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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나는 세계여행-52] 포르투갈 리스본

[신나는 세계여행-52] 포르투갈 리스본

중세 역사와의 상큼한 조우
슬픈듯 독특한 파두 선율이 여행자의 감성 자극

바다를 향한 거대한 꿈을 이뤘던 포르투갈의 수도이자 해양도시인 리스본(Lisbon). 중세를 느낄 수 있는 고풍스러운 건축물이나 예스러움이 묻어나는 골목길들이 도시의 역사를 묵묵히 일러준다. 강바람과 바닷바람이 한데 섞여 불어오고 저녁 무렵 카페 거리에서 흘러나오는 서글픈 음색의 파두 선율은 여행자의 온몸을 휘어 감는다.

유럽 여행에 있어 포르투갈은 찬밥 신세가 되기 쉽다. 파리, 로마 등지를 선호하는 한국인들에게 커다란 스페인을 가로질러 포르투갈에 이르는 길은 너무 멀게 느껴지기 때문. 유럽을 다녀온 이들이 많아 진 후 동유럽이 인기를 끄는 동안에도 관심 밖으로 비켜나 있었다. 유난히 포르투갈을 좋아하는 몇몇 여행자만이 다녀갔을 뿐.

스페인에는 수도인 마드리드와 가우디와 올림픽의 도시 바르셀로나, 중세도시 톨레도, 오페라의 무대 세비야, 클래식 기타 선율과 함께 연상되는 알함브라 등 호기심을 잡아끄는 도시들이 많은데 비해 포르투갈에 대한 정보는 그리 많지 않다.

수도인 리스본 외에도 제2의 도시 포르토, 대학도시 코임브라, 성곽도시 에보라 등 우리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볼거리들이 가득하다. 그나마 다행스럽게도 최근 유럽축구에 대한 열풍이 일면서 피구 같은 유명 선수를 배출해 낸 포르투갈에 대한 관심이 많이 높아졌다.


개성 있는 4개 지역

리스본(이 나라 사람들은 ‘리스보아’라고 부른다)은 테주강이 대서양으로 흘러드는 지점에 자리하고 있다. 바다가 바로 코앞이기 때문인지 밀물과 썰물의 영향을 받아 강물이 높았다 낮았다를 되풀이한다. 바다를 향해 달음박질 해 나갈 듯한 모양새는 어쩌면 이 도시의 외향적인 성격에 큰 영향을 준 것인지도 모른다.

해양왕 엔리케의 도시, 그의 모험심을 사랑하는 오늘날의 리스본 사람들, 강과 바다를 내려다볼 수 있게 약간 경사진 지형…. 리스본의 첫 인상은 마치 출항하는 뱃머리에서 선 선장처럼 경쾌한 느낌이다.

리스본의 구시가지는 네 지역으로 나누어진다. 바다와 강 바로 앞에 자리한 바이샤(Baixa)를 중심에 두고 동편에는 고풍스러운 알파마(Alfama), 서쪽에는 음악과 낭만이 깃든 바이루알토(Bairro Alto), 서쪽에 뚝 떨어진 벨렘(Belem)은 해양제국의 성격을 가장 강하게 지녔다. 이렇듯 지역마다 개성이 달라서 차례대로 순례하는 동안 리스본의 멋을 하나씩 발견하게 된다.

시간이 충분하다면 98년 개최된 리스본 엑스포의 무대, 엑스포공원까지 찾아보는 것도 좋다. 시내 중심부에서 지하철로 30분 정도 떨어진 곳인데 현대적이고 독특한 건물이나 볼거리가 많다. 지하철 역사의 디자인부터 색다르다. 바스코 다 가마 타워의 멋진 전망과 해양수족관, 나라별 전시장, 기발한 아이디어의 조형물 등이 공원 안을 채우고 있다.


여행자의 첫걸음, 바이샤

알파마와 벨렘이 볼거리를 찾아가는 여행이라면 바이루알토와 바이샤 지역은 먹거리와 즐길 거리, 쇼핑을 위한 여행이 주를 이루는 곳이다. 현대적인 계획도시처럼 반듯반듯하게 생긴 바이샤의 거리에는 상점, 레스토랑, 카페, 바 등이 대부분이다. 보행자 전용도로가 만들어질 정도. 바이샤의 산타 주스타 거리 왼쪽에는 구식 엘리베이터가 운행하고 있다. 구식이라고 하지만 정교한 장식 같은 것을 보자면 현대식보다 훨씬 멋있다.

전망탑 바로 밑까지 엘리베이터가 올라가고 거기서 다시 나선형 계단을 밟고 한층 더 올라가면 전망대에 이른다. 전망대에는 작은 카페가 마련되어 있어 바이샤 지구의 가장 높은 곳에 앉아 차를 즐길 수도 있다. 시가지 건너편 언덕 위로 우뚝 솟은 상 조르제 성을 비롯해 시내를 굽어보기에 적당하다.

