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는 세계여행-51] 둔황(敦煌)

광활한 대륙, 고비사막에 서다

예전 같으면 신장위구르자치주의 수도 우루무치에서 간쑤성 둔황으로 가는 여정은 그야말로 황천길이나 다름이 없었을 것이다. 투루판까지 112㎞, 하미까지 406㎞ 그리고 다시 둔황까지 420㎞ 등. 모두 938㎞에 이르는 대장정이다.

옛 실크로드의 발자취를 따라 이어진 오늘날의 고속도로를 따라 자동차로 쉬지 않고 달려도 꼬박 12시간을 달려야 하는 먼 길이다. 과거엔 풀 한 포기 없는 이 먼 사막길을 걸어서 지나야 했으니 그 고통은 이루 말로 표현할 수 없었을 것이다.

투루판을 벗어나 하미를 거처 싱싱샤(星星峽)를 지나면 간쑤성(甘肅省)으로 접어든다. 과거 서역으로 향하던 캐러밴 대상들이 이곳 싱싱샤에서 노숙을 하면서 곧 자신들에게 닥칠 고통스러운 사막생활에 대해 논의를 했다. 신장성과 간쑤성을 잇는 유일한 도로였기에 동서양을 오가는 이라면 누구나 한번은 들어야 하는 관문인 셈이다.

투루판을 정점으로 하미, 싱싱샤로 가는 길은 사람이 몸으로 느낄 수 없는 정도의 오르막을 달리게 된다. 투루판이 중국 내에서 해발고도(해발 18~150m정도)가 가장 낮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방 어디를 가든 조금씩 오르막을 올라야 한다.

둔황에 이를 때까지 차창 밖의 풍경은 달라지는 것이 없다. 끝없이 펼쳐지는 고비사막은 눈이 피곤할 정도로 지루하고 밋밋하다. 풀 한 포기, 나무 한 그루 없는 텅 빈 대지는 묵묵히 제자리를 지키고 있을 뿐이다. 그러나 밤이 되면 또 다른 대륙의 광활함을 느끼게 된다.

둔황으로 가던 길에 버스가 고장 나 사막 한가운데 멈춰 서게 되었다. 그때 한동안 멈춰 선 버스에서 내려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까만 밤하늘. 하늘엔 별천지가 펼쳐진다. 오염되지 않은 별빛, 넓은 하늘에 박힌 별들은 한번에 모두 다 볼 수가 없을 정도다. 인적도 불빛도 하나 없는 밤하늘에 지평선 끝까지 내려와 반짝이는 별빛은 순수를 잊고 사는 도시인들에게 경이로움으로 다가온다.


중국 실크로도의 보고, 둔황

둔황은 중국 실크로드에서 가장 소중한 보물과도 같다. 중국과 서역을 연결하는 교역의 거점으로서 영화를 누렸던 문화의 도시 둔황.

그러나 명대 이후 동서 교역로가 해로로 바뀌며 점차 그 지위를 잃어갔다. 그러다 20세기 접어들어 둔황의 마가오쿠(莫高窟) 가운데 제17굴에서 엄청난 양의 경전이 발견되면서 전 세계가 다시 한번 주목하게 되었다.

둔황은 도시로서의 기능보다도 관광지로서 더욱 화려하다. 둔황의 가옥들은 대부분 기와를 올리지 않은 채 흙벽으로 건물을 마감했다. 연간 강수량이 불과 40㎜ 정도로 비가 거의 오지 않아 건물의 지붕에 기와를 올리지 않아도 무방하다고 한다.

물론 이와 같은 건조한 날씨 덕분에 세계인이 주목하는 마가오쿠와 밍사산이 그대로 보존될 수 있었다. 유명한 관광지답게 베이징, 우루무치, 시안, 칭다오 등 대도시로부터 항공편으로 연결된다. 매년 60만 명 정도의 외국관광객이 찾는다.

