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와 오늘] 부시는‘레이건의 아들’

베이징 미ㆍ중ㆍ북 1차 3자 회담에 대한 부시 미국 대통령의 코멘트는 짧다. “북한이 공갈게임으로 회귀했다. 우리가 협박 당하지 않겠다는 점을 북한과 세계에 말할 기회다.”

3자 회담을 색다른 시각으로 지켜본 특이한 경력의 알렉산드로 만수로프 박사(하와이 아시아태평양안보연구센터교수)는 “5월 노무현 대통령의 방미가 동북아시아의 평화와 안보에 결정적 중요성을 띠게 될 것이다. 이 정상회담은 노 대통령의 신념, 특히 북한 핵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 하겠다는 결의를 시험받게 될 것이다”는 예견을 했다.

만수로프 박사는 1980년대 말 김일성 대학에서 조선학을 배우고 평양 러시아 대사관에서 외교관을 하다가 모스크바 국제관계연구소 연구원으로 일한 뒤 미 컬럼비아 대학에서 북한 군부 연구로 국제정치학 박사를 받고 부르킹스 연구소 선임연구원을 거쳐 하와이로 갔다.

그는 미국이 이라크와 전쟁에 들어가기 전인 3월 15일에 “북한 문제를 풀기위한 레이건식 해결방법이 나올까?”라는 논문에서 이렇게 주장했다.

“북한 김정일 위원장은 김일성사후 개방과 개혁이란 두 가지 목표를 정했지만 결국 핵 보유로 미국과 맞서는 외교적 방법을 택했다. 이에 대해 부시 대통령은 특사를 보내 북을 포용하는 클린턴 방식 대신 레이건식 방법을 택했다.” 그는 레이건식 북한 수수께끼 풀기를 “‘악의 제국’은 경제를 봉쇄, 국제적으로 고립시키고, ‘악의 제국’이 스스로 붕괴하거나 그렇치 않을 때 무력을 행사한다는 냉전전략이다”고 해석했다.

만스로프 박사가 이런 ‘레이건식 해법’를 찾아내기까지 뉴욕 타임스 매거진의 수석 집필자인 칼럼니스트 빌 켈러의 ‘레이건의 아들’이란 긴 에세이를 보았다는 흔적은 없다.

빌 켈레는 2차대전 후인 1949년에 태어난 베이비 붐 세대 ‘자유주의 언론인’이라 불리우는 칼럼니스트. 그는 9.11 이후 이라크 전쟁까지 이 세계의 칼럼니스트 중 많은 이가 오른쪽으로 기울거나 중도좌파, 중도우파가 되었다고 보는 쪽이다.

그는 1989년 모스크바의 타임지 지국장 시절 고르바초프의 개방을 추적보도해 퓰리쳐상을 받기도 했다. 미국의 언론 비평가들을 그를 온화한 민주당계의 자유주의적 보수주의자로 평가한다.

이런 켈러가 1월 26일자 타임지에 충격적인(?) 칼럼을 썼다.

“미국 대통령으로써 43대 대통령 부시는 41대 아버지 부시의 아들이기 보다 공화당 출신인 40대 대통령 레이건의 아들이다. 많은 이들이 레이건의 제3기는 아버지 부시(HㆍW)라고 이야기 했지만 그렇치 않다. 43대 부시에서 레이건 3기는 시작되었고 이제 제4기를 맞기 위해 그는 이라크에서 북한, 이란으로 가지 않을까. 41대 부시는 결국 부시 1기에서 끝났다”는 부시 대통령론을 편 것이다.

부시나 레이건이나 서부의 사나이 기질이 있다. 좁은 공간보다 넓은 대지가 좋고 “제발 내 말(rhetoric)에 울타리를 치지 말라”는 개방성과 공격성, 모험심이 있는 면에서 같다.

두 사람은 역사 읽기를 무척 좋아한다. 레이건은 수 십년간 역사 읽기에 나서 이를 예화로 정리해 교리 문답식으로 만들어 중도우파의 논리를 세웠다. 부시는 역사책을 본능적으로 읽고 경험과 정치를 이 속에 혼합시켜 나갔다. 그가 대학에 다닐 때에 12년간 레이건과 아버지 부시의 현장 역사를 읽었고, 이를 석유개발이라는 투자 모험을 하는 경제인이 되는데 활용했다.

이런 ‘역사 읽기’의 공통점은 그들의 종교관에서 출발한다. 그들은 모든 행위를 ‘선과 악’으로 구분하고 종말론을 믿는다. 미국은 인간의 성스러운 자유를 지켜야 하는 하늘의 의무를 지녔다. 인간의 자유를 제약하거나 해치는 국가는 그래서 ‘악의 제국’이다. 두 사람의 ‘악’의 개념은 성서에서 나왔다는 공통점이 있다.

켈러는 바그다드 몰락 후 4월 18일자 ‘수비! 수비! 수비!’라는 칼럼에서 부시에게 충고하고 있다. 시리아나 북한에 눈을 돌리기 전에 미국이 국내의 참전 반전 등으로 인해 민주주의 구덩이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는 수비라는 공격의 반대 방향을 생각하라는 것이다. 전쟁의 반대인 평화를 더 생각 하라는 것이다.

부시가 텍사스 레인저스의 구단주 일 때 홈구장은 펜스까지의 거리가 가장 짧았고 공격이 강한 팀이었다. 그러나 플레이오프에 가기 전 탈락 하는 이유는 리그의 승자들 구장의 펜스거리는 길었고 텍사스 레인저스에는 좋은 수비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부시 대통령을 만나러 가는 노 대통령은 “공격! 공격! 공격!”에 “수비! 수비! 수비!”를 말 할만큼의 신념을 갖고 미국에 가기를 바란다.

박용배 언론인

입력시간 2003/04/29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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