바이샤는 포르투갈의 주요 도시들로 떠나는 기차를 탈 수 있는 로시우 기차역과 로시우 광장, 코메르시우 광장 등이 몰려있는 리스본 구시가지에서도 가장 중심 지역이다. 코메르시우 광장과 로시우 광장 사이에 놓인 아우구스타 거리는 바이샤 최고의 쇼핑가로 보행자전용 도로이다. 상점 외에도 카페나 식당들이 많아 여행자들로 늘 북적이는 곳이다.

바이샤에서 북쪽으로 시원스럽게 뻗은 리베르다데 거리는 리스본에서 가장 번화한 거리로 유명 기업체와 은행, 식당, 상점 등이 들어서 있다. 워낙 도로가 넓어서 가운데를 공원처럼 꾸며 놓은 것도 특이하다. 리베르다데 거리의 끝에 놓인 에두아르두 7세 공원 주변으로 고급호텔들이 자리잡고 있다.


문화의 향기, 바이루알토

바이루알토에서는 문화적인 향기를 맡을 수 있어 좋다. 예술가들이 즐겨 찾는 지역이기도 하다. 길은 복잡하게 얽히고 경사진 언덕배기를 올라가기도 하는데 힘들기보다 오히려 이 지역의 분위기와 잘 어울린다는 느낌을 준다.

거리에는 분위기 있는 카페나 오래되고 전통 있는 레스토랑, 작지만 운치 있는 술집 등이 많다. 주택가도 있는데 크고 화려하기보다 소박하고 서민적인 집들이 대부분이다. 작은 창가에 내놓은 화분이나 커튼 장식 등을 보면 따스한 정감이 느껴진다. 바이루알토의 골목을 거닐다보면 파두 클럽을 심심찮게 발견할 수 있다. 주말 저녁 무렵 파두 클럽을 찾아 삼삼오오 모여드는 사람들을 볼 수 있다.

글로리아 알레바도레 정류장에서는 높은 언덕 위에 자리한 산로케 성당을 잇는 케이블카가 출발한다. 시내에 케이블카가 있다는 것이 신기한데, 남산 케이블카와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 언덕이 제법 높아서 시가지가 아래로 내려다보인다.

성당에서 나와 페드로5세 거리를 지나면 프린시페 레알 공원과 식물원이 차례로 나온다. 유명한 곳은 아니지만 나무 그늘에 앉아 책을 읽는 노인이나 벤치에서 키스를 나누는 연인 같은 리스본 사람들의 일상을 엿볼 수 있는 공간이다.

시내에서 움직일 때는 버스와 트램, 지하철을 고루 이용하면 된다. 먼거리는 지하철이 편리하지만 구시가지에는 노선이 없으므로 버스와 트램을 적절하게 이용하는 것이 좋다. 특히 트램은 낭만적인 분위기를 연출하는데 명수다. 옛날 영화의 한 장면을 흉내내어 트램 꼬리부분에 서서 멀어지는 시가지를 감상하는 것도 재미있다.


바다를 향한 그리움, 알파마 & 벨렘

리스본 앞을 적시며 흐르는 커다란 물줄기는 바다 같아 보이지만 사실은 강이다. 테주강의 하구인데 강과 바다가 뒤섞여 있어 정확하게 강이라고 하기도 뭣하다. 하류로 배를 타고 얼마 가지 않아 대서양이 시작된다.

알파마의 매력은 미로처럼 얽힌 좁은 골목길과 상 조르제 성이다. 골목길에서 올려다보면 주위는 온통 공동주택이다. 그것도 빨래와 화분이 어지러이 놓인 베란다가 그대로 드러난 서민들의 공동주택. 붉은 기와를 올린 지붕 아래 하얀 벽을 가진 3~5층 정도의 건물들이 다닥다닥 붙어있다.

미로를 빠져나와 언덕을 올라가면 정상에 상 조르제 성이 버티고 있다. 돌로 쌓은 이 성은 12세기 초반에 지어진 것인데 포르투갈에서 가장 오래된 건축물 가운데 하나라고 한다. 일부는 부서져 내리기도 하고 이끼로 덮이기도 하는 등 세월의 흔적이 역력하다.

벨렘은 해양제국으로서의 포르투갈의 역사를 보여주는 곳이다. 아프리카 최남단 희망봉을 돌아 항해한 바르톨로뮤 디아스, 인도까지 이른 바스코 다 가마, 브라질 정복 등 15~16세기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해양제국으로 군림하던 당시의 흔적이 짙게 남아있다.

