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책돋보기] 달마 고양이 外


◐ 달마 고양이
데이비드 루리 지음/재연스님 옮김/문학동네 펴냄.

카툰집도 아니고, 꽁트집도 아니고, 그렇다고 잠언집이라고 하기에도 어울리지 않고. 만화와 꽁트와 잠언이 한 데 어울린 그냥 ‘책’이라고 부를 도리 밖에 없다.

등장인물은 동자승 보디, 그와 함께 사는 고양이 달마와 생쥐 샴이다. 35개의 에피소드로 구성돼 있는 데 각 에피소드는 3~4컷으로 된 카툰과 ‘달마 가라사대’,‘재연 가라사대’로 이루어져 있다. ‘사랑’, ‘죄책감’, ‘비폭력’, ‘민주주의’, ‘인내’,‘집착’ 등의 제목을 붙인 짧은 카툰을 통해 인간의 집착과 욕망, 인간이 정해놓은 규칙들이 얼마나 얄팍하고 깨지기 쉬운지를 보여준다.

깔깔거리며 책장을 넘기는 동안 수차례 무언가가 머리를 치는 것을 느낄 수 있다.카툰과 달마의 코멘트와 재연 스님의 덧붙이는 글이 모두 촌철살인의 해학을 밑바탕에 깐 채 삶의 지혜와 깨달음을 선물한다.

이 책은 세계 각국에서 12개 언어로 출간됐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 나온 책은 정확히 얘기하면 재연스님과의 공저라고 하는 게 옳을 듯 싶다. 재연스님은 글을 옮기는 데 그치지 않고, 에피소드마다 자신의 해설을 붙였는 데 그게 또한 재미와 진지함을 아울러 담고 있다.


◐ 중체서용의 경세가 증국번
총 샤오롱 지음/양억관 옮김/조병한 해설/이끌리오 펴냄.

내란과 외침으로 멸망의 위기를 맞은 19세기 청조말, 나라를 구해낸 증국번(1811~1872)의 파란많은 인생을 그린 소설이다. 증국번은 우리에게 낯선 인물. 우리 교과서에는 태평천국의 난 진압, 양무운동 추진 등과 관련, 이홍장과 함께 이름 석자만 간단히 언급된다.

그러나 증국번은 중국인에게는 청조 말기를 상징하는 인물로 여겨진다. 장개석은 유교로 무장한 탁월한 전략가로서 증국번을 스승으로 삼았고, 민중혁명을 진압한 증국번의 ‘죄상’을 이념적으로 비판할 수 밖에 없었던 모택동 조차도 누란의 위기에서 나라를 구한 합리적 지도자로서 증국번에게 큰 존경심을 표했다.

평전이 아니라 소설의 형식을 취한 까닭에 증국번의 학술적 성과나 철학에 대한 깊은 성찰은 부족하다. 서강대 사학과 조병한 교수의 증국번에 대한 해설을 뒤에 붙인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 닮은꼴 영혼
앨런 쇼엔 지음/이충호 옮김/에피소드 펴냄.

세계적인 명성을 얻고 있는 미국의 수의사 앨런 쇼엔이 펴낸 사람과 동물간의 사랑 이야기. 사람과 동물간의 특별한 유대는 우리들에게 육체적 건강과 정신 건강에 모두 도움을 준다는 게 지은이의 믿음이다. 때문에 지은이는 “이 풍요로운 지구를 모든 거주 생물과 함께, 서로 존중하고 사려깊은 방식으로 공유하는 것은 지상명령”이라고 주장한다.

암에 걸렸으면서도 당뇨병에 걸린 사람 친구가 병을 이겨낼 수 있도록 도와 준 개,자기도 죽을 병에 걸렸으면서 병든 사람 친구를 돕기 위해 살아 남으려고 애쓰는 셰퍼드 이야기, 악성 종양에 걸려 3개월 시한부 선고를 받은 강아지가 노부부의 사랑으로 1년을 행복하게 살다 죽은 이야기 등을 감동적으로 들려준다.


◐ 리더십 앙상블

오르페우스 체임버 오케스트라는 전세계 CEO 들이 가장 관심을 갖고 있는 오케스트라다. 이 오케스트라에는 지휘자가 없다. 전통적인 오케스트라에서는 오직 지휘자만이 곡을 해석하고 연주를 책임진다. 연주자들은 자기 파트만 익히면 된다. 그러나 오르페우스 단원들은 악보 전체를 익히고 연주의 흐름을 완벽하게 파악해야 한다.

영웅적 지휘자 대신 수평조직의 혁명을 단행, 놀라운 성과를 거둔 오르페우스를 통해 유연하면서도 강력한 조직을 만드는 방법을 소개한다. 하비 세이프터ㆍ피터 이코노미 지음. 강미경 옮김. 세종서적 펴냄.


◐ 세계 자연유산 답사

유네스코는 인류가 보존해야 할 중요한 장소를 세계 자연유산으로 정해놓고 있다. 사진작가이면서 여행칼럼니스트인 지은이는 80개국 300곳 이상의 세계 자연유산을 직접 찾았다. 사납기로 유명한 유럽 불곰 앞에서 목숨을 걸고 찍은 사진을 비롯해 인간의 발길이 닿지 않은 아름다운 자연을 작가 특유의 따뜻한 시선으로 담아낸 사진들로 가득하다. 글ㆍ사진 허용선. 사계절 펴냄.


◐ 나를 새롭게 하는 명상

독특한 삽화가 곁들여진, 실용적이고 쉬운 명상 가이드. 선불교에서 도교에 이르기까지 명상의 위대한 전통들을 자세하게 소개하고, 이를 응용한 프로그램을 제시하고 있다. 데이비드 폰타나 지음. 박수미 옮김. 들녘 미디어 펴냄


◐ 즐겁게 일하는 기술

심리학박사이자 법률가이며 전문컨설팅회사를 경영하고 있는 지은이가 직장에서 일어나는 온갖 갈등에 올바르게 대처하는 법을 일러준다. 지니 그레이엄 스콧 지음. 김두철 옮김. 좋은책 만들기 펴냄.

입력시간 2003/05/06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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