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 한국증시 속살 들여다보기


■ 투자의 세계에 NG는 없다
(김준형 지음/굿모닝북스 펴냄)

책 제목을 보면 ‘주식 이야기를 썼구나’라는 짐작이 든다. 지은이도 증권전문기자다. 주식에 관심이 있다면 몰라도 그렇지 않은 사람이라면 별로 눈길을 주지 않을 터이다. 듣도 보도 못한 용어만 가득하고, 글은 학위 논문처럼 딱딱할 테고. 공연히 골치 아플 일이 없지 않는가.

책의 부제라도 그럴 듯 하면 또 모르겠다. 이를테면 ‘벼락부자 되는 법’, ‘주식으로 떼돈 버는 비법’ 등등의 제목이 달려있다면 혹시나 하는 마음에 슬쩍 들춰보기라도 할 텐데.

그러나 이 책은 정직하다. ‘소설보다 더 재미있는 한국 증시의 숨겨진 이야기들’이라고 부제가 붙어 있는데, 이 문구가 참말이다. 진짜 소설보다 재미있다. 이야기를 재미있게 풀어내는 데 어찌 소설가를 당해낼 수 있겠는가. 그렇지만 예외없는 법칙은 없다고, 주식 이야기는 꼭 그렇지도 않은 모양이다.

이 책은 살아 꿈틀거리는 한국 증권시장의 생생한 기록이다. 지은이의 직업이 기자니 만큼 기록하는 것은 몸에 배었을 테이고, 또 직업이 기자니 그 기록들은 온전히 발로 뛰어 다닌 결과물이 될 수 밖에 없다. 다른 어떤 증권 관련 책 보다 많은 실존 인물이 실명으로 등장하는 데 이 또한 저널리스트의 기본 직분에 충실한 것으로 이해된다.

다행스럽게도 지은이는 ‘전문’이라는 수식어가 부끄럽지 않은 만큼의 경제지식도 갖고 있다. 때문에 그냥 ‘이야기’만으로 끝나지 않는다. 거대한 시장 메커니즘과 거기에 발을 담그고 있는 사람들의 숨겨진 사연들을 감칠맛나게 풀어내면서도 깊이있고 명료하게 증권 경제를 해설한다. 주식시장이 어떤 곳이고, 또 어떤 원리에 따라 움직이는지를 재치있는 비유를 섞어가며 설명한다.

이 책은 ‘머니투데이’에 ‘김준형의 스톡 톡스(Stock Talks)라는 이름으로 쓴 글들을 모은 것이다. 당연히 글을 쓴 시점과의 괴리가 있다. 이 점에 대해 지은이는 독자들에게 이해를 구하면서 나름대로 최선의 애프터 서비스를 했다.

‘그 뒤로…’라는 형식을 통해 당시에는 남기지 못했던 비하인드 스토리를 덧붙였고, 특별히 ‘애프터’가 필요치 않은 글 뒤에는 투자에 도움이 될 만한 국내외 사건이나 사례를 담아 ‘짧은 생각…’이라는 편지글을 썼다. 사족. 지은이가 거짓말을 한 게 있다. ‘짧은’ 생각이라고 했는데 읽고 나면 생각할 게 정말 많다.

최성욱 기자

입력시간 2003/06/03 14:41


최성욱 feelchoi@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