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가는 새 황제주에 열광했다


코스닥시장 웹젠 돌풍
매수대기물량 400만주 넘겨, "적정가 넘은 과열"우려

웹젠 돌풍은 거셌다. 5월 15일 마감한 웹젠 공모주 청약의 최종 경쟁률은 1,434.5대 1. 유입된 자금만도 3조3,051억원에 달했다. 공모가는 3만2,000원. 각 증권사가 전망한 적정 주가가 적게는 8만원에서 많게는 13만원에 달했으니 최소 며칠간의 상한가 랠리는 이미 예고된 것이었다.

5월23일 6만4,000원에 첫 거래가 시작된 후 10만원 벽을 돌파하는 데는 영업일 기준으로 불과 나흘이 걸렸을 뿐이었다. 물량을 잡는 것은 로또 복권 1등에 당첨되는 것 만큼이나 어려웠다. 장 개시와 함께 매일 400만주가 넘는 상한가 매수 대기 물량이 쌓였지만 실제 거래 물량은 며칠간 하루 1,000주를 넘지 않았다. 가뭄에 단 비를 기다리던 증권가는 ‘새로운 코스닥 황제주의 등장’에 열광했다.


리니지를 능가하는 온라인 게임 ‘뮤’

2000년 설립된 온라인 게임 개발 및 서비스 업체 웹젠은 업계 최초로 3D(3차원) 엔진을 이용해 제작된 3차원 온라인 롤플레잉 게임 ‘뮤(MU)’를 선보이며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뮤’는 대부분 판타지 온라인 게임의 배경이었던 중세 시대를 벗어나 5만년전 지금의 태평양에 위치했다고 알려진 ‘뮤’라는 대륙을 배경으로 한 게임. 천년의 역사를 자랑하던 뮤 제국이 종족들간의 세력 전쟁을 벌이던 중 부활한 전설의 악마를 몰아내기 위해 탐험에 나선다는 것이 게임 스토리다.

‘뮤’는 개발 8개월 만인 2001년 5월 베타(시험) 서비스를 시작했다. 결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폭발적이었다. 한 달 만에 회원수 15만명, 동시 접속자 수 1만명을 돌파했다. 서비스 개시 4개월 째에는 회원수가 100만명을 넘어섰다.

그 해 11월 유료 전환의 모험을 감행했지만 이미 거칠 것이 없었다. 1년 여만에 누적 회원은 380만명에 육박했고, 유료 회원수도 39만명에 달했다. 업계 안팎에서는 “엔씨소프트의 리니지 게임 이후 최고의 온라인 게임”이라는 극찬이 쏟아졌다.

‘뮤’의 성공은 웹젠의 탄탄한 실적으로 이어졌다. 지난해 287억원의 매출과 152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렸고, 올해는 두 배 가량의 실적 신장을 자신하고 있다. 실제 올 1분기에 130억원 매출과 77억원의 순이익을 기록, 지난해 실적의 절반 가량을 이미 달성했다. 특히 중국 대만 일본 태국 등으로의 해외 수출도 본격화하면서 로열티 수입만도 올해 100억원 이상에 달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웹젠 효과로 들뜬 코스닥

지난주 말(5월30일) 웹젠의 주가는 12만5,000원까지 치솟았다. 거래 첫날부터 6일 연속(영업일 기준) 가격 제한폭까지 상승했다. 웹젠의 시가 총액은 이날 기준으로 4,175억원으로 단숨에 코스닥 시가총액 상위 15위권에 이름을 올려놓았다.

탄탄한 실적과 함께 온라인 게임 시장 전반에 대한 기대가 크게 작용한 결과였다. 특히 국내 온라인게임 시장에서 리딩 컴퍼니 역할을 해온 엔씨소프트가 코스닥 대장주 역할을 톡톡히 해냈듯, 웹젠도 그에 버금가는 역할을 할 거란 기대가 높았다.

주변 환경도 웹젠의 황제 등극을 도왔다. 그간 발행시장이 코스닥의 장기 침체로 개점 휴업 상태에 놓이면서 탄탄한 수익 모델을 기반으로 높은 수익을 올리고 있는 회사의 출현에 투자자들이 열광한 것은 당연했다.

웹젠 IR팀 이병주 과장은 “거래 초기에는 단기 차익에 대한 기대감 때문에 적정 주가보다 더 탄력을 받는 것이 보통”이라며 “증권사들이 예측한 적정 주가가 8만~13만원이었기 때문에 어느 정도는 예상한 결과”라고 말했다.

웹젠 돌풍은 모처럼 활기를 찾은 코스닥 시장 전체에도 기름을 부었다. 웹젠 수혜주의 상승세는 거침 없었다. 2001년 자회사 등을 통해 웹젠 지분 17만주(4.86%)를 인수한 한솔창투는 웹젠 공모가 끝난 15일부터 9일(영업일 기준) 연속 상한가를 기록하며 1,400원 가량이던 주가를 한때 4,000원까지 끌어올렸다.

