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 조선왕조를 움직인 왕실의 친인척


■조선의 왕실과 외척
박영규 지음/김영사 펴냄

조선을 문무양반의 시대라고는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왕조정치의 기반위에서만 성립될 수 있는 말이다. 왕조정치에서는 왕실이라는 특권층이 생기기 마련이다. 조선의 양반들은 그 특권층이 되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그것은 곧 일반 양반 위에 군림한다는 의미였기 때문이다.

그런 까닭에 왕실과 양반은 조정이라는 정치 현장을 매개로 실타래처럼 얽히고설켜 있었다. 미묘하고 긴박한 사건들에는 반드시 종친과 외척이 관계됐다. 조선의 27왕 가운데 친인척의 문제로부터 자유로웠던 왕은 단 한명도 없었다.

이를테면 성종이 왕위에 오른 것은 그가 권신 한명회의 사위였기 때문이었고, 궁녀 출신이 왕비가 되지 못하게 된 것도 숙종의 장희빈에 대한 개인적인 원한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 영조가 사도세자를 죽일 수 밖에 없었던 것은 영조의 외척들이 모두 노론들이었기 때문이다.

당시 사도세자는 소론과 남인세력을 은근히 가까이 하고 있었는데 이를 눈치챈 노론 세력들이 영조를 압박한 것이다. 당시 영조의 외척들은 모두가 노론의 골수들이었다.

이 책은 이 같은 조선시대 왕과 왕실 외척의 구체적인 면면을 낱낱이 정리했다. 지은이는 20만쪽이 넘는 방대한 분량의 조선왕조실록을 철저히 분석했고, 수없이 규장각과 장서각을 오가며 수만쪽에 이르는 조선왕조 족보 관련 원서들을 샅샅이 뒤졌다.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은 조선왕조실록, 조선왕조선원록, 종친록, 열성왕비세보, 연려실기술 등 방대한 역사적 사료를 기초로 지은이가 직접 129개에 달하는 조선왕실의 가계도를 그린 것. 27명의 역대왕들에서부터 서자 옹주 서녀 사돈 부마 등 지금까지 잘 알려지지 않은 수많은 역사 속 인물들까지 하나하나 소개했다.

이와 함께 왕실 내부의 주요 사건은 거의 빠짐없이 다룸으로써 당시 왕실 상황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줬고, 의식주와 사생활 혼인 서열 등 당시 왕실 사람들의 구체적인 생활상에 대해서도 상세히 기술했다. 때문에 조선사를 좀 더 깊이 있게 이해하고, 그 이면까지도 들여다 볼 수 있게 도와준다.

지은이는 이미 오래 전 ‘한권으로 읽는 조선왕조실록’을 펴내는 등 대중과 역사와의 거리를 한껏 좁힌 바 있는 데 이 책 또한 지은이의 역사대중화 사업의 일환이다.

최성욱 기자

입력시간 2003/04/29 16:06


최성욱 feelchoi@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