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의 인맥] 검찰, 제3세대 연대 출신 약진

서울대·고대 이어 입지 굳혀, 이범관 광주고검장 등 두각

노무현 정권 초기의 검찰 인맥에서 단연 두각을 나타낸 인사들은 연세대 출신들이다. 전체 검사 숫자로 보면 100명 안팎으로, 아직은 마이너리티에 불과한 연세대 출신 검사들은 최근 단행된 인사에서 주요 보직을 차지하며 급부상했다.

검찰에서 대학을 분류할 때 ‘기타’범주를 벗어나지 못했던 연세대 인맥의 부상은 큰 배경보다는 탄탄한 실력을 앞세운 것이란 점에서, 연세대가 검찰내에서 서울대 고려대에 이어 확실하게 제3세력으로 자리를 굳히는 모습이다.

연세대 출신 법조인들은 그동안 사법부에선 윤관 대법원장을 배출하는 등 입지를 굳혔으나, 검찰에선 그렇지 못해온 게 사실이다.


“정권실세가 뒷배경”루머 돌기도

연세대 검사 인맥의 좌장 격은 이범관 광주고검장. 이 고검장은 DJ정권 초기 청와대 사정비서관을 지내는 등 승승장구했다. 서울지검장에서 사시 14회 동기 중 가장 먼저 고검장에 승진한 뒤 이번 인사에선 유임됐다. 그 뒤를 잇는 윤종남 수원지검장은 법무부 보호국장에서 이번에 서울지검장 다음 자리로 올라섰다.

한때 대검 고위직에 발탁될 것이란 말과 함께 연세대 출신 정권 실세들이 밀어주는 것 아니냐는 루머가 돌아 본인이 극구 부인하기도 했다.

이와 함께 대검 중수부 3,2,1과장을 거치며 공적자금 비리를 진두지휘한 민유태 검사는 외사부장으로 서울지검에 무난히 입성했다. 김영한 서울지검 형사10부장은 공안1부장에, 조두영 부산지검 공판부장은 대검 중수부 컴퓨터 수사과장으로 자리를 옮겼고, DJ 정권에서 승진의 지름길로 통했던 해남지청의 지익상 지청장은 유임됐다.

그러나 DJ정권에서 검찰의 황태자로 불리는 법무부 검찰1과장을 지냈고, 김현철씨 사건을 수사했던 이훈규 검사는 부패방지위원회의 동대문 의류상가 관련 고발내용이 무혐의로 밝혀졌지만, 이번에도 서울고검을 벗어나지 못했다.

노무현 정권 들어 가장 두각을 나타낸 연세대 출신은 성영훈 법무부 검찰1과장과 김경수 검찰3과장이다. 검사 인사를 담당하는 성 과장은 임명 전부터 이번 인사의 주무를 맡는 ‘실력’을 발휘했다. 그는 서울지검 특수1부 시절 과외비리를 수사해 큰 반향을 일으켰고, 2002년 법무부 공보관 시절에는 송정호 법무장관의 입 역할을 충실히 해냈다는 평가다.

당시 청와대측이 송 장관에게 전한 DJ 차남 김홍업 수사에 대한 사실상의 청탁을 언론에 가감없이 드러냈다가 괘씸죄에 걸려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으로 좌천되는 곡절을 겪었다.

특수 수사통인 김경수 과장은 2001년 이용호 게이트로 구성된 검찰 간부들에 대한 특별감찰본부에 파견돼 임휘윤 전 서울지검장, 임양훈 전 서울지검 3차장, 이덕선 특수 2부장 등의 옷을 벗겼다. 또 현재 민감한 사안으로 떠오른 나라종금 사건과 병풍사건의 주임검사로도 일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 연대출신

연세대 출신의 요직 등용에 대해 일부에선 청와대 핵심 관계자들을 연결시키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의 오른팔 격인 이광재 국정상황실장과 청와대서 법무부와 관련된 일을 하는 박범계 민정2비서관이 모두 연세대 출신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연세대 출신들의 강세는 갑작스럽기 보다는 꾸준히 이어져왔다는 점에서 검찰 내에선 그다지 놀랄 일은 아니라는 반응이다.

참여연대의 조사에 따르면 지청장급 인사들의 경우 YS정권 시절에 연세대출신은 별도로 분류조차 되지 못하는 ‘기타 1%’에 포함됐다. 당시 서울대는 85%, 고려대 13%, 동국대 2%였다.

그러나 DJ 정권 들어 연세대는 서울대(78%), 고려대(15%), 성균관대(5%)에 이어 네번째인 4%를 차지했고, 법무부-검찰의 주요 보직 18자리를 거친 검사들은 서울대(63명ㆍ중복포함) 고려대(22명)에 이어 3위인 8명으로 성대(5명)보다 앞섰다.

이태규 기자

입력시간 2003/04/09 16:58


이태규 tgle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