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女 + 美] 自我와의 조우

■ 제목 : 팔을 교차한 채 앉아있는 금발의 인물 (Seated Blond Figure with Crossed Arms)
■ 작가 : 존 드 안드레아 (John de Andrea)
■ 종류 : 조각
■ 크기 : 152cm x 86cm x 93cm
■ 제작 : 1982
■ 소장 : 버래인 파운데이션, 미국 뉴 올리언즈
(Collection of the Virlaine Foundation, New Orleans)
할리우드 스타라면 누구나 할리우드 거리 위에 자신의 손과 발이 새겨진 부조를 남기길 원한다. 언젠가 국내에서도 명예 방송인상으로 수상자의 얼굴을 본뜬 석고상을 수여한 일이 있었다. 자신의 이름이 새겨진 트로피나 후원자 명단에 새겨진 금박 성명과 같이 상징화한 명예를 신체 일부가 대신하는 것이다.

유난히 초상화를 좋아하거나 자신의 사진을 여기저기 걸어놓는 행위는 나르시시즘을 내포하는데 과거 왕족과 귀족이 유명화가에게 완성시킨 초상화에도 부와 권위를 현시적으로 보이기 위한 자기애적 성향이 강했다.

미술세계에서 영원히 사라지지 않을 관심은 ‘인물’이다. 신화 속 뮤즈와 종교화의 아기 천사라 해도 여전히 인간의 형상을 하고 있다. 그러나 1950년대 후반 추상 회화의 진부함에 저항하여 최소한의 조형수단으로 예술의 본질만 표현하고자 했던 미니멀 아트가 회화의 환영을 거부하고 조각과 회화의 구분을 모호하게 하면서 작품에 등장하는 개성적 인물들은 사라져 갔다.

존 드 안드레아의 작품은 미국의 팝 아트적인 극사실주의로 볼 수 있지만 3차원의 창작물인 조각의 형식과 함께 강한 회화적 성향을 지니고 있다. 그의 작품들이 금방이라도 일어설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키는 것은 실제크기로써 정교하게 묘사된 피부 톤과 실제 머리카락을 이용했기 때문만은 아니다.

안드레아는 그의 가까운 주변 인물을 모델로 삼곤 했는데 어떠한 가식과 과장 없이 그가 늘 알고 있는 인물의 생각과 표정을 자연스럽게 표현했다. 실존하는 인물들을 대신하는 쌍둥이 인형들은 깊은 상념에 빠져있거나 너무나 여유로운 시간을 즐기는 듯 보여 실제 삶에서의 그녀들과 다르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 것이다.

나를 응시하지 않는 나를 볼 수 없고 내가 움직이는 순간의 몸을 만질 수 없는 것처럼 자신의 신체를 물리적으로 느끼기 어려운 상황 안에서 보통의 인물과 동일시된 형상 작품은 보지 못하고 느끼지 못하는 자신과의 우연하고도 매력적인 만남을 선사한다.

장지선 미술칼럼니스트

입력시간 2003/05/28 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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