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프리즘] 유럽축구 지존, 무적함대냐? 아주리 군단이냐?

‘별들의 전쟁’에서 살아 남아 4강 고지를 밟은 ‘스페인 무적함대’와 ‘아주리 군단’이 불꽃 튀는 패권 다툼에 돌입한다.

세계최강 클럽을 가리는 2002~2003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4강 토너먼트가 5월 7일(한국시간) 대망의 막을 올려 유럽은 물론 지구촌을 뜨겁게 달군다. 초호화군단 레알 마드리드(스페인)와 이탈리아 세리에A 선두 유벤투스가 정면 충돌하는 등 정상을 향한 별들의 향연은 매 경기 손에 땀을 쥐게 하는 명승부를 예약해 놓고 있다.

유럽 양대 리그인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선두 레알 마드리드와 세리에A 1,2,3위인 유벤투스 인터밀란 AC밀란 등 ‘아주리 군단 3총사’가 자웅을 겨루는 올 시즌 4강 토너먼트는 ‘마드리드 대 이탈리아’의 대결 양상을 띠게 됐다.


마드리드가 역시 최고

2연패(連覇)와 함께 통산 10번째 우승에 도전하는 마드리드는 8강을 거치면서 더욱 막강해진 화력을 뿜어대고 있다. 지난해 우승 멤버인 지네딘 지단과 피구, 카를루스 등 월드스타들이 건재한데다 올 시즌 합류한 현역 최고의 스트라이커 호나우두가 ‘물 만난 고기’처럼 득점포를 가동, 가히 천하무적이다.

호나우두는 특히 4월 24일 데이비드 베컴이 이끄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잉글랜드)와의 8강 2차전(3_4 패) 원정경기서 ‘신기(神技)의 해트트릭’을 기록하는 등 완전히 ‘감’을 잡은 상태다. 맨체스터의 퍼거슨 감독이 “호나우두의 세 골은 하나같이 거장(Virtuoso)이 빚어낸 예술 작품”이라며 혀를 내두를 정도다.

‘중원의 사령관’ 지단도 최고의 플레이 메이커답게 그라운드의 마술사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맨체스터와의 8강 1차전(3_1 승)서 피구와 라울의 골을 모두 어시스트한 지단은 자로 잰 듯한 정교한 패스와 상대 수비라인을 뒤흔드는 크로스로 쉴새 없이 득점 찬스를 엮어내고 있다.

이에 맞선 유벤투스는 1998년 결승에서 마드리드에 덜미를 잡혀 준우승에 머문 한을 풀겠다며 설욕을 다짐하고 있다. 트레제게와 델 피에로 등 세리에A 최강 화력을 자랑하는 유벤투스는 특히 바르셀로나(스페인)와의 8강 2차전서 잘라예타의 짜릿한 골든골로 2_1로 승리, 바르셀로나의 챔피언스리그 15경기 연속 무패(13승2무) 행진을 깨뜨리는 등 ‘타도 스페인’의 선봉을 자임하고 있다.

85년과 96년 우승 트로피에 입맞췄던 유벤투스의 마르첼로 리피 감독은 “르네상스 시대를 맞은 이탈리아 축구 앞에 마드리드는 무릎을 꿇게 될 것”이라고 장담했다.


스페인 무적함대는 없다

이탈리아 팀끼리 4강에서 맞붙게 된 밀란 형제 인터밀란과 AC밀란도 ‘아주리 군단의 영광’을 부르짖고 있다. 특히 64ㆍ65년 연패(連覇)뒤 침묵을 지키다 81년 이후 22년 만에 4강에 오른 인터밀란은 ‘우승 트로피를 되찾을 때가 됐다”며 눈높이를 마드리드_유벤투스 전 승자에 맞추고 있다. 인터밀란의 견인차는 단연 세리에A 득점 선두(24골) 크리스티안 비에리다.

한일월드컵 비운의 스타 비에리는 발렌시아(스페인)와의 8강 1차전(1_0 승)에서 결승골을 뽑아낸 데 이어 2차전(1_2 패) 원정경기서도 전반 5분 크레스포가 찔러준 볼을 받아 오른발 슛으로 선제골을 터뜨리는 등 절정의 골 감각을 뽐내고 있다. 인터밀란은 발렌시아와 동률(1승1패ㆍ2_2)을 이뤘으나 ‘원정 득점’ 추가점수 부여 규칙에 따라 4강에 오르는 행운을 누리기도 했다.

왼발의 달인 히바우두와 인차기를 앞세운 AC밀란도 94년 이후 9년만의 정상 탈환을 노린다. AC밀란은 95년 결승서 0_1 패배를 안긴 아약스(네덜란드)를 8강에서 무너뜨리는 등 무서운 상승세를 타고 있다. AC밀란은 이탈리아 대표팀 주 공격수 인차기의 빠른 몸놀림과 감각적인 슈팅에 기대를 걸고 있다.

아약스와의 8강 2차전(3_2 승)에서 결승골을 뽑아낸 인차기는 현역 선수 중 유럽 클럽대항전 최다 득점(46골) 행진을 이어가는 등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큰 경기에 강한 덴마크 대표팀 스트라이커 토마손의 한방도 승부의 변수로 떠오를 전망이다.

이종수 체육부기자

입력시간 2003/05/02 10:08


이종수 체육부 jsle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