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강운태 민주당 의원


"당 밖서 신당 만든 뒤 합당해야"
3단계 신당창당론 제시, 민주당 해체 반대

“원론적으로는 민주당의 이름으로 나온 후보가 대통령이 됐으니 5년간 가는 게 원칙이지만 현 정치권에 대한 국민불신이 너무 큰 상황인 점을 감안하면 국가발전을 선도해야 하는 정당이 출현해야 할 필요성이 있습니다. 그러나 밀실에서 몇몇 사람들이 모여 누구는 되고 누구는 안 된다는 식의 방법으로는 과거 3김 정치와 다를 바가 없습니다”

민주당 강운태 의원(초선ㆍ광주 남구)은 5월23일 주간한국과 가진 인터뷰에서 총론격인 신당 창당의 필요성에는 동의하나 방법론적인 측면에서 신 주류의 주장과는 다른 ‘제3의’ 견해를 내놓았다.

주간한국은 정치권의 핫이슈인 민주당 신당 창당문제와 관련, 신 주류 강경파인 이강래 의원(5월13일자 발매분ㆍ1972호)과 구 주류 장성원 의원(5월20일자 발매)과의 인터뷰를 통해 신 구 주류의 상반된 주장을 잇달아 게재했다.

이번에 만난 강 의원은 제3의 길을 강조하는 당내 중도파로, 인적청산 문제를 둘러싼 편가르기 행태가 아닌 대부분을 아우르는 통합 신당의 모습을 강조했다. 민주당 해체를 반대하는 부분은 구 주류의 주장과 맥이 닿아 있다.

“민주당이 무슨 대죄를 저질렀다고 해체한다는 겁니까. 국민 지지를 받아 대통령을 만들어낸 정당을 갑자기 무슨 이유로 없애야 하는 지 이해가 안 갑니다. 현실적으로 200만 당원들이 일거에 없어지고 두터운 지지층에도 균열이 생깁니다. 신당은 외부에서 개혁신당을 만든 뒤 현 민주당과 합당을 통해 새로운 제도와 시스템으로 개혁해 나가는 방향이 돼야 합니다.”

강 의원은 첫째 국민 참여를 이끌어 낼 수 있는 당 개혁의 이념 성격 구조 공천방법 등의 청사진을 제시하고, 둘째 당 밖에서 개혁세력 중심의 새로운 정당을 출범시킨 뒤 마지막으로 민주당과 합당을 하는 3단계 신당창당론을 제시했다.

전남 화순 출신의 강 의원은 서울대 외교학과를 나와 행정고시에 합격해 줄곧 내무부에 근무하다 YS정권에서 광주시장과 농수산부 내무부 장관 등을 역임했으며, 16대 총선에서 무소속으로 당선된 뒤 민주당에 입당했다.


“인적청산은 국민의 힘으로 해야”


- 신당 문제를 어떻게 보는가. “신 주류 측은 4ㆍ24 재ㆍ보선 참패에 따라 민주당이 사형선고를 받았다며 해체를 주장하지만 내 생각은 다르다. 한나라당이 후보가 좋아서 이긴 게 아니라 민주당이 후보 공천과정서부터 보여준 불협화음 때문에 졌다. 개혁정당과의 공조가 제대로 성립되지 않았고 당내에서도 대선 이후 공과를 놓고 다투는 모습만 보여주면서 지원을 충분히 못했다. 신당 창당은 필요하지만 재ㆍ보선 참패에서 신당의 당위성을 찾는 것에는 동의할 수 없다. ”


- 어떤 형태의 신당을 생각하는가. “통합의 원칙하에 새 정당을 위한 골격을 먼저 세운 뒤 여기에 부합하고 공감하는 사람들을 참여토록 하는 방법이 제시돼야 한다. 시작 논의도 하기 전에 ‘무조건 함께 다 가야 한다’ ‘누구누구는 안 된다’는 식은 둘 다 말이 안 된다. 개혁프로그램이 제시되면 당내의 개혁 인사들과 당 밖의 신진 인사들이 함께 새 정당을 만들고 최종적으로 기존 민주당과 합당하는 식이 돼야 한다. 그래야 당의 정통성을 확보하면서 통합과 개혁의 의미도 담을 수 있는 바람직한 신당의 모습이 가능하다”


- 신 주류 측에서는 특정 인사를 지목하는 등 인적청산을 강조하는데.