바다를 향해 기세 등등하게 선 신대륙 발견 기념탑은 해양왕 엔리케와 그를 따르는 탐험가들이 생생하게 부조되어 있다. 바다와 모험을 좋아하는 포르투갈 민족의 단면을 정확하게 묘사한 것. 탑이 선 아래편 바닥에는 최고 전성기를 누리던 당시 포르투갈의 지배 하에 놓였던 나라를 보여주는 세계 전도가 깔려있다. 기념탑에서 강 하류 쪽을 계속 걸어가면 벨렘탑에 이른다. 크지도 작지도 않은 밝은 상아빛의 우아한 탑으로 안으로 들어가면 옥상 전망대에 올라갈 수 있다.



땅 끝을 찾아서 로카곶으로!

우리나라에서 땅 끝이라고 하면 해남을 일컫듯 포르투갈에도 땅 끝이 있으니 바로 로카곶이다. 이는 포르투갈의 땅 끝일뿐만 아니라 유럽 대륙의 서쪽 땅 끝에 속하는 셈이다.

리스본에서 당일 여행으로 다녀올 수 있는 몇 가지 근교여행 가운데 로카곶이 1위를 차지하는 것은 ‘유럽의 땅 끝’이라는 이유 때문이다. 높은 바위 절벽으로 사납게 부딪혀 오는 대서양의 거친 파도와 날아갈 듯한 바람, 있는 그대로의 자연이 살아있는 주변 환경 등도 인상적이다. “이곳에서 육지가 끝나고 바다가 시작되는구나.”라는 글귀가 적힌 시비가 바람을 맞으며 서 있다.

주변을 지나는 배들을 인도하는 등대가 이곳의 지표. 간혹 찾아오는 여행자들을 위한 안내소 겸 카페도 있다. 안내소에서는 땅 끝에 발을 디뎠다는 로카곶 방문 기념 증서를 발행하기도 한다. 우편 업무도 겸하므로 땅 끝에서 보내는 엽서를 친구나 가족에게 써보는 것도 색다른 추억이다.

리스본에서 로카곶 가는 길에 지나게 되는 카스카이스는 해변휴양지로 아늑한 멋이 있다. 돌아가는 길에 들러 해변을 거닐거나 아담한 구시가지를 거닐어 보는 것도 좋겠다. 리스본의 카이스 두 소드레 역에서 카스카이스행 열차가 있다. 30분 간격으로 출발, 40분 정도 소요. 로카곶으로 가려면 카스카이스에서 기차를 내려 버스로 갈아타야 한다.



☞ 현지교통 : 리스본 시내에서는 지하철, 버스, 트램을 이용해서 이동하는데 특히 트램 타기가 재미있다. 트램은 엘렉트리코스(electricos)라고 부르는데 덜커덩거리는 구식 스타일과 최신식 트램이 함께 달리고 있어 더 흥미롭다. 상 조르제 성으로 가는 28번 트램은 좁은 언덕길을 곡예 하듯 올라가는데 리스본의 트램 가운데 가장 운치 있으므로 한번 타볼 것.

☞ 리스보아 카드 리스본 여행을 시작하면서 리스보아 카드를 구입하면 편리하다. 리스본에 있는 각종 박물관, 미술관, 성당, 갤러리, 전시회 등 입장료가 필요한 명소와 대중교통(버스, 트램, 지하철)을 카드 하나로 해결할 수 있다. 파두 공연장, 레코드가게, 기념품점, 리버 크루즈 등의 할인 혜택도 있다. 카드는 24, 48, 72시간용이 있으며 가격은 11~21 유로 정도. 여행자 안내소, 유명 호텔, 여행사, 주요 박물관 등지에서 구입할 수 있다.

☞ 여행자 안내소 기차역이나 메인 안내소 외에 길거리에도 부스가 있다. 초록빛 몸체에 지붕에 ‘i’ 사인이 크게 붙어 있는 곳이 바로 여행자 안내소. 지도나 관광지 안내는 물론 숙소예약, 근교여행에 대한 추천도 해준다. 다양한 공연 정보도 얻을 수 있다.

☞ 파두 파두(Fado)는 포르투갈의 전통 가요를 일컫는 말인데 슬픔과 향수, 그리움 등이 주된 감성이다. 저녁 무렵 라이브로 노래하는 파두 클럽은 현지인은 물론 여행자들에게도 인기 있다. 가장 인기 있는 파디스타(파두 가수)는 지난 1999년 숨진 아말리아 로드리게스. 파두공연이나 클럽 안내는 여행자안내소에 문의하면 된다.

글사진 김숙현 여행작가 pararang@empal.com

입력시간 2003/04/25 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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