대표적인 볼거리는 마가오쿠(莫高窟)와 밍사산(鳴沙山)이다. 마가오쿠는 중국 3대 석굴의 하나로 꼽히는 불교미술의 보고다. 관람은 가이드와 함께 하는 것이 원칙이며 석굴의 문을 열 수 있는 열쇠를 가이드가 가지고 있으며 석굴 하나하나의 문을 열어야만 안으로 들어갈 수 있다. 한국인 가이드로는 한족출신의 이신(李新, 35세)씨가 유일하다. 한국인 단체 관광객이 많을 때는 줄을 서서 기다려야 할 판이다.

마가오쿠는 둔황의 남동쪽으로 약 25㎞, 자동차로 약 30여분이면 닿을 수 있는 거리에 있다. 밍사산과 연결된 수직에 가까운 절벽에 약 1.8㎞에 걸쳐 조성된 석굴군이 바로 마가오쿠다.


마가오쿠와 밍사산

일명 천불동으로 불려지는 마가오쿠의 석굴은 약 1,000 여 개로 그 중 492개만이 발굴되어 있다. 일반인이 입장료를 사서 들어가 볼 수 있는 석굴은 약 198개 정도다

마가오쿠가 형성되기 시작한 것은 4세기 동진시대 부터다. 366년 승려인 낙준이 이곳에서 석굴을 조성하며 수도를 한 것이 그 시작이다. 그 후 14세기 원나라에 이르기까지 무려 1,000여 년에 걸쳐 석굴이 조성되었다.

마가오쿠에서 한국인이 주목하는 것은 한국의 역사와 깊은 관련이 있는 석굴이 있기 때문이다. 제17굴에서는 혜초의 왕오천축국전이 발견되었고 335굴에서는 신라시대 왕자와 조선 장고를 묘사한 벽화가 주목을 받는다. 또 237굴에서는 여러 왕자들의 벽화 속에 통일신라시대 화랑의 모습을 한 왕자를 볼 수 있어 신비로움을 불러일으킨다.

특히 왕오천축국전이 발견된 제17굴은 장경동이라 불리는데 송나라때까지의 경전이나 문서가 발견돼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그밖에 초기 석굴가운데 가장 중심적인 석굴인 428굴에서는 전라의 비천상을 만날 수 있고, 320굴에서는 완성도 높은 문양의 천정벽화를 구경할 수 있다. 이 천정벽화는 중국의 의류 등에 그대로 활용되기도 했다.

아쉽게도 마가오쿠 관광시에는 카메라나 비디오카메라 등 일체의 장비를 가지고 들어갈 수가 없다. 굳이 마가오쿠의 내용을 담고 싶으면 비디오나 도록을 구입해야 한다.

벽화의 내용은 초기에는 민간신화를 주제로 하고 있으며 그 후 불교가 전해지고서는 석가의 선행, 열반상 그리고 사후 극락세계를 묘사하고 있다. 벽이나 바위에 진흙을 바르고 그 위에 채색을 한 흔적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한편 세계 각 국의 국립대학에서는 이곳 석굴의 벽화와 문서를 해독, 연구하는 둔황학이 생겨날 정도로 그 미술사적, 문학적 연구가치가 높은 곳으로 알려져 있다.

밍사산은 마가오쿠와는 달리 모래사막을 체험할 수 있는 관광지다. 광대한 사막으로 입자가 고운 모래가 무늬를 그려 놓은 신비로운 광경이 끝없이 펼쳐진다. 밍사산은 고운 모래가 바람에 날려 줄줄 흘러내리는 소리가 산이 울고 있는 듯 하다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산정에서 바라보는 모습이 특히 아름답다. 뒤돌아보면 초승달 모양의 웨야취안(月牙泉)이 사막 한복판에 놓여 있는데 3,000년 이상 마른 적도 없고 모래에 파묻힌 적도 없다고 해 신비로움을 자아낸다.