“(손을 내저으며) 인적청산은 국민의 힘으로 하는 것이지 몇 명의 인사들이 ‘이 사람은 된다 안 된다’는 식은 구시대적 발상이다. 그게 바로 그토록 청산하자고 주장하는 1인 보스식 3김 정치와 뭐가 다른가. 신당과 기존 민주당이 합당하면서 지구당 위원장 선정을 지역별 국민 경선이나 여론조사를 통해 국민이 직접 뽑도록 해야 한다. 그게 진정한 의미의 상향공천이 아닌가”


- 신 주류 측에서는 탈 호남 탈 지역구도 정책을 지지하고 있다.

“그것도 동의할 수 없다. 영남에서 지역주의 정치구도를 깨기 위한 탈 호남을 주장하는 것은 또 다른 지역주의 정치행태다. 여기에는 은근한 호남핍박의 뉘앙스가 담겨 있다. 영남에 가서 호남소외를 외치며 민심을 자극하는 것은 좁쌀정치나 다름없다”


- 신 구 주류 입장 차가 너무 커 분당위기로 치닫고 있는데.

“신 주류는 말로는 인적청산이 없다고는 하지만 여기저기서 딴 소리가 나온다. 구 주류도 말로만 개혁을 주장하는 것 같아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분당=필패’라는 것을 잘 알고 있고 그러면 역사의 죄인이 된다는 점도 잘 알고 있다. 아직 시간이 있으니 잘 될 것으로 믿는다”


- 신 주류는 5인방까지 거론하며 인적청산을 들고 나왔는데.

“자기 인기를 올리기 위해 한 말로 본다. 국회의원이 의원을, 정치인이 정치인을 재단하는 것은 국민이 용서치 않는다. 인적청산은 국민만이 할 수 있으며 그런 시스템을 만들어 가면 된다”


- 신 주류는 지구당위원장제 폐지와 상향식 공천안을 내놓고 있다. “(고개를 가로 저으며) 현실성이 없다. 고비용 구조를 없애자면서 오히려 더 돈이 많이 드는 방향으로 흐를 수 있다. 지역구 의원이 수시로 지역을 내려가는데 지구당이 없다면 결국 개인 사무실을 열어야 한다. 이것을 운영하기 위해 관리위원장을 두자고 하는 데 현실적으로 봉사하면서 일 할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지구당위원장에게 권력이 집중되는 문제만 제도적으로 보완한다면 되지 않는가”


- 개혁정당과의 합당문제는 어떻게 보는가.

“이념 중심의 정당출현도 이해가 가는 측면은 있으나 그 방향과 국민 바람과는 거리가 있다. 좀 생각해 봐야 한다”


-유시민 의원이 국민의례에 대해 파시즘으로 규정했는데.

“내 상식과 철학과는 맞지 않는다. 일체감을 위한 상징성은 어느 국가나 필요하다. 걸프전 이후 미국에 갔더니 성조기를 부착한 차량이 제법 많았다. 알고 보니 참전 군인의 가족 차량이었고, 이들에 대해 다른 차량들이 지나가면서 경적을 울리는 등 경의를 표하기도 했다. 애국심과 동질감의 발로 아닌가”


“국민 전체와 코드 맞다는 인식 중요”


- 노무현 대통령의 국정운영 평가는.

“제도를 갖고 국가를 경영해야 하고 그 제도를 제대로 운영하는 경영을 했어야 하는데 너무 정서적으로, 제도보다 마음으로 국정을 풀어나가려는 것이 아닌가 우려된다. 사회적 약자를 보호한다고 하지만 그것은 제도로 해야지, 말과 마음으로 하려다 보니 법과 맞지 않는 구석이 있다. 국가를 이끌면서 국민 전체와 코드가 맞다는 인식에서 출발해야지 그렇지 않으면 코드가 맞는 사람들 간의 공동체 밖에 안 되는 것 아닌가”


- 친미외교에 대한 논란이 많다.

“그간 언행과 안 맞는 부분은 있지만 이제 제대로 된 것이라고 본다. 한미공조를 강조하고 미국의 군사적 배치문제 등도 긍정평가를 할 수 있지만 북핵 문제에 있어서 미국의 경제지원과 북의 핵포기가 동시에 이뤄질 수 있는 동시타결 원칙이 제시되지 않아 아쉬움이 남는다”


- 화물연대파업과 한총련, 교육정보시스템 논란 등 사회불안요소가 많다. 책임총리제의 실종이 아닌가.

“국정시스템은 대통령이 가닥을 잡아나가야 한다. 국방 외교 안보 등 큰 틀은 대통령이 직접 챙기고, 사회 문화 교육 등은 총리에게 맡기고, 경제는 부총리가 전담하는 식의 시스템이 필요하다. 모두 직접 나서려고 해서야 되겠는가”

염영남 기자

입력시간 2003/06/02 14:25


염영남 libert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