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호의 경제서평] 통계를 알면 주식이 손에 잡힌다


■ 그린스펀 따라잡기
로버트 스타인 지음/ 김현구 옮김/ 시아출판사 펴냄

한 집 건너 주식에 투자하고 있는 사람이 있다고 할 정도로 주식 투자는 어느새 우리의 일상사가 되어버렸다. 그런데 어떻게 해야 주식에서 이익을 볼까. 미국의 유명한 투자자 워런 버핏은 “시장 예측은 불가능하다”는 말을 했다. 지금까지 내로라 하는 전문가들이 나름대로 심혈을 기울여 만든 수 많은 공식들도 하나같이 실패했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무작정 주식 시장에 뛰어들 수는 없다.

이 책은 경제 정보 과잉시대에 경제 통계의 의미를 제대로 파악하기 위한 것이다. 가장 초보 수준의 야구 팬이라도 투수의 방어율과 타자의 타율을 어떻게 계산하는지 정도는 알아야 하듯 오늘날의 투자자들도 각종 기관에서 나오는 매일매일의 통계 수치가 투자에 어떤 의미를 갖는지 알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 책의 원제는 ‘그린스펀의 서류가방 속’이다. 그린스펀은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 의장이어서, 미국 경제를 관리하는 연준을 들여다볼 수 있는 경제 통계에는 무엇이 있는지 살펴보자는 뜻이다.

GDP 실업률 물가지수 BSI 등 우리가 접하고 있는 경제 통계는 수없이 많다. 이러한 통계들을 이코노미스트 애널리스트 투자전문가 등 소수 집단이 독점하던 시대는 지나갔다. 현대는 이런 수치가 무엇을 전달하고 있는지 잘 알지 못하면 경제 생활에서 손해를 보는 시대다.

문제는 수치가 보내 오는 신호를 제대로 파악하기가 어렵다는 점이다. 그린스펀 의장의 업적 중 하나는 연준으로 하여금 경제에 관한 그들의 견해를 좀더 공개적으로 밝히도록 만든 것이다. 그린스펀 의장은 정책을 입안하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의 금리 결정을 공개적으로 발표하는 일을 정례화했다.

그린스펀 이전에는 금리 변동을 공개적으로 발표하지 않아 투자자들은 미국 국채 시장의 변동상황을 관찰함으로써 연준의 정책 변화를 추정해야 했다. 연준은 또 금리에 대한 정책 변화를 알려주면서 경제에 대한 간단한 평가를 곁들였다. 이를 통해 이해 관계자들은 연준의 심중을 읽을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실제로는 그로 인해 더 많은 혼동이 초래됐다. 각각의 투자자들이 연준의 정책 공표에 대해 서로 다른 해석을 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통계 해석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오늘날의 투자자들, 특히 단기 투자자들은 경제 통계가 어떻게 수집되며 무엇을 드러내 주는지 그리고 시장의 전문가들은 이런 정보들을 실제로 어떻게 사용하는지에 대해 좀 더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하나의 예를 들어보자. 미국 노동부가 발표하는 고용상태 보고는 경제적 추세 뿐 아니라 소비자와 투자자 정서에 미치는 심리적 영향 때문에 면밀하게 관찰된다. 실업률은 종종 경제가 상승으로 반전되는 바로 그 시점에 최대가 된다.

기업들이 수익성을 개선하기 위해 필요한 수준까지 노동력을 감축했기 때문이다. 반대로 경제가 정점에 달해 수축이 불가피해지기 직전 시점에 실업률은 가장 낮은 수준에 있게 된다.

저자는 주식시장은 경제와 다르다는 점을 되풀이 강조하고 있다. 많은 개인 투자자들은 메인 스트리트(실물경제시장)와 월 가(금융자본시장)가 같은 것이라는 잘못된 인식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이 둘을 혼동하거나 동일시한다면 주가에 근거하여 경제적 판단을 하게 되거나 경제상태에 근거해 주식에 대해 판단하게 된다.

후자의 경우라면 큰 문제가 안 되겠지만 전자라면 잠재적으로 큰 손해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주식시장은 경제적 바로미터로서 기능하는 것도 아니고 경제를 끌어 올리거나 경제에 도움을 주는 수단으로서 기능하는 것도 아닌, 바로 시장으로만 기능한다는 설명이다. 주식시장은 전적으로 인식과 기대에 관한 것이다.

투자 결정은 ‘조건에 따라서’ 해야 한다고 저자는 말하고 있다. 투자 결정을 자동적으로 유도해 줄 규칙이나 상황 같은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지속적인 정보 수집과 연구, 평가 등을 중요시 해야 한다는 것이다. 결국 ‘당신의 운명은 당신 손에 달려 있다’고 끝을 맺고 있다. 투자에 도움이 될 수 있는 것은 있어도 절대적인 지침은 없다는 이야기다.

저자는 금융 웹사이트 네트워크인 스톡브로커스 닷컴의 설립자이자 선임 이코노미스트다. ‘주식 중개인’이란 말이 자신을 가장 잘 나타내주는 표현이라고 스스로 밝히고 있다.

이상호 논설위원

입력시간 2003/05/20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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