위원장이 가세하면서 모피아 인맥의 위력을 다시 한번 과시했다. 이 위원장은 대학 졸업 후 한국은행에 들어간 뒤 행정고시(8회)에 합격했지만 계속 한은에 남아 일하다가 재무부 과장으로 특채, 경제 관료 생활을 시작한 특수한 케이스.

이경재 전 기업은행장, 이명재 전 검찰총장 등과 ‘3형제 파워’를 과시해 온 그는 선비형으로 재무부 이재국장, 금감위 부위원장, 재경부 차관 등 요직을 두루 거쳤다.

박봉흠 기획예산처장관과 최종찬 건설교통부장관은 새 정부의 EPB 출신 인맥. 박 장관은 EPB 시절 물가와 예산 분야에 주로 몸을 담은 예산통으로 ‘좌 진표, 우 봉흠’이라는 얘기가 나돌 정도로 노 대통령의 신임을 듬뿍 받고 있다.

EPB 기획국장 출신의 최 장관은 행시 10회로 새 정부 경제팀 중 고참이지만 최연소 행시 합격으로 나이(53세)에 비해서는 승진이 빠른 편이다. 경제팀 멤버는 아니지만 행시 7회인 이영탁 국무조정실장도 EPB 증권기획과장, 재무부 증권국장과 경제협력국장 등을 거친 범 재경부 인맥이다.

장관급 못지않게 차관급에서도 범 재경부 출신의 약진은 두드러진다. 김광림 재경부 차관을 비롯해 변양균 기획예산처 차관, 강윤구 보건복지부 차관, 김경섭 조달청장, 하동만 특허청장, 최종수 산림청장이 EPB 인맥. 여기에 MOF 출신인 이용섭 국세청장,

김용덕 관세청장까지 가세해 무려 8명의 범 재경부 출신 인사가 주요 부처 차관급 요직을 장악했다. 재경부의 한 국장은 “DJ 정부 시절 5차례 조각과 개각에서 범 재경부 출신 인사들의 입각이 많아야 3명 정도에 불과했다”며 “산자부, 건교부 등 내부 출신 장관 임명을 고대하던 일부 부처에서 반발하고 있는 것도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라고 말했다.

경제 부처에서 범 재경부 인맥에 맞서는 또 다른 인맥은 학자 출신 인맥이다. 분배를 중시하는 새 정부의 성격 상 진보 성향의 학자 인맥이 주축을 이룬다. 일각에서는 ‘이정우 – 김진표’ ‘이정재 – 이동걸’ 등의 구도를 예의 주시하며 새 정부의 경제팀은 두 세력 간의 견제 혹은 대결 구도가 될 것으로 관측하기도 한다.

김 부총리와 함께 경제팀의 양대 축을 이루는 이정우 대통령 정책실장을 필두로 강철규 공정거래위원장, 허성관 해양수산부장관 등이 학자 인맥의 대표 주자들. 경제 분야에서 ‘노무현 코드’를 대표한다는 평을 받는 이 실장은 미 하버드대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고 경북대 교수로 재직해 왔다.

서울시립대 경제학부 교수 출신인 강 위원장은 DJ 정부 초기 이론적 틀을 제공했던 ‘학현 사단’의 멤버로 DJ 정부 시절 규제개혁위원장, 부패방지위원장 등을 맡아 정부 일에 관여해 오다 이번에 본격적으로 내각 경제팀에 합류했다. 허 장관 역시 88년부터 동아대 경영학부 교수로 재직하면서 부산경실련 창립을 주도하는 등 지역 사회에서 활발히 사회 활동을 벌여왔다.

이밖에 서강대 교수 출신의 조윤제 청와대 경제보좌관, 금융연구원 출신의 이동걸 금감위 부위원장 등도 경제팀 학계 인맥 반열에 이름을 올려놓고 있다.

이영태기자

입력시간 2003/04/09 16:56


이영태 ytle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