과거 실크로드를 오가던 캐러밴들처럼 낙타에 몸을 싣고 밍사산을 오를 수도 있고 모래 썰매를 타며 유쾌한 시간을 보낼 수 있다. 다만 바람에 모래알이 날려 사람의 눈과 귀, 카메라 렌즈 등에 들어갈 수 있기 때문에 특별한 주의를 해야 한다.


<투루판 100배 즐기기> 서유기… 손오공과의 흥미로운 조우

타클라마칸 사막 북부에 위치한 투루판에서는 서유기와 얽힌 이야기들이 많다. 투루판에서 동쪽으로 자동차로 30여분 달리면 왼쪽으로 불에 타는 듯한 붉은 산이 보인다. 바로 서유기의 주무대였던 훼옌산(火焰山)이다.

불타는 화염에 길이 막혀 버린 삼장법사와 손오공 일행은 이곳에서 칠선공주와 그 남편 우마왕과 싸운다. 그들이 가지고 있는 파초선으로 부채질을 하지 않으면 불을 끌 수 없기 때문이었다. 힘겹게 그들을 물리친 일행은 파초선으로 불을 끄고 서역으로 길을 떠난다. 동서 100㎞, 폭 10㎞에 이르는 거대한 불모산은 햇볕을 받으면 더욱 붉게 빛을 내 신비로움을 자아낸다. 산 표면에는 나무 한 그루 자라지 않는다.

또 가오창(高昌)고성은 한때 번성을 이루었던 한나라의 역사를 찾아 볼 수 있다. 물론 서유기의 삼장법사와 관련이 있는데 삼장법사가 이곳을 지날 때 이 성의 왕이 극진히 대접하여 3개월간 머물면서 강의를 하기도 했다.

당시 삼장법사가 불법을 폈다는 벽돌 강당이 그대로 남아 있다. 사방 천장 모서리를 오목하게 만들어 강의를 하기에 용이하게 만들었다는 설이 지배적이다. 이 성은 499년 한나라의 국문태가 수립한 가오창(高昌)국의 고성이다. 동서로 약 1.4㎞, 남북 1.5㎞에 이르는 거대한 고성으로 당시의 번성함을 엿볼 수 있다.

가오창 고성에서 가까운 곳에 아스타나 고분묘가 조성되어 있다. 주로 가오창국(國) 시대의 귀족묘인데 약 600기 정도의 고분이 있다고. 그 중 3곳은 개방되어 있는데 꽃과 새가 그려진 벽화가 남아 있는 묘실과 유리 상자에 2기의 미라가 안치되어 있는 묘실 등을 관람할 수 있다. 기후가 극도로 건조하여 보존 상태가 좋은 편이다.

타클라마칸 사막 북부에 위치한 투루판의 건조한 사막 기후에서도 유난히 울창한 숲을 볼 수 있는 오아시스의 하나다.

이는 카레즈라는 지하수로를 활용한 지혜를 발휘했기 때문이다. 카레즈란 수분의 증발을 막기 위해 지하로 수로를 파서 용수를 공급받는 것. 멀리 텐산산맥의 물을 카레즈 수로를 통해 물을 끌어들이는데 그 총연장이 무려 5,000㎞에 이른다고 한다.



☞ 항공 : 우루무치에서 둔황까지 국내선을 이용하면 편리하다. 비수기에는 하루 1편만 운항하지만 여름철 관광시즌이 되면 하루 4차례 정도 운항한다. 소요시간은 약 1시간 30분 정도. 기내에서 발 아래로 펼쳐지는 텐산산맥을 볼 수 있는데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웅장하다.

☞ 여행상품 : 중국 남방항공 대리점인 우림여행에서는 다양한 실크로드 체험 상품을 판매한다. 02-771-8366

글·사진 전기환 여행작가

입력시간 2003/05/23 13:16


주간한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