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의 인맥] 경찰, 고시출신 엘리트 라인업 구축

치안감 핵심 3자리 중용, 연공서열 파괴 혁신

최기문 경찰청장은 지난 3월 처음 열린 경찰청장 인사청문회에서 “젊고 개혁적인 이미지가 어필해 청장 후보자로 낙점된 것 같다”며 경찰조직의 개혁을 시사했다.

경찰개혁의 가장 큰 도구가 인사라는 점을 잘 알고 있는 경찰 내부에서는 인사태풍을 예감했고 실제 후속인사에는 고시출신 엘리트 간부가 중용되고 연공서열이 파괴되는 혁신이 이어졌다.


고시 뜨고 간부후보 주춤

경찰 인맥의 양대 축은 간부후보와 고시 출신. 노무현 정권의 경찰 라인업은 우선 고시 출신의 약진으로 출발했다. 행시18회인 최기문 청장의 등장부터 심상치 않았다. DJ 정권에서 경찰 총수는 김세옥, 김광식, 이무영, 이팔호 등 간부 후보 일색. 그래서 김화남, 박일룡, 황용하 등 고시출신 총수로 이어지던 YS정권으로 되돌아가는 것 아니냐는 소리가 경찰내부에서 돌기도 했다.

3명의 치안정감 가운데 경찰대학장으로 낙점받은 이상업 학장은 행시13회로 노 정권 들어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는 인물이다.

문희상 청와대 비서실장의 매제인 이 학장은 당초 차기총수 영전도 가능한 서울청장으로 유력하게 떠올랐으나 인사 직전 쇼핑몰 비리 연루설이 터지면서 하마터면 치안정감 승진도 물건너갈 뻔했다. 막판에 청와대로 들어가 업자에게 금품을 받았다는 항간의 소문에 대해 해명하고 간신히 구제됐지만 경찰내부에서는 능력과 신망있는 고시출신 엘리트 경찰로 평가되고 있다.

고시 출신의 약진은 치안감 인사에서 확연하게 두드러졌다. 치안감의 핵심요직으로 불리는 본청 수사국장과 정보국장, 경기청장 등 3자리를 모두 고시출신이 차지한 것. 김중겸 수사국장은 행시15회로 인터폴 부총재를 겸해 국제적으로도 유명한 엘리트 경찰이며 행시24회의 송인동 정보국장은 1956년생으로 요직에 전격 발탁된 케이스다.

두 국장 모두 중부권(충청 출신) 경찰인맥의 중심이다. 이승재 경기청장은 사시24회 출신으로 최성규 총경의 해외 도피에 연루됐다는 설로 인천청장으로 밀려났다 호남출신 주자의 선두로 재부상했다.


젊어진 간부후보 출신

간부후보로는 이팔호 청장이 퇴임하면서 20기 이전 기수는 경찰에서 사실상 자취를 감췄다. 22기 출신들이 치안감 이상 고위직에 상당수 포진하고 있지만 대부분 올해와 내년이 용퇴 정년(후배들을 위해 실제 정년보다 1~2년 앞서 용퇴하는 관행)인 1946년, 47년생이어서 파장 분위기다.

유일하게 이근표 서울청장이 간부후보 총수의 맥을 이을 인물로 남을 전망이다. 수도치안의 책임자인 서울청장은 역대 정권에서 특별한 흠이 없는 이상 경찰청장으로 승진한 관행이 있었던 데다 이 청장은 자기관리까지 철저해 청문회 통과도 무난할 것이라는 평가받고 있다.

이 청장은 제주출신으로 경찰 최고위직에 올라 영남과 호남의 틈바구니에서 소외를 받아온 기타 지역 출신 경찰들에겐 선망의 대상이다.

22기 이후로는 문경호 본청 보안국장(25기)과 배성수 서울차장(26기), 김대식 울산차장(24기), 이기묵 충남청장(24기) 등이 치안감으로 발탁돼 주목을 받고 있다. 또 치안비서관을 지낸 김옥전 전북청장(간부 23기)은 김세옥 경호실장의 친동생으로 호남 출신의 간부후보 총수 대열에 합류할 지 여부가 관심이다.

김정곤기자

입력시간 2003/04/09 17:00


김정곤 kimjk@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