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디오] 인간의 저항정신과 천재성

뻐꾸기 둥지 위로 날아간 새, 아마데우스

밀로스 포먼 감독은 체코슬로바키아의 뉴 웨이브를 대표했던 감독이다. 나치 수용소에서 부모를 잃고 어렵게 성장한 그는 1960년대 체코 사회를 비판하는 정치 풍자극으로 서방 세계에 이름을 알렸다. 칸 영화제에서 주목 받은 <소방수의 무도회>(1968) 이후 미국으로 망명했고, <탈의>(1971) 로 할리우드에 안착했다.

포먼의 이름이 우리에게 알려진 것은 <뻐꾸기 둥지 위로 날아간 새>(1975)와 <아마데데우스>(1984)로 아카데미 작품상을 받으면서 부터다. 아카데미 작품상 수상작에 대한 프리미엄으로, 국내에서도 두 작품은 비중 있게 소개되었고 흥행에서도 꽤 성공을 거두었다. 그러나 그의 다른 작품은 거의 국내 개봉이 이루어지지 못했다.

이전에 소개했던 뮤지컬 <헤어>(1979), 1906년의 미국을 배경으로 한 <래그타임>(1981), 라클로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발몽>(1989), 성인잡지 허슬러를 창간한 래리 플린트의 일대기인 <래리 플린트>(1996), <짐 캐리의 맨 온 더 문>(1999) 등이 포먼의 이후 연출작이다.

비평가 그룹과 대중 모두에게 사랑받은 아카데미 작품상 수상작 <뻐꾸기 둥지 위로 날아간 새 One Flew Over The Ccckoo'd Nest>(18세, 워너)와 <아마데우스 Amadeus>(전체, 워너)가 DVD로 새 단장되어 출시되었다. 전성기 포먼의 영화 세계와 DVD의 위력을 확인할 수 있는 타이틀이다.

<뻐꾸기->는 원작자에 대한 소개를 먼저 하지 않으면 안 된다. 2001년 11월에 세상을 떠난 소설가 켄 키지는 비트 제너레이션 세대를 대표하는 스타 작가였다. 1964년 ‘즐거운 장난꾼들’이라고 자칭하는 일단의 친구들과 함께 요란한 무늬와 그림을 그린 낡은 스쿨 버스를 타고 환각제 LSD에 취해 미국 전역을 돌았던 기행으로도 유명하다. 권위에 저항하는 작품과 행동으로 반문화 운동, 즉 히피 운동의 한 가운데 있었던 켄 키지의 대표 소설은 62년에 발표한 ‘뻐꾸기 둥지 위로 날아간 새’와 ‘때로는 위대한 생각’(1964)이다.

소설 ‘뻐꾸기-‘는 커크 더글라스에 의해 무대극으로 만들어졌고, 커크의 아들 마이클 더글라스가 영화 제작을 맡았다. 더글라스 부자와 포먼이 이 영화를 만들기까지의 기이한 인연은 메이킹 필름에 자세히 나와 있다.

또한 정신 병원이란 폐쇄 공간에서 자유를 갈망하는 인간 군상을 통해 인간의 규격화와 관리화가 급속히 진행된 1970년대를 진단했던, <뻐꾸기->에 대한 심도 있는 분석은 코멘터리에서 확인할 수 있다. 두 장의 디스크에 본 영화와 스페셜 피처를 충실하게 담은 점은 만족스럽지만, 이 영화로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받으며 최고 연기자로 군림한 잭 니콜슨의 인터뷰가 없어 아쉽다.

당시 출연진과 스태프가 이구동성으로 니콜슨의 연기를 칭찬하고 있어 더욱 그렇다. <뻐꾸기->는 작품, 남우주연 외에도 감독, 여우주연, 각색상을 받았다.

모차르트의 인생 후반 10년을 통해 천재와 범인, 교황과 황제 등의 보수 세력과 새로 일기 시작한 낭만과 자유의 물결까지를 대립적으로 담아낸 <아마데우스>는 스페셜 에디션으로 출시되었다. 합스부르크 왕가의 궁전과 의상, 무대의 화려함은 물론이고 모차르트 음악의 천재성을 확인할 수 있는 웅장한 사운드 덕분에 DVD 기기 시험용으로 활용해도 좋겠다.

또한 삭제 장면 20분이 추가되어 본 영화만 180분이다. 감독 코멘터리, 메이킹 필름도 지나칠 만큼 충실하다. 아카데미영화제에서 작품, 감독, 에이브라함의 남우주연, 각색, 미술, 사운드, 의상, 메이크 업상을 받았다.

옥선희 DVD칼럼니스트

입력시간 2003/06/04 1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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