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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네마 타운] 살인의 추억

[시네마 타운] 살인의 추억

미제사건에 뛰어든 좌충우돌 투 캅스

영화 ‘살인의 추억’을 만든 봉준호 감독은 영화 ‘백색인’으로 처음 영화계에 등장해 ‘프레임 속의 기억’, ‘지리멸렬’ 등 단편을 제작해 좋은 반응을 모았으며, ‘모텔 선인장’ 조감독을 거쳐 ‘플란다스의 개’로 정식 데뷔를 했다.

그 후 3년 만에 내놓은 작품이 바로 ‘살인의 추억’인데, 이 영화는 8190년 중후반 전국을 공포에 휩싸이게 했던 화성연쇄살인사건을 소재로 하고 있다. 96년 초연된 김광림 연출의 연극 ‘날 보러 와요’를 바탕으로, 실제 사건의 자료와 관련자 인터뷰를 통해 구성한 영화라 하겠다.

화성연쇄살인사건은 86년 경기 화성에서 한 젊은 여인이 무참히 강간, 살해된 시체로 발견되면서 시작된다.

감독 : 봉준호
주연 : 김상경, 송강호, 김뢰하, 송재호, 변희봉 
장르 : 드라마, 느와르 
상영시간 : 127분 
제작년도 : 2003 
개봉일 : 2003년 04월 25일
국가 : 한국
공식홈페이지 : www.memoriesofmurder.co.kr

그 후 91년까지 6년 동안 화성군 태안읍 반경 2Km 이내에서 10여 차례의 강간살인사건이 발생했다. 71세 노인에서부터 13세 여중생에 이르기까지 불특정다수를 대상으로 한 한국사회 최초의 연쇄살인사건이라는 점에서 국민을 충격과 공포의 도가니탕으로 몰아넣었다.

180만 명의 경찰이 동원되고, 3,000 여명의 용의자가 조사를 받았지만 결국은 범인을 잡는데 실패했다. 아직 미제의 사건으로 남아 있다.

‘살인의 추억’은 연쇄살인사건 해결을 위해 최전선에서 뛰었던 형사들의 활약을 그린 영화인데, 이렇게 소개하면 자칫 치밀한 구성으로 범인이 누구인가를 밝혀내는 미스터리 서스펜서 스릴러의 일종일 것이라 생각할 수 있지만 그런 영화는 아니다.

말 그대로 80년대의 어수선함과 어정쩡함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던 시대의 열악한 환경에도 불구하고 범인을 잡고야 말겠다는 프로의식인지, 직업의식인지 알 수 없는, 아무튼 그런 정신으로 종횡무진 막무가내로 활동하는 형사들의 모습을 아련하게 담고 있다.

이들의 활동을 보고 있노라면 미국 FBI의 프로 파일링 수사 혹은 최첨단 과학 수사의 필요성이 간절하게 다가온다. 현재 우리의 수사력은 많이 좋아진 편이지만 당시에는 모든 것이 그야 말로 형사의 직감에 의한 수사로 잡아들인 용의자를 밤새워 심문하다 안되면 ‘주리 틀기’ 순서로 이어졌던, 그야말로 원시적 아날로그 방식이었다. 이 영화에서는 그 과정에서 웃기면서, 또 한편으론 서글픈 우리의 자화상을 담아내고 있다.


완전범죄로 남을 것인가

이 영화도 미제사건을 다룬 영화답게 끝까지 진범이 누구인지 밝혀내지 않는다. 다만 아슬아슬하게 범인의 체취를 맡게 하는 것이 전부다. 모든 용의자의 눈빛만 봐도 그 진범 여부를 알 수 있다 자부하는 육감파 시골 형사 박두만(송강호)과 자백을 받아내기 위해 군화발로 용의자를 무차별 폭격하는 폭력형사 조용구(김뢰하)에게 애초부터 이 사건은 버거운 것이었는지도 모른다.

