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수 훤하게 삽시다] 셀레늄 이야기

발암물질 활성화 막고 암세포 성장 억제

암의 발생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는 여러 가지 영양소 중에서 셀레늄(selenium)이라는 물질이 있습니다.

최근 TV 광고를 보아도 셀레늄 성분이 포함된 다양한 상품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고 여러가지 비타민제나 건강보조식품에도 셀레늄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아직까지 많은 분들이 설레늄에 대해 잘 모르고 계시기 때문에 최근 대한암예방학회에서 발표된 내용을 중심으로 이 영양소에 대해 말씀드릴까 합니다.

셀레늄은 인체의 기능을 유지하는데 필요한 극미량 원소로 1817년 스웨덴의 화학자 베르첼리우스에 의해 처음 발견되었습니다. 특유의 빛깔 때문에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달의 여신의 이름을 따서 셀레늄이라고 부르게 되었지요.

그러나 셀레늄은 오랜 기간 사람들로부터 외면을 받아온 영양소입니다. 왜냐하면 20세기 중반까지만 해도 주로 셀레늄의 과잉섭취로 인한 독성과 발암성에 대한 보고들만 있었기 때문입니다. 1930년대에는 미국에서 방목하던 말과 소들의 털과 발굽이 빠지는 등의 셀레늄의 과잉섭취와 연관된 보고가 있었고 1940년대에는 가축에서 암을 발생시킨다는 보고도 있었습니다.


활성산소 제거해주는 항산화작용

그러나 최근 셀레늄이 동물과 인간의 여러 가지 질병을 막을 수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셀레늄에 대한 많은 연구가 진행이 되고 있습니다. 1975년에는 셀레늄이 인체의 노화를 촉진하는 활성산소를 중화할 수 있는 중요한 항산화효소인 글루타치온 페록시다제(glutathione peroxidase)의 활성 성분임이 밝혀졌습니다.

이 효소 이외에도 셀레늄은 인체내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여러 가지 단백질의 중요한 활성성분입니다. 셀레늄에 대한 초기연구는 주로 남성의 생식능력과 관련된 연구들이었습니다. 정자의 생성 및 구조유지에 셀레늄이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에 남성불임증에 이용되기도 합니다.

그러나 셀레늄의 대표적인 기능은 항산화작용입니다. 인체 내에서 노화를 촉진하는 활성산소를 제거해주는 기능이지요. 셀레늄의 항산화작용은 또 다른 항산화제로 알려진 비타민 E 보다 거의 2,000배 강한 효과를 냅니다. 지난 수 십년간 셀레늄은 비타민 E와 함께 근육 무력증이나 혈관질환의 치유를 도와주는 목적으로 사용되어 왔습니다.

셀레늄의 또 다른 기능은 항암작용입니다. 주로 전립선암, 대장암, 폐암, 간암, 유방암, 췌장암 등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어떤 특정 조직에 대한 항암 효과 보다는 여러 가지 발암물질의 활성화를 막고 암세포의 성장을 억제하면서 암세포의 자살을 유도하여 돌연변이가 된 암세포가 다음 세대로 전해지는 것을 막아주는 작용을 합니다.

1996년 미국 의학회지에는 60대 남성 1,300여명을 대상으로 매일 200㎍의 셀레늄을 복용시킨 후 암발생률을 조사한 연구결과가 발표되었습니다. 이 연구에서는 전립선암의 발생률이 63%, 대장암의 발생률은 58%, 폐암의 발생률은 46%씩 낮아진 것을 관찰할 수 있었고 이들 암 외에 다른 암의 발생률도 37% 가까이 감소되었습니다.

또한 셀레늄은 바이러스성 질병에도 효과가 있어 에이즈 바이러스나 간염 바이러스에 걸린 사람에서 질환의 진행을 늦춰줍니다. 실제로 간암을 대상으로 한 연구를 보면 중국의 한 지역에는 15% 이상의 성인이 B형 간염 항원을 가진 보균자인데 이 지역의 간암 발생률은 다른 지역의 200배 정도로 높습니다.

그런데 보균자 그룹 200명에게 매일 200㎍의 셀레늄을 4년간 복용시킨 결과 셀레늄을 복용한 그룹에서는 간암이 발생되지 않은 반면 복용시키지 않은 그룹에서는 7명의 간암환자가 발생하였습니다. 이외에도 셀레늄은 면역기능을 올려주고 체내에서 여러 가지 염증반응을 조절하는 등 다양한 기능을 가지고 있습니다.

현재까지 셀레늄의 결핍과 연관이 있을 것으로 알려진 질환으로는 고혈압, 당뇨병, 근육통증, 관절염, 용혈성빈혈, 악성빈혈, 알콜성 간경변, 각종 암, 에이즈, 남성불임, 아토피 피부염 등 다양합니다.

일반적으로 균형잡힌 식사를 하는 경우에는 셀레늄의 결핍이 문제가 되지 않지만 만성적으로 스트레스를 받거나 살충제, 중금속과 같은 환경오염물질에 노출이 되는 경우, 자외선의 조사량이 많아지는 경우에는 더 많은 양의 셀레늄이 필요합니다. 또한 45세 이후에는 셀레늄의 체내흡수가 줄어들어 요구량이 증가합니다.


육류ㆍ어패류가 셀레늄 공급원

셀레늄의 섭취량은 식품이 생산된 지역의 토양의 셀레늄 함량에 의해 결정되는데 전세계적으로 인구가 밀집되어 있는 지역은 대부분 토양의 셀레늄 함량이 낮습니다. 한국의 경우도 셀레늄 함량이 낮은 화강암이 전국토의 70%를 이루고 있어 국토의 대부분이 셀레늄 함량이 낮습니다.

특히 남부지방과 서부 평야지대의 토양은 다른 지역에 비해 셀레늄 함량이 더 낮은 것으로 조사되었습니다. 또한 반복되는 경작과 산성비의 영향으로 토양이 산성화되면 셀레늄이 불용성 형태로 바뀌게 됩니다.

셀레늄은 육류, 어패류, 도정되지 않은 곡물에 많이 포함되어 있는데 곡류의 경우 도정과정에서 셀레늄의 50~90%가 손실이 되므로 곡류보다는 육류나 어패류가 더 좋은 셀레늄 공급원입니다. 또한 셀레늄은 물에 잘 녹고 고열에서 휘발하는 성질이 있어 끓이거나 불에 굽는 조리 방법에서는 손실이 더 큽니다.

이렇게 셀레늄은 항산화, 항암, 항염, 항바이러스 작용 등 여러 가지 좋은 효과를 가지고 있어 자칫 만병통치약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과량 복용하는 경우 부작용의 위험이 있습니다. 셀레늄의 과다섭취는 ‘알칼리 병’과 같은 질환을 일으킵니다.

알칼리 병에 걸린 동물은 탈모, 관절이 굳어지는 증세, 무기력 등의 증세를 보이며 심한 경우 사망에 이를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셀레늄 제제를 복용할 때에는 반드시 주치의와 상의 후에 개개인의 식습관과 질병위험도 등을 고려해서 복용여부를 결정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에스더클리닉 여에스더 원장

입력시간 2003/06/03 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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