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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미의 우리풀 우리나무] 이팝나무

[이유미의 우리풀 우리나무] 이팝나무

강원도에서 때늦은 눈이 왔다는 이야기를 들은 지 엊그제인가 싶은데 어느새 기온은 여름의 느낌을 주어 반소매 옷이 어색하지 않다. 마음은 쓸쓸한 연구실 보다는 햇살을 따라 한창 화사한 봄꽃들을 따라 저만치 밖으로 나와있다. 이러다간 여름이 온다 하겠다. 그래서 오늘은 이팝나무가 떠올랐나보다.

못자리가 한참일 즈음이면 동네마다 자리 잡은 아름드리 이팝나무에는 가지마다 눈처럼 하얀 꽃이 가득가득 달려 그 일대는 온통 하얀 꽃구름이 인다. 이 풍성한 꽃을 바라보면서 농부들은 올해도 풍년이 들 것을 예견하고 굽힌 허리가 아픈 줄도, 모내기가 고된 줄도 모르고 얼굴에 깊은 골을 그리며 함빡 웃고 있다.

늦은 봄, 이팝나무 꽃송이는 온 나무를 온통 덮도록 달려서 멀리서 바라보면 때 아닌 흰 눈이 온 듯 하다. 하지만 이름의 유래를 보면 그 소복한 꽃송이가 밥사발에 소복이 담긴 흰쌀밥처럼 보여 이밥나무라고 했으며, 이밥이 자연스런 발음을 좇아 이팝으로 변했다고 한다.

이밥은 입쌀로 지은 밥인데 세간에는 조선시대 귀한 쌀밥은 왕족이나 양반인 이씨들이 먹는 밥이므로 이밥으로 불렀다는 그럴 듯한 이야기가 전해온다. 꽃도 밥으로 보였을 다소 틀어진 가난한 백성들의 심사가 보이는 듯도 하다.

이팝나무가 쌀밥나무인 탓인지, 이 나무는 한해의 풍년을 점치는 나무로 알려져 있다. 흰꽃이 많이 피는 해는 풍년이, 꽃이 많이 피지 않은 해는 흉년이 든다고 믿어 왔다. 큰 이팝나무가 자라는 곳에는 매년 이 나무의 꽃이 필 즈음이면 한해의 농사를 예측하려는 수많은 농꾼들이 꽃을 구경하러 온다. 지금과 같은 농한기의 봄꽃놀이가 아니라 양식을 걱정하는 가슴 졸이는 꽃구경인 것이다.

그러나 이 이팝나무라는 이름에는 또 다른 견해가 있는데 이 꽃이 여름에 들어서는 입하에 피기 때문에 입하목(入夏木)이라 불렀고 입하가 연음되어 이파, 이팝으로 되었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전라북도 일부지방에서는 입하목이라고도 하며 그밖에 이암나무라고 부르기도 한다.

또 어청도 사람들은 뻣나무라고 한다. 그 이름의 연유가 무엇이든 풍년을 예고하는 나무였음에는 틀림이 없어 농민들에게는 매년 꽃이 얼마나 피는 지가 유별난 관심의 대상이었다. 간절한 눈으로 이 나무를 바라보며 오랜 세월이 흐르다 보니 동네마다 신목으로 추앙받게 되고 그 중 일부는 지금까지 남아 천연기념물로 지정되는 때늦은 영광을 누리기도 한다.

이팝나무는 남부지방에서 자라는 낙엽성 교목이다. 물푸레나무과에 속하는 이 나무는 고향은 전라도 경상도와 같은 따뜻한 남쪽이고, 해안을 따라서는 동쪽으로는 인천까지 서쪽으로는 포항까지 올라 온다. 그러나 옮겨 심으면 중부 내륙에 와서도 끄떡 없이 잘 자란다. 이웃하는 일본, 대만과 중국의 운남산에서 자라지만 세계적으로 희귀한 나무이다.

이처럼 화려한 꽃을 피우는 꽃나무는 대부분 작은 키 나무이기 쉬운데 이팝나무는 유난히 키가 커서 30m가 넘는 큰 거목으로 자라나고 그래서 그 꽃들이 더욱 더 유난스럽게 느껴진다. 흰꽃이 한번 피면 20일이 넘도록 은은한 향기를 사방에 내뿜으며, 활짝 폈다가 마치 눈이라도 내리듯 우수수 떨어지는 낙화 순간 또한 장관이다. 꽃이 지고 나면 꽃과는 정반대 되는 빛깔의 보라빛이 도는 타원형의 까만 열매가 열린다.

이팝나무를 두고 한자로는 육도목(六道木), 유소수(流蘇樹)라 하며 중국이나 일본에서는 잎을 차를 대용해서 쓰므로 다엽수(茶葉樹)라고도 부른다. 차나무 처럼 어린 잎을 따서는 비비고 말리기를 몇차례 하면 좋은 차가 된다. 잎을 물에 살짝 데쳐 나물로 무쳐 먹기도 한다.

이팝나무 꽃을 봤다면 이내 여름이 올 것이다.

이유미 국립수목원 연구관 ymlee99@foa.go.kr

입력시간 2003/04/24 1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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