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이 즐겁다] 인천 무의도

동북아 허브 공항으로의 임무를 부여 받고 문을 연 인천공항. 영종도와 용유도를 이어 만든 이 공항으로 인해 요즘 인천 앞 바다의 섬 모양이 천지개벽했다.

인천 연안부두에서 배를 타고 한 시간쯤 가야 닿을 수 있던 섬이 공항 가는 고속도로를 타면 서울에서 자동차로 한 시간이면 닿을 수 있고, 후줄근한 가게가 고작이던 섬 마을이 음식점과 카페로 불야성을 이룬다.

무의도도 인천공항의 개통 덕을 톡톡히 본 섬 가운데 하나다. 그 옛날, 안개 자욱한 바다를 헤쳐 나가면 한 마리 학이 춤을 추고 있는 모양을 하고 있는 섬이 있어 무의도(舞衣島)라 불렀다는 이 섬은 용유도 끝머리 잠진도 선착장에서 10분이면 갈 수 있다.


갯벌은 온통 조개밭

무의도는 쉽게 찾아갈 수 있다는 이점 말고도 때묻지 않은 자연이 있어 수도권 사람들의 쉼터 구실을 하고 있다. 갯벌 어디서고 조개를 캘 수 있고, 해안선을 따라 아름다운 해안 절벽이 늘어섰다. 그런가 하면 섬 가운데에는 국사봉과 호룡곡산이 솟아 있어 등산 마니아들도 빼놓지 않고 찾는다.

7월이면 해변으로 가는 길에 포도가 주렁주렁 달려 있고, 한적한 포구에서는 갯일에 여념이 없는 어부들의 삶이 정겹다.

또 무의도에서 지척인 실미도는 냉전시대 북파간첩 훈련지였던 곳이라 분단의 아픈 상처를 느낄 수 있다. 저녁 무렵이면 하나개 해수욕장을 물들이는 황금빛 노을은 서해의 외딴 섬에서만 만끽할 수 있는 아름다움이다. 하나개는 무의도를 대표하는 해수욕장이다. 2㎞에 달하는 해변은 수심이 얕아 한참을 걸어 들어가도 허리춤 밖에 물이 차질 않는다.

해변이 끝나는 곳에서부터 갯벌이 시작되어 물이 맑지 않아 조금은 실망할 수도 있다. 하지만 갯벌이 있어 다양한 놀거리도 많다. 물이 빠지면 저마다 호미 하나씩 들고 갯벌로 나가면 맘껏 조개를 캘 수 있다. 조개를 캐다 지치면 바닷물에 풍덩 빠져 더위를 쫓고, 잡은 조개는 시원하게 조갯국을 끓이거나 숯불에 구어 먹을 수도 있다.

아름다운 석양을 볼 수 있기로 유명한 하나개는 저녁 무렵 황금빛으로 물드는 노을을 봐야 제 맛이다. 해변에서 바라볼 수도 있고, 해수욕장 왼편으로 난 산책로를 따라가면서 바위턱에 걸터앉아 볼 수도 있다.

무의도 초입에서 오른쪽으로 고개 하나를 넘어가면 볼 수 있는 실미 해수욕장은 해수욕을 즐기기엔 하나개 보다 낫다. 고운 모랫벌도 좋고, 해변을 감싸고 돈 우람한 송림도 아름답다. 또한 썰물 때 물이 멀리 도망가도 해수풀장에서 맘놓고 수영을 즐길 수 있다.

실미 해수욕장에서는 썰물 때 실미도를 갔다 오는 재미가 있다. 썰물이 들면 3시간 정도 바다가 갈라지는데, 모래톱을 밟으며 실미도로 건너갈 수 있다. 실미도는 북파간첩 훈련지로 사용되어오다가 지금은 무인도로 남아 있다.


국사봉에 오르면 조망

무의도는 수영복은 두고 가도 등산화는 꼭 가져가라는 말이 있다. 그 만큼 산세가 빼어나다는 말이다. 하나개를 가운데 두고 마치 소의 두 뿔처럼 솟아 있는 국사봉(236m)과 호룡곡산(246m)은 200m를 겨우 넘는 작은 산이다. 하지만 바다에서 바로 솟은 산이라 제법 높아 보인다. 두 산 모두 정상까지 오르는데 1시간쯤 걸리는데, 이만 하면 충분히 땀을 흘릴 수 있다.

또한 밑에서 바라보면 평범한 산처럼 보이지만 막상 올라보면 사방에 바다가 펼쳐진 조망이 싱그럽기 그지없다. 시원한 땀 한바가지 흘리고 바로 바다로 뛰어들면 제 아무리 무더운 한여름이라도 무서울 게 없다.

호룡곡산은 하나개로 가는 구름다리에서 오를 수 있고, 국사봉은 구름다리와 실미 해수욕장에서 오를 수 있다. 등산로와 이정표도 잘 되어 있어 산행하기에 무리가 없다. 또 어디를 들머리로 잡아도 대충 1시간 정도면 정상에 설 수 있다.


▲ 길라잡이

무의도로 가려면 신공항 가는 고속도로를 이용한다. 영종도로 들어서서 신공항 종점에 다다르면 무의도로 나가는 길이 있다. 이 길로 나와서 용유도로 가는 해안도로를 따라 5분쯤 가면 왼편으로 무의도 가는 길이 보인다. 그 길을 따라 가면 잠진도 선착장에 닿게 된다. 선착장에서는 차도 실을 수 있는 배가 운항된다. 평소에는 1시간 간격으로 운항되지만 휴가철이나 주말에는 수시로 운행된다.


▲ 먹을거리와 숙박

하나개와 실미 해수욕장 모두 마을 주민들이 공동으로 관리를 한다. 특히 하나개는 방갈로와 숙박동이 많아 이용하기 편리하다. 해변에 늘어선 방갈로가 40여 개, 솔밭에 자리한 숙박동이 50여 개 된다. 화장실과 음수대도 갖춰져 있어 숙박하는데 불편함이 없다.(032-889-5588)

실미 해수욕장으로 넘어가는 고갯길에 있는 동양분재 민박(032-889-9319)은 전망좋은 통나무집이다. 분재로 조경을 한 이 집에서 민박을 하며 베란다에서 숯불구이를 즐길 수 있고, 향기가 좋은 허브차도 마실 수 있다. 하나개해수욕장 앞에 있는 해변하우스(032-889-6337)는 굴밥과 바지락칼국수를 잘 한다. 굴밥은 콩나물과 다진 김치 위에 굴을 얹어 밥을 지어 참기름간장에 비벼 먹는 맛이 일품이다.

입력시간 2003/05/28 1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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