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단합' 승부수 띄운 최병렬 의원

"강력한 리더십으로 총선승리 견인"

“노무현 정권에 불안감을 느끼는 국민은 노 대통령과 현 정부에 맞서 한나라당이 보다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해 주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그러기에는 국정 경험과 경륜이 있는 후보가 당 대표로 나서야 가능합니다. 대선에서 지고 이회창 전 총재가 떠나 당의 기둥이 무너진 형국에서 우리 당이 17대 총선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강력한 리더십으로 당이 단합하는 길 밖에 없습니다”

한나라당 대표 경선에 출마하는 최병렬 의원은 4월11일 주간한국과의 인터뷰에서 위기에 빠진 한나라당을 구하기 위해 강력한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최 의원은 이를 위한 전제조건으로 당의 단합을 내걸었다.

“조직이 힘을 가지려면 역동성 있는 청년층과 능력 있는 장년층, 지혜가 있는 노년층이 결집할 때 효과가 가장 높습니다. 한나라당과 같은 전통 깊은 정당일수록 이런 조화로운 단합이 절대 필요하며 이를 이끌어 내려면 역시 비중 있는 후보가 당의 전면에 나서야 합니다”

그는 또 노 정권의 초기 국정운영 평가와 관련, “대통령의 리더십이 국민을 아우르지 못하고 사사건건 분열시키는 특징으로 보여지고 있어 학점을 준다면 ‘C’ 정도에 속하는 편”이라고 박한 점수를 줬다.

부산고와 서울법대를 나와 조선일보 편집국장을 지낸 뒤 12대 총선 때 민정당 의원으로 정계에 입문한 4선 경력의 최 의원은 노태우 정권에서 청와대 정무수석 비서관과 문공부, 노동부 장관 등을 거쳤으며, YS 정권에서는 마지막 임명직 서울시장을 역임했다.


“힘 결집. 당을 재무장 시켜야”


- 당 대표 출마의 변을 요약한다면.

“내년 총선의 목표가 과반수를 차지하는 것이지만 최소한 제1당의 위치라도 유지해야 하는 절박한 상황이다. 그것도 못하면 당의 간판 유지도 힘들다. 노 정권에 대해 많은 국민이 불안감을 갖고 있으나 한나라당도 단합된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다. 이런 분열상을 한곳으로 결집시키는 강력한 리더십이 필요하다. 이전처럼 싸움만 하는 야당이 아닌 합리적 비전을 제시할 수 있는 야당으로 이끄는 리더십이 요구되는 시점이기에 대표 경선 출마의 뜻을 밝혔다”


- 영남 연고에 민정계 출신이 부담이 되지 않는가.

“서울이 원 고향인 사람이 몇이나 되는가. 나는 부산서 태어나 고교를 나왔지만 대학시절 이후 서울에서 살아왔고 정치도 서울에 지역구를 두고 있다. 나를 영남 사람이라고 얘기한다면 틀린 것은 아니지만 영남 정치인으로 볼 수는 없다. 지역구도 영남이 아니지 않은가. 또 민정계를 자꾸 거론하는데 민정계 출신이 무슨 죄인이라도 되는가. 민정계와 민주계는 민자당 통합을 하면서 함께 손잡은 사이다. 그런데 이제 와서 적대시하거나 구 정치 산물로 치부한다는 것은 억지 주장에 가깝다”


- 타 후보에 비해 고령인 점도 긍정적인 요소는 아닐 텐데.

“(웃으며) 나이야 내가 많지만 자연적인 연령으로 사람을 재단하는 것은 후진적 발상이다. 미국만해도 연령 차별에 대해 법으로 금지하고 있다. 역량을 따져 평가할 문제를 단순히 연령에 잣대를 대서 일률적으로 젊은 사람이 좋다고 하는 것은 상식 밖의 일이다”


- 당 대표가 될 경우 당을 어떻게 이끌어 갈 계획인지.

“우리 정치는 철저한 정책 중심의 당으로 거듭나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그런데 지금의 의원 보좌진은 3~4명이 고작이다. 이들을 데리고 국회 상임위 활동을 하고 정부 정책을 평가하고, 지역구 여론도 수렴한다. 전반기 2년을 한 상임위에서 보내다 후반기에 다른 상임위로 옮기면 또다시 처음부터 이들과 함께 생소한 분야의 연구를 시작해야 한다.

