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섭의 한의학 산책] 봄철 입맛, 꽃게에 맡겨보세요

산에 들에 꽃은 피지만 몸은 맘 같지 않게 늘어지고, 졸음만 온다. 게다가 입맛도 떨어진다. 몸이 나른한 게 어디 아파서 그런 게 아닌가 내원하는 환자들도 있다. 봄이라서 라고 막연하게 말하기에는 같은 증상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이렇게 입맛 없을 때에는 별미를 찾아서 먹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지금은 알이 꽉 찬 암꽃게가 맛있을 때다. 꽃게는 2월초에서 7월말에 상반기 작업에 의해 어획되고 하반기작업은 9월초에서 12월말쯤에 이루어진다.

하반기 작업 때에는 숫꽃게가 먹음직스런 때이다. 8월은 산란기에 따른 금어기로 꽃게를 잡는 것이 금지된다. 살이 많은 게를 먹으려면 한겨울부터 산란기 직전의 게를, 알이 꽉 찬 것을 먹고 싶다면 산란기에 해당하는 4월에서 6월 사이의 게가 적격이다.

꽃게는 각종 단백질이 풍부하며 위의 기능을 강화시켜서 음식물 소화를 촉진시키고 입맛을 돋워준다. 꽃게 속에 들어있는 타우린 성분은 간 기능을 강화시켜 줄 뿐 아니라 여성들의 산후풍이나 월경불순을 치료하는 데에도 효과가 있다. 로이신, 아르기닌 등 필수 아미노산이 많이 들어 있어 성장기 어린아이에게 좋고 단백질이 많은데도 소화가 잘되기 때문에 병의 회복기에 있는 사람이나 허약체질, 노인에게도 좋다.

또한 꽃게는 몸을 차게 하는 성질이 있어 열을 내려주며 핵산이 많이 들어 있어 노화를 방지해주며, 열량이 낮으면서도 혈관을 강화시키는 성분이 포함되어 비만, 동맥경화증, 심장병, 고혈압 등 각종 성인병을 예방하는데 탁월할 효과를 발휘한다. 칼슘, 인 등을 많이 함유하고 있어 뼈를 튼튼하게 하므로, 몸이 허약해진 상태에서 뼈를 상하거나 인대가 늘어난 사람의 경우 꽃게를 먹는 것이 도움을 될 수 있다.

갑각류는 예로부터 머리가 좋아지는 음식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는 갑각류의 단백질은 지방 등의 다른 물질과 결합되지 않아 신속하게 뇌로 전달되며 뇌에서 신경전달물질로 기분을 좋게 하고 정신적으로 에너지를 충만하게 해주는 도파민, 노르에피네프린 등의 원료가 되는 티로신을 다량 공급해주기 때문이다.

구슬도 꿰어야 보배이고, 꽃게도 적당한 조리법으로 맛있게 만들어야 제 가치를 잘 발휘할 수 있는 법이다. 꽃게는 산성 식품이기 때문에 채소와 같은 알칼리성 식품과 같이 먹는 것이 좋다. 꽃게는 살이 연하고 내장이 상하기 쉬우므로 신선할 때 재빨리 조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므로 살아 있는 것을 고르는 것이 가장 좋지만 냉동된 것을 구입할 때는 등딱지에 윤기가 흐르고, 들었을 때 무게가 느껴지는 것을 고른다.

간장과 멸치육수, 생강, 마늘, 고추, 발효된 젓국 등을 불에 달인 후 급속히 식혀서 이 장국을 꽃게에 부으면 간장게장이 되는데, 이런 양념들은 꽃게의 찬 성질을 중화시킨다. 여기에 매콤한 양념을 하면 좀더 따뜻한 성질이 가미된다.

알이 통통하게 오른 꽃게에 여러 야채를 넣고 탕을 끓이면 꽃게탕이 되는데, 시원한 국물을 마시면 온 몸이 풀리면서 땀이 살짝 나고, 혹시 봄비에 감기라도 걸렸다면 바로 감기가 도망갈 정도이다. 꽃게살에 튀김옷을 입히면 꽃게튀김이 되고, 꽃게에 감초, 인삼, 당귀 등을 넣어서 쪄서 먹으면 기혈(氣血)을 생성시키면서 심장의 열을 내려준다.

바다에서 사는 생물들은 바다의 특징을 온 몸에 지니고 있고, 산에서 나는 생물들은 산의 성격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몸에 바다 기운이 부족하다 싶으면 바다에서 나는 음식물들을 섭취해야 하고, 땅 기운에 부족한 듯하면 땅에서 나는 음식물들을 섭취해야 한다.

그리고 바닷가에 사는 사람들은 바다에서 나는 산물들을 먹어야 건강하고, 뭍에서 사는 사람들은 뭍에서 나는 산물들을 섭취해야 몸에 좋다. 우리나라는 아름다운 산과 바다가 함께 있으니 우리처럼 행복한 사람들이 있을까? 주위를 한 번 둘러보고 기분전환 해보자.

강남경희한방병원 이경섭 병원장

입력시간 2003/05/06 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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