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체할 수 없는 끼… 상큼한 외도

노래하는 치과의사 이지영, 춤추는 한의사 최승

‘노래하는 치과의사, 춤추는 한의사’

흰 가운을 걸치고 환자를 진료해야 하는 의사들이 ‘아름다운 외도’에 푹 빠져 있다. 서울대 치대 출신의 가수 이지영과 최근 댄스 다이어트 비디오를 낸 한의사 최 승이 주인공. 진료라는 의사 본연의 직분에 충실한 것은 기본이지만, 노래와 춤이라는 타고난 예술적 ‘끼’를 한껏 살리고 있는 그녀들을 만나봤다.


음악치료 공부할 계획

“의사의 외도라는 비판을 받아도, 어렸을 때부터 소망해온 가수의 꿈을 이룰 수 있어 행복합니다.”

서울대 치대를 나온 미모의 치과의사가 가수로 변신했다. 서울 무교동의 EG치과 이지영(29) 원장. 그녀는 최근 ‘EG’라는 예명으로 첫 앨범 ‘Storm’을 냈다. 앨범은 그녀의 예명인 EG(이지)처럼 쉽고 편안하게 들을 수 있는 음악들로 구성됐다.

고독과 어둠을 기반으로 한 이번 앨범의 대표곡 ‘Storm’을 비롯해 따뜻한 보컬이 돋보이는 ‘슬픈 기억’과 보사노바와 팝이 조화를 이룬 ‘이별이야기’, 가스펠 성향의 리메이크곡 ‘나’까지 모두 11곡이 수록됐다. 현란한 기교는 없지만, 앨범 전반에 흐르는 자신감 넘치는 음색은 상당히 독특하고 매력적이다. 대학시절 내내 합창부원으로 활동하며 갈고 닦은 실력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

“들으면 마음이 편안해지는 음악이에요. 혼자 비 내리는 창 밖을 바라보면서 혹은 드라이브를 하면서 즐기기에 알맞은 곡들이죠.”그녀는 앨범이 시판되기도 전에 ‘치과의사의 가수 데뷔’라는 사실로 인해 톡톡히 유명세를 치렀다. “잘 나가는 치과의사가 뭐가 아쉬워 앨범을 내나”라는 호기심 섞인 비난에서부터 “의사의 앨범은 어떤지 한 번 들어보자”는 반응까지 다양했다.

그녀는 “의사가 낸 앨범에 대한 관심도 고맙지만, 음반을 낸 가수로서 좀 더 음악성을 인정 받고 싶다”고 말했다.

그녀가 오랜 꿈을 이루게 된 것은 2년 전 서울대 치대의 미술 동아리인 ‘상미촌’ 선배들과의 자리에서부터. 우연히 그 자리에서 김종덕 한국음반제작업협동조합 회장을 만났는데, 음반을 내지 않겠느냐는 제안을 받았다. 당연히 주변에서는 말렸다.

서울대병원 치주과 전임의사, 을지의과대학병원 치과 과장을 역임하는 등 의사로서 쌓아올린 화려한 경력이 단 한번의 외도로 무너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 때문. 한국해양대 교수인 부친은 결혼 적령기에 접어든 딸이 ‘연애’ 대신 ‘음악’을 애인으로 삼겠다는 각오에 크게 상심했다.

“대학 시절 노래방이나 회식 자리에서 노래를 하면 ‘가수 하라’는 말을 많이 들었어요. 그 때도 마음은 굴뚝 같았지만 부모님의 기대도 있고, 나름대로 의사로서의 포부도 있어 포기했지요. 이제 의사 경력을 쌓을수록 가수의 꿈과 멀어진다는 생각에 어렵게 용기를 냈습니다.”

6월 초부터 지상파 TV에 모습을 보일 그녀는 어린이날인 5월 5일 서울 잠실 주경기장에서 열린 소년소녀가장돕기 행사에 참여해 첫 가수 신고식을 치렀다. “공연을 준비할 때는 많이 떨었는데, 일단 무대에 서니까 앞의 앉은 공연 관람객들의 얼굴 표정 하나하나가 읽혀졌어요. 아무래도 전 무대 체질인가봐요.”

의사라는 직업과는 거리가 멀어 보이는 연예인으로서의 ‘끼’가 다분하다. 그녀는 “예술적인 소양이 없으면 훌륭한 치과의사가 되기 어렵다”며 “웃을 때 얼굴에서 가장 눈에 들어오는 부분이 치아이기 때문에 미적인 감각이 필수적”이라고 웃는다.

