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수 훤하게 삽시다] 영원한 숙제 長壽, 해답은 절식

과식은 세포를 병들게 하고 면역기능·해독능력 떨어뜨려

인간의 장수에 대한 바램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습니다. 장수를 위한 여러 가지 시도가 있었지만 지금까지 알려진 가장 확실한 장수의 방법은 바로 절식(節食)입니다. 절식이 노화현상을 어느 정도 늦출 수 있다는 주장은 1930년대 쥐를 이용한 연구에서 시작되었습니다.

1935년 미국 코넬대 영양학자 클라이브 매케이는 칼로리를 적게 섭취한 쥐가 오래 산다는 연구 결과를 학계에 처음 보고했습니다. 당시 연구에서 절식을 시킨 쥐는 평균 48개월을 산 반면 먹고싶은 대로 먹은 쥐는 30개월밖에 살지 못했습니다.

절식이 장수에 도움이 된다는 이론적인 근거는 세가지 정도가 있습니다. 첫째는 과식으로 인해 우리 몸의 세포를 병들게 하는 활성산소(유해산소)가 많이 생성된다는 사실입니다. 둘째, 과식은 세포자살을 막습니다. 세포자살이란 늙고 병든 세포가 개체를 보호하기 위해 스스로 죽음을 선택하는 현상입니다.

세포자살을 통해 죽어야 할 세포가 죽지 않으면 돌연변이를 일으켜 암세포로 변하게 됩니다. 셋째, 과식은 신체의 면역기능과 해독능력을 떨어뜨립니다. 과식으로 배가 부르게 되면 인체는 태평성대가 온 것으로 착각하게 되어 세균이나 바이러스가 침입해도, 혈관에 기름 덩어리가 쌓여 동맥경화가 생겨도 무사안일하게 지냅니다.

쥐를 대상으로 한 동물실험을 보면 포식한 쥐는 하루종일 늘어져 잠만 자며 행동은 굼뜨게 됩니다.


밥의 양을 3분의 1 줄여라

그렇다면 식사를 얼마나 줄여야 하고 기간은 어느 정도 되어야 노화방지의 효과를 누릴 수 있을까요? 첫째 질문에 대한 정답은 학자들마다 의견이 조금씩 다르지만 대체로 평소 섭취 칼로리의 30% 정도 줄일 때 최대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지고 있습니다. 미 국립노화연구소의 원숭이 실험에서도 전체적인 열량을 30% 줄인 경우 수명 연장 효과가 극대화되었습니다.

중요한 것은 30%가 음식의 양이 아니란 사실입니다. 제가 소식(小食)이라고 표현하지 않고 절식(節食)이라고 표현한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줄여야 하는 것은 칼로리입니다. 즉 지방과 탄수화물 등 칼로리가 많은 음식을 줄여야 한다는 뜻이지요. 나물과 같은 칼로리가 적은 채소류는 다소 과식을 하더라도 좋습니다. 30% 정도 칼로리를 줄이기 위해 제가 가장 손쉬운 방법으로 권유하는 것이 밥그릇의 크기를 줄이는 것입니다.

밥은 가장 중요한 한국인의 칼로리 공급원이기 때문입니다. 밥그릇의 크기 자체를 3분의 1 정도 줄이거나 아니면 평소 그릇에 담는 밥의 양을 3분의 1 정도 줄이면 됩니다. 밥을 적게 먹으면 반찬의 양도 자연히 줄게 됩니다. 이렇게 해서 생긴 허기는 채소나 과일 등 몸에 좋은 식사를 함으로써 해결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한가지 다행한 사실은 우리의 상식과 달리 이미 한평생 먹고 싶은 대로 먹고 산 노인들에게도 때늦은 절식은 효과가 있는 것으로 밝혀지고 있습니다. 미국의 장수과학자인 스핀들러 교수는 사람의 나이로 치면 70세 이상에 해당하는 늙은 쥐들을 대상으로 2주 동안 절식을 시켜 유전자 발현이 젊어지는 쪽으로 완전히 방향을 바꾸는 현상을 관찰하였습니다.

그는 최근 발표한 논문을 통해 사람의 경우 1년 정도만 절식해도 한평생 절식한 것과 비슷한 변화가 체내에서 일어난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그래도 절식에 대해 갸우뚱한 분들이 있으리라 여겨집니다. 또 하나의 의문이 남았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절식이 좋아도 적게 먹고 골골거리면서 오래 사는 것은 무의미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생각은 사실과 다릅니다. 절식한 쥐의 경우 근력과 순발력, 지구력 등 체력과 호르몬 분비량과 같은 활력의 지표들이 마음껏 포식한 쥐보다 훨씬 좋은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입니다.

