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1년… 명과 암] 태극전사 이탈로 오빠부대 자취 감춰

한일월드컵을 계기로 잠시 활짝 핀 프로축구 K리그가 ‘원 위치’ 한데는 태극전사들의 ‘이탈’이 한몫 했다.

해외파 태극전사는 월드컵 당시에도 황선홍(가시와)과 최용수(이치하라) 박지성(교토) 윤정환(세레소)을 비롯한 일본 J리거와 유럽파인 안정환(페루자) 설기현(안더레흐트) 등 적지 않았다. 한일월드컵은 이 같은 해외 진출 열기에 기름을 끼얹는 결과를 낳았다.

이을용이 지난해 7월 26일 유럽진출 ‘월드컵 태극전사 1호’를 기록하며 터키 트라브존스포르와 계약을 맺은 지 보름도 지나지 않아 차두리(빌레펠트)와 송종국(페예노르트)이 유럽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이후 PSV아인트호벤 사령탑을 맡은 거스 히딩크 전 대표팀 감독이 ‘애제자’ 박지성과 이천수(울산) 등을 스카우트 할 것이라는 ‘소문’이 끊이지 않았고 실제 박지성은 아인트호벤 유니폼으로 갈아 입었다.

또 스페인과 이탈리아 잉글랜드 등 유럽의 빅리그도 태극전사에 ‘관심이 많다’는 설이 파다해지자 일부에선 “자신의 실력을 과대평가한 채 K리그는 징검다리 정도로 여겨 기량 쌓는 데 소홀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아무튼 터프가이 김남일(엑셀시오르)과 초롱이 이영표(아인트호벤) 등 ‘오빠부대’를 거느린 태극전사들이 K리그를 떠나면서 열성 소녀팬의 모습도 자취를 감추었다.

영원한 리베로 홍명보가 포항을 떠나 미국프로축구(MLS) LA갤럭시에 둥지를 튼 것도 K리그엔 크나 큰 손실이었다. 반면 ‘유입’은 유상철이 가시와에서 울산으로 복귀한 것 외에는 거의 없어 스타에 목마른 K리그를 안타깝게 했다.

김희태 전 명지대 감독은 “골수 축구팬을 빼고는 대부분 경기 내용보다 스타를 찾아 그라운드를 찾는 게 현실”이라며 “새로운 스타를 만들어내는 데 소홀했던 게 중흥의 기회를 놓친 주된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이와 함께 팬들을 경기장으로 끌어들이는 이벤트와 마케팅 개발에 게을리 하는 등‘아마추어’수준에 머물고 있는 프로구단의 운영 방식도 K리그의 인기를 식게 한 주범이라고 지적했다.

입력시간 2003/05/29 10:35


주간한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