이렇게 비현실적인 보좌기능이 정치의 허상을 양산했다. 핵심관료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있다고 치자. 몇 명의 보좌진이 얼마나 자료를 준비할 수 있겠는가. 그래서 ‘네 죄를 네가 알렸다’는 식의 고함만 치는 껍데기 정치가 난무한 것이다. 앞으로 전문성을 갖춘 보좌 기구를 만들어 박사급 전문가들이 국회에서 의원들을 도울 수 있도록 해 무게중심을 정치에서 정책으로 옮길 계획이다”


- 구체적인 당 운영 복안은.

“디지털 정당화에 있다. 현재 모든 당원이 인터넷 이 메일이나 휴대폰을 갖고 있다. 이를 이용해 당원들과 시시각각 직접 대화하고 현안에 대한 설명도 하고, 의견도 공유하는 식의 참여정치를 펼 생각이다. 또 이념적으로는 중도 우파의 자리를 확실히 잡도록 할 방침이다. 재벌문제와 대미 대북 문제 등 현 정권의 정책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많다. 우리 당은 정책별 사안별로 확실하게 선을 그을 것은 긋는 자세를 취해 국민 속으로 접근할 것이다”


“昌복귀설, 그를 잘 몰라서 하는 얘기”


- 누가 대표가 되더라도 당이 쉽게 안정을 찾지 못할 것이란 전망이 많다.

“(잠시 주저하다) 서로 자제해야지. 여성 당원을 풀어 흑색선전이나 하고 돈 뿌리고 하는 방식은 국민에 대한 최소한의 책무도 기만한 것이 아닌가. 누가 대표로 뽑히더라도 그 밑에서 힘을 모아야 하지 않겠는가”


- 대표가 될 경우 대선 출마계획도 있는지.

“(웃으며 손을 가로저은 뒤) 내가 65세인데 4년 후 대선이면 69세가 된다. DJ나 YS같은 확실한 텃밭이 있는 것도 아닌데…. 나는 계보도 없고 지역도 없다. 이런 분위기에서 어떻게 그 나이에 대선에 나갈 수 있겠는가”


- 킹 메이커 역할을 자처하겠다는 말로 들리는데. “난 그런 말을 해 본 적이 없다. 먼저 대선에 앞서 내년 총선에 이겨야 그런 일들이 가능할 것이다. 총선에 이기게 되면 연부역강한 사람들이 자연스레 큰 꿈을 향해 약진하지 않겠는가”


- 서청원 전 대표의 출마선언 번복에 대해서는.

(잠시 한 템포 쉬다가 “좀 두고 봐야지…”라고 말을 끊었다. 하지만 인터뷰 말미에 “우리 국민이 정치인에 대해 가장 싫어하는 부분이 부패한 것하고 거짓말하는 것이다”라며 우회적으로 서 전 대표를 겨냥했다)


- 이번 경선에서 昌心(이회창 전 총재의 마음)을 운운하는 이도 있고, ‘이회창 복귀설’을 내비치는 이도 있다.

“이 전 총재가 지난달 잠시 귀국했을 때 독대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종합해보니 경선에 대해서는 아예 언급을 하지 않더라는 것이다. 또 이 전 총재의 복귀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그를 잘 몰라서 하는 소리다. 그는 은퇴한 이후의 위상을 일관되게 잘 견지하고 있다”


- 대선 패인을 정리해 본다면.

“시대 변화를 못 읽었고 젊은 세력이 주류를 이룬 이번 선거에 적절히 대응을 못한 탓이라고들 하지만 내 생각과 좀 다르다. 젊은 표심은 영남에도 있고 늙은 표심은 호남에도 있다. 그렇다고 수도권의 젊은 층이 선거 승패를 좌우할 정도로 투표율이 높지도 않았다. 그럼 무엇이냐. 첫째 미디어선거에서 노 대통령이 상대적으로 젊고 역동적으로 보인 점이 플러스로 작용했다.

노 대통령은 사이버시대에 걸맞은 인상을 심어줬으나 우리는 거기에 따라가지 못했다. 부재자 투표에서 30만표 가량 뒤진 것으로 나온 것도 이 이유다. 두번째는 충청도를 못 잡은 데 있다. 이 두 부분의 실패가 전체 선거의 패인이다. 이는 5년전 DJ와의 선거전에서 패배한 주 원인과 특별히 다른 것이 없다”


“노 정권의 초기 점수는 C학점에 불과”


- 노 정권의 초기 국정운영 평가를 해본다면.