올해 초 개원한 그녀의 병원 휴게실에는 DVD 등 다양한 오디오 시설을 갖춰 놓았다. “이가 아프면 정신적으로 큰 스트레스를 받잖아요. 아픈 부위를 치료하는 것은 물론이고 정신적 불만을 해소해주는 것도 의사의 몫이라고 생각해요.” 앞으로 음악치료를 공부할 계획도 있다고 밝힌 그녀는 "편안한 음악을 들려주는 가수로 자리매김하고 싶다"고 말했다.


무용치료와 한의학 접목시켜

초등학생 아들을 둔 학부모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게 상큼한 미모가 돋보이는 예인한의원 최승(34) 원장이 최근 댄스 다이어트 비디오를 냈다. 흰 가운 대신 배꼽이 드러나는 야시시한 의상을 입고, 백 댄서까지 동반찬 채 춤을 추는 그녀의 모습은 전문 댄서 저리가라고 할 만큼 매혹적이다.

“한의사가 춤추며 다이어트를 한다고 하니 의아하시죠? 춤은 누구나 쉽게 즐길 수 있는 유산소 운동이에요. 춤을 추면 근육이 가늘고 길게 발달되기 때문에 살이 예쁘게 빠지죠. 흥겹게 춤을 추다 보면 살과 스트레스가 동시에 사라지는 걸 경험하게 될 겁니다.”

모두 3부로 구성된 다이어트 비디오는 체질ㆍ부위별 다이어트 방법과 응용 동작을 추가한 흥겨운 뮤직비디오 등으로 짜여 있다. “한 달간 매일 20분씩 따라 하면 보통 체중의 5~8% 가량 살을 뺄 수 있다”며 “동작을 똑같이 따라 하려고 신경 쓰는 것 보다 몸이 가는대로 신나게 춤을 추는 게 더 효과적”이라고 설명했다.

믿거나 말거나 그녀는 타고 난 ‘몸치’라고 한다. “마음만 앞서고 동작은 잘 안 될 때가 많아요. 그럴 때는 제 몸에 맞게 동작을 변형해서 추죠. 비디오 준비를 할 때는 진료를 마친 뒤에 하루 5시간 씩 연습했어요. 입술이 부르틀 정도로 힘들었지만, 이런 기회 아니면 제가 언제 ‘배꼽티’ 입고 조명 아래서 춤을 추겠나 하는 생각에 참 재미있게 촬영했어요.”

10년 전 내과와 함께 비만 클리닉을 시작한 그녀는 국내 다이어트업계의 ‘별’로 통한다. 특히 한의사 신분으로 대학원에서 무용을 전공해 무용 치료와 한의학을 접목시켰다는 점에서 단연 각광을 받는다.

“환자에게 운동 처방을 내기 위해서는 의사가 먼저 운동을 알아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재즈 무용으로 시작해 조깅, 에어로빅, 수영까지 다 해봤는데 춤이 가장 효과적이었어요. 비만 치료는 사실 정신 치료가 중요하거든요. 스트레스를 풀면 몸도 마음도 가벼워져요. 그래서 내침 김에 아예 대학원에도 진학해서 무용 치료를 익히게 됐죠.”

현재 160cm, 47kg의 날씬한 몸매를 자랑하지만 “대학 다닐 때는 다소 통통한 편”이었다는 그녀. 무용을 하면서 물살 12kg을 감량하고, 비만이 기본 체질인 아버지ㆍ어머니ㆍ동생들의 살까지 모두 빼 버렸다고 한다.

인체에 카메라 앵글을 들이대듯 부위별로 나눠서 움직임을 관찰하면 비만의 원인을 찾을 수 있다는 게 그녀의 해석. 그래서 체질별로 알맞은 댄스를 처방하는 것이 다이어트 비결이란다. 현란한 음악에 맞춰 춤을 추다 보면 자신도 모르는 내면의 에너지를 발견하고 생동감을 얻는 것은 덤이라고….

댄스 다이어트 비디오가 출시된 직후 그녀는 많은 여성들로부터 e메일을 받았다. “미국에 계시는 한 여성 분은 친구가 구입해준 비디오를 보고 춤을 춘다며 잘 안 되는 동작에 대해 문의해 왔어요.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댄스의 효과를 알릴 수 있게 된 것 같아 기쁜 마음에 얼른 답장을 보냈답니다.”

이화여대 앞에서 남편 최형석(33ㆍ한의사)씨와 한의원을 운영하고 있는 그녀는 무용 치료실을 갖춘 한방 병원을 마련하는 게 꿈이다.

배현정 기자

입력시간 2003/05/21 14:51


배현정 hjba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