자회사 새롬벤처투자를 통해 웹젠 주식 13만7,663주(3.93%)를 사들인 새롬기술도 5월초 4,000원대에 머물던 주가가 한 때 1만2,000원까지 치솟기도 했다. 써니YNK 등 다른 게임주들이 덩달아 폭등하거나 연초부터 상승세를 거듭해온 NHN, 다음, 네오위즈 등 인터넷주들의 상승세가 계속된 것도 ‘웹젠 효과’의 하나였다.

웹젠의 성공에 고무돼 코스닥 시장에 문을 두드리는 업체들의 발길도 줄을 잇고 있다. 포털 업체인 지식발전소(엠파스)와 드림위즈를 비롯해 게임 업체인 CCR, 엠게임 등 10여개 업체가 등록예비심사 신청을 준비하고 있다.


웹젠의 앞날은?

하지만 웹젠의 앞날이 탄탄대로인 것만은 아니다. 전문가들은 웹젠의 ‘단일 게임 리스크’를 최대 아킬레스건으로 지적한다. 온라인 게임의 생명력이 갈수록 짧아지고 있는 현실에서 웹젠의 사업이 ‘뮤’ 한가지에 국한돼 있는 것은 향후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란 얘기다.

리니지 효과를 톡톡히 누렸던 엔씨소프트가 신작 게임 출시가 지연되면서 지난해 1분기 이후 매출이 추세적인 감소를 보이고 있는 것도 결국 단일 게임 리스크를 극복하지 못한 탓이라는 지적이다.

최근 인터넷주와 게임주 전반의 과열 현상에 대한 우려도 높다. 1999년과 2000년 초 닷컴 기업에 대한 ‘묻지마 투자’ 붐이 일면서 곧 버블이 붕괴됐던 상황이 재연될 수도 있다는 경고가 여기저기서 제기되고 있다.

실제 인터넷 대표주인 다음커뮤니케이션의 경우 시가 총액이 1조원을 넘어서 거래소 40위권인 삼성물산과 맞먹지만, 1분기 매출액은 삼성물산(1조9,373억원)의 1.5%인 282억원에 불과하다는 사실은 이 같은 우려를 뒷받침한다.

웹젠 효과를 톡톡히 누리며 최근 주가가 폭등한 한솔창투나 새롬기술의 경우에서도 거품의 징후는 감지된다. 실제 이들 회사가 웹젠 주가 상승에 따라 얻은 평가 이익은 기껏 100억~200억원 안팎. 하지만 새롬기술의 경우 최근 한달간 주가 상승으로 시가총액이 평가이익의 10배가 넘는 2,700억원 가량 불어났다.

동원증권 구찬근 연구원은 “웹젠의 경우 적정 주가를 넘어 지나치게 과열된 느낌이 짙다”며 “올해 실적과 성장성이 주목받는 것은 사실이지만 내년 이후에는 신작 게임 출시에 대한 부담감으로 매출이 급감할 수도 있는 만큼 투자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벤처 갑부된 웹젠 신화의 주인공
   

웹젠 신화의 1등 공신은 최대 주주이자 창립자인 이수영(38ㆍ여) 전 사장과 고졸 출신인 김남주(33) 현 사장이다. 웹젠 지분 15.29%를 보유한 이씨는 ‘발레리나 출신의 미혼녀’라는 꼬리표가 늘 따라 붙는 인물. 세종대 무용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뉴욕대에서 예술학 석사(MSA)를 취득하기도 했다.

2000년 4월 웹젠을 설립한 뒤 2년여간 사장을 맡아 오다 지난해 9월 김 사장에게 바통을 넘겼지만 최대 주주로 지분 평가액이 400억원이 넘는 ‘벤처 갑부’ 대열에 올라섰다. 지금은 ‘선영아 사랑해’라는 광고 카피로 유명한 여성 포털 사이트 마이클럽 사장직을 맡고 있다.

웹젠의 2대 주주(10.52%)인 김 사장 역시 웹젠의 창립 멤버다. “학창 시설 내내 미술을 제외한 나머지 과목에 관심이 없어서” 고등학교를 졸업하자 마자 바로 사회에 뛰어들었다. ‘뮤’의 개발에 혁혁한 공을 세운 그의 전공은 컴퓨터 그래픽. 창업 초기 그래픽 담당 개발 이사로 출발해 결국 최고 경영자의 자리에까지 올랐다.

이들 대주주 뿐 아니라 143명 웹젠 직원들도 ‘억대 부자’ 대열에 합류했다. 입사 6개월 이상 직원 모두 우리사주조합에 가입돼 있어 1인당 평균 1,400주의 회사 주식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 1년의 보호 예수 기간에 묶여있긴 하지만 공모가인 3만2,000원에 주식을 배정받은 것을 감안하면 대부분 직원이 현재 1억원 이상의 평가 차익을 남긴 셈이다.

 

이영태 기자

입력시간 2003/06/04 10:51


이영태 ytle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