“대통령은 국민을 아우르는 리더십을 보여야지 사사건건 분열시키는 리더십으로 작용해서는 안 된다. 파병문제와 전교조 문제 등 국론 분열이 마치 노 정권의 특징으로 다가왔다. 굳이 등급으로 따진다면 C 학점에 해당한다고 본다”


- 참여정부의 1기 조각부터 잡음이 많았는데.

“인사는 대통령 고유 권한이다. 어떤 면에서 보면 노 대통령의 인사정책이 잘하는 측면도 있다. 하지만 서열파괴 부분은 곤란하다. 공무원에도 상하관계가 있고 그런 전통이 있다. 특히 법무부 행정자치부 등은 공무원 사회의 상하 관계가 엄격한 곳이다. 이런 곳을 서열파괴하겠다고 하니….

이창동 문화관광부 장관의 경우도 문화 부문만 손을 대면 몰라도 언론에 직접 관여한다는 것은 넌센스에 가깝다. 공무원들은 마음이 뜨면(업무의욕 저하를 의미한 듯) 일 진행이 안 된다. 아마 신임 장관들이 각 부처를 장악하려면 비상한 노력을 기울이지 않으면 안될 것이다”


- 책임총리제를 운운하며 취임한 고 건 총리의 조정능력이 발휘되야 하는 것 아닌가.

“나는 고 건 총리를 일하는 사람으로 보지 않는다. 그간의 전력을 보면 무슨 위원회나 만들고 책임을 회피하려고 했지. 업무에 관련한 적극적인 모습을 보인 적이 없다”


- 이라크전 이후는 북한문제가 최대 현안이다.

“햇볕정책에 대해서는 반대하지 않는다. 민족이 굶는다는데 도와주는 게 어떤가. 하지만 DJ처럼 현금을 갖다 주는 것은 잘못된 것이다. 그게 북한이 핵 개발을 하는 원인중 하나로 작용했다. 핵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현금 지원 등의 방식은 차단해야 한다. 핵 문제가 해결되면 국제사회 속에서 진행되는 원조 프로그램을 만들어 도와주면 된다”


- 현 정부 출범이후 대미 관계가 껄끄러워 졌다.

“파병동의로 조금 나아졌다고는 하지만 노 정권에 대한 미국내 인식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을 것이다. 나는 용미(用美ㆍ미국을 이용하자는 뜻) 주의자이다. 좋든 싫든 활용하자는 것이다. 안보를 자국 혼자 해결하는 국가가 전 세계에서 몇이나 되는가.

우리가 왜 국방비를 추가 부담하면서 국방에 대한 불안감을 짊어져야 하는가. 독일과 일본에도 미군기지가 있고 전용 공항이 있고 핵 잠수함도 주둔하고 있다. 그들이 바보라서 미군을 붙잡고 있겠는가. 일각에서는 미국의 아시아 방위를 운운하며 한국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란 주장을 하지만 천만의 말씀이다. 미국은 여론국가다. 의회가 반대하면 어쩔 수 없는 것이다”


- 국내의 반미여론과 현 정부의 상관관계는.

“부채질한다고는 보지 않지만 국내 반미정서 등에 대한 현 정부의 입장이 분명치 않은 것은 문제가 있다. 한미간 동맹체제가 훼손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 노 정권은 진보성향이 짙은 정권이다. 바람직한 다음 정권의 이념적 위치는.

“앞으로 우리 정당들은 중도 우파와 중도 좌파로 갈리는 게 바람직하다고 본다. 그 가운데는 정책에 따라 때로는 좌우가 가까워지기도 해야 하고 때로는 멀어지는 긴장관계를 유지해야 한다. 미국이나 영국의 경우도 이념적 성향이 다른 양대 정당이 최근에는 서로의 장점을 원용하려는 듯한 모습을 보인다. 우리도 이들을 모델로 삼는 정당체제를 갖출 필요가 있다. 그런 점에서 향후 정권은 중도 우파의 기운이 강한 정당이 집권하는 게 현 정부의 미비한 부분을 보완하는 방향이 되지 않겠는가”

염영남 기자

입력시간 2003/04/15 16:04


염영남 libert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