원시인들을 생각하면 알기 쉽습니다. 농경사회가 정착하기 전 원시인들은 오직 사냥을 통해 열량을 얻었습니다. 이리 뛰고 저리 뛰어야 겨우 토끼 한 마리 잡을 수 있었겠지요. 여기저기 널린 패스트 푸드를 통해 불과 5분이면 쉽게 수백 칼로리의 열량을 얻을 수 있는 현대인에 비해 무척 열악한 환경입니다.

그러나 원시인들이 남긴 돌도끼나 옷차림 등을 감안하면 우리보다 훨씬 무거운 것을 들 수 있고 추위에도 잘 견디는 등 체력이 강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많이 먹는다고 힘이 세지는 것은 결코 아닙니다.


잡곡위주로 하루 1,500칼로리 섭취가 적당

그렇다면 이제 절식을 위한 실천만 남았습니다. 하지만 아직까지 해결되지 않은 마지막 난관이 남았습니다. 이 모든 과학적 증거들을 나름대로 완벽하게 갖춘 절식의 효험에도 불구하고 입맛과 식욕을 억제해가며 적게 먹는 것이 말처럼 쉽지 않기 때문이지요.

미국 국립노화연구소의 원숭이 실험을 기준으로 사람에게 적용하면 이론적으로 하루 1,500칼로리 정도를 섭취해야 합니다. 한국인이 즐겨 먹는 한식 위주의 식단으로 한끼를 먹으면 대략 500칼로리 정도가 되므로 하루 세끼 이외에는 다른 음식을 먹기가 어렵다는 거죠.

일반적으로 과식을 하지 않는 한국인 남성의 경우 하루 2300~2500칼로리 정도를 섭취하고 있으며 여성의 경우에는 1900~2200 정도의 칼로리를 섭취하고 있어 500~1000칼로리를 줄이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봅니다. 그러나 가능은 합니다.

참고로 저의 개인적인 식단을 한번 공개해 드릴까 합니다.

노화에 관심이 많은 의사는 어떻게 먹는지 궁금해 하실 것 같아서요. 아침식사는 잡곡밥 반그릇(180칼로리), 두부(김치찌게나 된장국에 넣은 두부로 약 50칼로리), 멸치와 각종 나물류(약 50칼로리), 약간의 김치와 해조류(약 20칼로리), 우유 반잔(약 50칼로리) 정도로 350칼로리를 섭취합니다.

점심은 도시락을 싸서 병원에서 먹습니다. 잡곡밥 3분의 2공기(240칼로리)와 비빔밥으로 먹을 수 있는 고추장과 김, 버섯, 나물류(약 120칼로리), 계란후라이나 계란말이(약 100칼로리) 등으로 450칼로리 정도를 섭취합니다.

저녁은 잡곡밥 반그릇(180칼로리), 김치와 채소류(50칼로리), 작은 생선 한 토막이나 두부(100칼로리), 닭고기 혹은 기름기가 적은 육류(약 100칼로리)등 단백질 위주의 식단으로 400칼로리 정도를 섭취합니다.

간식으로는 오전 11시경에 과일 2~3가지로 100칼로리 정도를 섭취합니다. 오후 간식 시간은 저에게 하루 중 가장 행복한 시간이지요. 제가 좋아하는 각종 불량식품(버터쿠키, 새우깡, 크라운 산도, 땅콩캬라멜 등)과 우유 한잔, 약간의 과일을 포함하여 150~200 칼로리 정도를 먹습니다. 이렇게 먹으면 대략 하루 섭취칼로리가 1,500칼로리 내외가 되지요.

물론 가끔씩 외식으로 칼로리 섭취가 많아지면 저녁에 양재천을 걷거나 아이들과 공놀이를 하면서 칼로리를 소모하려고 노력한답니다. 저처럼 건강과 노화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라면 건강한 삶을 위해 하루 1,500칼로리 정도를 섭취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그러나 제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혀의 즐거움도 무병장수 못지않게 중요하기 때문에 여성의 경우는 1600~1700칼로리, 남성의 경우는 1800~1900칼로리를 섭취하는 정도로 타협을 보는 것도 좋을 듯합니다. 지금 제시한 칼로리는 성인 남녀의 경우에 해당되며 65세가 넘어가면 칼로리 필요량이 줄어들기 때문에 섭취칼로리를 더 줄일 필요가 있습니다.

에스터 클리닉 여에스더 원장

입력시간 2003/05/14 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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