범인은 어쩌면 그 허점을 철저하게 이용한 것일지도 모를 일이다. 서울에서 파견을 자청한 이성파 형사 서태윤(김상경)은 그나마 조금 낫다고는 하지만 두 시골 형사와 대립되는 수사 방식으로 협조를 받지 못해 혼자 사건을 해결하는 것은 불가능해 보인다.

완전 범죄에 도전하는 범인은 수사진을 기만하듯 점점 더 대담해지고 침착해져 갈 뿐 아니라 범행 과정에서 남길 법한 음모나 지문, 혈흔 등 흔적을 전혀 남기지 않는 철저함마저 보여준다. 당시 과학수사가 정착되지 않은 시대라 시골 마을 형사에게 수사의 기본인 현장보존조차 기대하기 힘든 지경이다.

경찰들에겐 반드시 범인이어야 하고 또, 그렇기를 간절히 바라는 이가 있지만 그는 호락호락하게 진범이 되어주지 않는다. 매번 그럴듯한 이유로? 없으면 억지로 만들어서라도? 많은 용의자들을 잡아들여 등장시키지만 ‘혹시’가 ‘역시’로 끝나는 절망적인 모습이 계속된다.

형사들에게 이런 현실은 자신의 한계를 인정해야만 하는 고통스런 순간이면서, 더욱 오기를 자극받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영화는 잡히지 않는 범인 때문에 삶 자체가 고달픈 형사들의 ‘제발 좀 얼굴이라도 보자. 어떤 놈이냐 잡혀다오!’라는 절규 섞인 고뇌를 중반부에 담고 있다. 거의 끝부분까지 이어지는 이런 느낌 때문에 영화가 다소 평평하고 맹숭맹숭한 느낌, 나아가 약간의 지루함마저 들게 한다. 팝콘이나 먹으며 멍한 시선을 고정시키기에 딱 좋은 그런 영상이라고나 할까.

그러나 근자에 한국 영화를 보는 이유로 1순위에 오른 재미있는 정서와 교감되는 한국적 코믹 요소를 적절히 배치해 막 달라붙기 시작하는 지루함을 시시때때로 탁탁 털어버리는 효과를 주고 있다.

후반부에서 형사들은 사력을 다해 찾아낸 유력 용의자, 그토록 간절히 진범이길 바랬던 그가 진범이 아니라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미국 감식반으로부터 전해 듣고 절망의 몸부림을 친다.

이 영화의 백미는, 말하자면 쫓는 자와 쫓기는 자를 그리는 대목에서 어느 쪽으로의 치우침도 없다는 것이다. 쫓기는 자를 직접 자세히 보여주지는 않지만 오히려 그것이 그 범인과 범죄를 더욱 실감나게 한다. 마치 상상의 나래를 펼치면서 보는 책이 그것을 구체적으로 그린 영화보다 더 재미있듯이 말이다. 마치 영화 ‘해리포터와 마법사의 돌’처럼.

그리고 쫓는 자, 특히 시골 형사를 그리는 방식이 독특한데 기존 영화들의 방식이라면 시골형사지만 베테랑 냄새가 풀풀 풍기며 비범한 구석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인물로 그렸을 테지만, 여기서는 시골형사라는 캐릭터를 ‘과일 서리’ 도둑을 잡으려는 동네 아저씨처럼 현실성을 살렸다.

우리가 이 영화에서 최초로 화성연쇄살인을 영화화 했다는 점과 ‘양들의 침묵’형의 뉘앙스를 남기며 끝난다는 점 외에 사실 크게 주목할 만한 것은 없다. 그러나 미해결이라는 연쇄살인사건의 마지막을 영화에 그대로 살림으로써 영화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충실히 전하는 효과를 누리고 있다. 한마디로 마무리가 좋은 느낌의 영화라 하겠다.

윤지환 영화평론가 tavarish@hanmail.net

입력시간 2003/04/24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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