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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송금 특검] DJ, 특검 앞에 서나?

[대북송금 특검] DJ, 특검 앞에 서나?

"성역없는 수사" 천명, 직접 소환 예상

김대중 전 대통령은 과연 특검의 화살을 피해갈 수 있을까. 대북 비밀송금 의혹 사건에 대한 송두환 특별검사팀의 수사가 본 궤도에 오름에 따라 관련자들의 사법처리 여부와 처벌 대상, 수위 등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더욱이 전직 대통령이 사건 당사자라는 미묘한 상황에서 송두환 특검호의 진로에 따라 향후 정국은 거세게 소용돌이 칠 전망이다.

김 전대통령의 심경은 4월 22일 저녁 김 노무현 대통령과의 청와대 만찬 회동에서도 그대로 드러났다. 퇴임이후 노 대통령과 처음 만난 자리에서 그는 “대북 송금 사건이 사법 심사의 대상이 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밝혔다. 두 달 전 대국민 해명 당시와 토씨하나 틀리지 않은 ‘희망사항’을 다시 한번 털어놓은 셈이다.

그러나 다음날 오전 서울 강남구 대치동 특검 사무실에서 송 특검은 김 전 대통령 발언과 관련, “그러한 견해를 가진 국민이 많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면서도 “하지만 사법심사 여부는 진실 규명 후에 판단할 문제”라고 쐐기를 박았다. ‘참고 사항’에 불과하다는 의미다.


“필요하다면 누구든 소환”

논란이 되고 있는 사법처리 여부와 관련, 특검팀의 방침을 엿볼 수 있는 중요한 단서도 포착됐다. 특검팀은 24일 4,000억 현대상선 대출을 전결 처리한 박상배 전 산업은행 부총재를 소환하면서 “현재는 중요 참고인 자격으로 불렀지만 조사 도중 위법 사실이 드러날 경우 (피의자로) 신분이 바뀔 수도 있다”고 거침없이 말했다.

또 “박 전 부총재를 안 돌려보낼 수도 있느냐”는 질문에 특검팀은 “벌써 구속 하느냐. 아직 시간이 많다”고 밝혀 사법처리 가능성을 결코 부인하지 않았다. 적어도 관련자들의 처벌을 염두에 두고 수사하고 있다는 의미로 확대 해석될 수 있는 대목이다.

특검은 또 이번 주부터 사건의 핵심 인물인 정몽헌 현대아산 이사회 회장과 김윤규 현대아산 사장, 김충식 전 현대상선 사장, 이익치 전 현대증권 회장 등을 차례로 소환 조사하는 등 사건 실체로 접근하는 행보를 가속화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다면 특검 수사는 어느 선까지 진행될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특검은 김 전 대통령까지 직접 소환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검찰이 전직 대통령들을 불러 사법처리한 전례가 있는 데다 특검의 존재 이유가 ‘성역 없는 수사’이기 때문이다.

또 김 전 대통령이 이 사건에 대해 알고 있었음을 이미 공개적으로 인정한 상태에서 수사 대상에서 배제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물론 전직 대통령 신분임을 감안해 예우 차원에서 서면조사를 벌일 가능성도 있지만 결국 특검 사무실에 나올 것이라는 게 법조계 안팎의 중론이다. 송 특검도 지난 3월 “필요하다면 누구든지 소환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사건에 깊숙이 개입한 것으로 알려진 박지원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임동원 전 외교안보통일특보 역시 특검의 핵심 수사 대상이다. 박 전 실장과 임 전 특보는 정몽헌 회장과 김윤규 사장, 이익치 전 회장 등과 더불어 비밀 송금 사건의 전모를 파악하고 있는 인사로 지목받고 있다.

특히 박 전 실장은 정 회장 등과 더불어 2000년 3~4월 등 3차례에 걸쳐 싱가포르, 베이징 등에서 북측 인사와 만나 정상회담과 대북 경협 사업 등에 대해 논의하는 등 막후 조정자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특검의 집중 추적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박 전실장이 책임지는 모습 보여야”

박 전 실장은 ‘국민의 정부’ 기간 자타가 인정하는 ‘넘버 2’맨이었다는 점에서도 그의 사법처리 여부는 지대한 관심을 받고 있다. 한나라당은 물론 여권에서도 “박 전 실장이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주장이 끊임없이 흘러나오는 것도 눈길 끄는 부분이다. 김 전 대통령 보호를 위한 ‘꼬리자르기’ 차원에서 박 전 실장이 나설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임 전 특보 역시 지난 5년간 김 전 대통령이 야심차게 추진한 햇볕정책의 전도사로서 지난 2월의 대국민 성명 당시 정부 공식 해명 창구역을 자임하고 나서는 등 특검 수사의 주요 표적이다.

한광옥 당시 대통령 비서실장과 이기호 전 경제수석, 이근영 전 산은 총재 등도 4,000억원 대출 과정 등에서 일정 역할을 담당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사건 전체를 놓고 봤을 때 박 전 실장 등 보다는 다소 비중이 떨어지는 인물들로 평가 받는다.

법조계에 따르면 대북 비밀 송금 행위와 관련, 적용될 수 있는 법규는 국정원법, 남북교류협력법, 외국환거래법, 국가보안법, 금융실명제법 등 10여개.

박 전 실장의 경우 국회에서 “한푼도 북한에 보낸 적이 없다”고 주장한 바 있어 위증 혐의도 추가될 수 있으며, 임 전 특보는 국정원이 현대상선 대출금의 송금 편의를 제공한 사실이 이미 공개된 만큼 당시 국정원장으로서의 책임을 피해나가기가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김 전 대통령의 경우는 어떨까. 대북 송금이 통치행위의 일환이었다고 주장한다면 치열한 법리 논쟁이 예상되지만, 그의 사법처리 여부에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를 변수는 바로 ‘국민 여론’이다. 이 부분은 특검도 동의한다.


송금 성격따라 처벌수위 달라질 듯

그러나 지금 당장 여론의 향배를 가늠하는 데는 한계가 있지만, 현 상황이 김 전 대통령에게 결코 유리한 것은 아니다. 지금까지 김 전 대통령이 북한에 전달됐다고 인정한 금액은 모두 5억 달러.

이 가운데 현대상선 대출금 2억 달러는 언론 등의 잇단 폭로와 정부 해명에 따라 대부분 자금 조성 과정 등이 공개됐지만 3억 달러 부분은 여전히 베일에 가려져 있다. 정 회장도 3억 달러 부분에 대해서는 입을 굳게 다물고 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3억 달러 조성 방법과 사용 내역이 드러날 경우 김 전 대통령도 사법적 판단을 받는 사태가 올 수도 있지 않겠느냐”고 내다봤다. 사법처리를 둘러싼 팽팽한 찬반 균형을 순식간에 깨트릴 수 있는 폭발력 강한 사안이 튀어나올 수 있다는 의미다.

더욱이 대북 송금은 정상회담 대가라는 의혹이 끊임없이 이어지는 데다 북한에 건네진 돈이 8억 달러를 웃돈다는 주장까지 제기되고 있어, 수사 결과가 김 전 대통령 등의 해명을 정면으로 뒤집을 경우 여론은 걷잡을 수 없이 악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결국 이번 사건의 사법처리 대상자 범위와 처벌 수위 등은 특검 수사 진행 과정에서 형성되는 국민 여론에 따라 자연스럽게 교통정리 될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강훈기자 hoony@hk.co.kr

입력시간 2003/04/30 1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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