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탐구] '캔'

"남자의 향기 '한 캔' 하시죠"

언제나 노래 속에 ‘남자의 진한 향기’를 물씬 풍기고 다니는 남성 듀오 ‘캔’이 4집 앨범을 들고 나타났다. 정규 앨범으론 3집 ‘내 생애 봄날은’ 이후 1년 6개월 만이다.

한국을 대표할 이렇다할 남성 듀오가 부재한 현실 속에서 누구보다 ‘남성다운’ 창법과 감성으로 두드러지는 활동을 보이는 ‘캔’은 그 인기를 증명이라도 하듯 벌써부터 꽉 찬 스케쥴표를 내보이며 정신없이 바빠했다.

“두고 보세요. 품귀현상 빚을 만 하다니까요?!”캔의 이번 4집 앨범 타이틀은 ‘Gray Market’ 이다. 품귀상품을 판매하는 시장이란 뜻을 담고 있는 타이틀은 그들이 이번 앨범에 가지고 있는 자신감을 말해주고 있었다.

“이번 앨범을 한 단어로 압축하면 ‘종합선물세트’ 라 할 수 있어요. 발라드나 댄스 한 장르에 치중한 게 아니라 디스코, 펑키, 트랜스 팝 등 다양한 장르를 맛깔나게 소화해 냈어요.”


음악의 참맛 모두 담은 종합선물세트

어린 시절 선물로 받은 ‘종합선물세트’ 하나가 주는 행복감은 얼마나 컸던가? 그 안에 들어있을 색색깔의 과자와 사탕, 초콜릿은 생각하기만 해도 세상을 다 얻은 듯한 뿌듯함을 안겨주었다.

캔은 이번 앨범 ‘Gray Market’이 그런 소박한 기쁨을 안겨 줄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요즘 살기가 참 힘들잖아요. 많이들 각박해지고, 또 조급해지고. 그런 부분들을 달래주고 싶었어요. 신경 써서 듣는 노래가 아닌, 듣고만 있어도 팽팽하게 당겨진 신경이 느슨해지는 걸 느낄 수 있는 편안한 노래가 되었으면 해요.” 캔은 이번 앨범에서 ‘캔’의 장점이 가장 잘 표현된 노래로 ‘남자의 진한 향기’라고 꼽았다.

남자의 감성이 물씬 묻어나는 노래라고. 사랑하는 여자를 위해 목숨을 바쳐도 후회 없다는 노랫말이 돋보이는 ‘남자의 진한 향기’는 노래 제목만큼 진한 ‘남자다움’을 표현하고 있다. 자신들이 생각하는 ‘캔’의 장점은 무엇일까?

“우리 입으로 직접 말하긴 쑥스럽지만, 섬세하면서도 터프한 남성다움이 잘 살아있다는 거죠. 그저 터프하기만한 남성다움이 아니라 섬세한 부드러움까지 겸비했다고 할까요?” (이종원)

“제가 거친 샤우트 창법으로 터프함을 표현한다면 종원 형의 미성은 여성들의 감성까지 자극하는 부드러움의 절정이죠. 그 두 가지가 어울려서 비로소 캔답다라는 말이 완성된다고 봐요.” (배기성)

그렇다면 서로에 대한 평가는 어떨까? 비단 노래뿐만 아니라 생활의 많은 부분을 함께 하는 듀오이다 보면 서로의 장단점이 한 눈에 파악될 터인데. “기성이가 노래하는 모습을 보면 정말 열정적이죠. 공연할 때 보면 한마디로 ‘신들린 사람’ 같아요. 무대 위에서 최선을 다하는 모습, 그게 바로 기성이의 장점이죠.

콘서트가 끝나고 대기실에 가면 기성이는 거의 탈진해서 드러눕게 되죠. 그럴 정도로 자신의 기를 다 쏟아 붓는 모습을 보면 동생이지만 참 대단한 것 같아요. 쇼 프로그램에서도 그래요. 어떤 상황, 어떤 순간이든지 늘 최선을 다하죠. 그런 모습들을 많은 분들이 예쁘게 봐 주시는 것 같아요.

단점이라면 그러면서도 늘 투덜댄다는 거죠. (웃음) 별명이 투덜이에요. 먹는 것 갖고 투덜투덜, 잠 깨운다고 투덜투덜. 하하하 더 말 안 해도 아시겠죠?” (이종원)

“종원이 형은 음악에 참 해박하죠. 또 섬세하기도 하고요. 샤우트라서 무조건 내 지르는 나와는 달리 한 음 한 음 짚어가는 노래들을 하는 종원 형의 미성에 반한 사람이 한 두 사람이 아니에요. 맛있게 노래할 줄 안다고 할까요? 단점이라면 그렇게 잘 하면서도 하기 싫어 한다는 것. (웃음) 종원이 형 별명은 이 안서예요. 왜 안서냐고요? 엉덩이가 무겁고 귀찮아서 안 서고 안 하려고 하니까. 하하하. 당하곤 못살지.” (배기성)


터프함과 부드러움의 조화

두 사람은 그러고 보면 참 다르다. 그들의 표현대로 터프함과 부드러움이라는 감성적 차이 이외에도 무대에 선 캔의 모습만 봐도 그들의 차이는 두드러진다. 내지르는 샤우트 창법의 배기성이 록 적인 요소를 많이 가졌다고 하면, 부드러운 미성의 이종원은 팝 적인 부분들이 돋보인다.

서로가 많은 부분 다른 만큼 음악적 견해차이도 있을 수 있으련만 두 사람은 서로가 다른 부분을 많이 포용하며 ‘캔’이라는 이름 아래에서 서로의 차이점을 감싸 녹여낸다. 이번 앨범에선 처음으로 각자의 솔로곡도 선보이고 있는데 이 역시, 서로의 차이점을 인정하고 함께 어우르기 위한 그들의 시도이다.

“좋아하는 뮤지션만 봐도 우리의 차이는 두드러지죠. 제가 조지 마이클을 좋아하는 반면에 기성이는 U2를 좋아해요. 하지만, 우리 둘 다 조용필 선배와 장혜진 선배를 존경하고 또 좋아하죠. 이런 모습들이 바로 캔인 것 같아요. 많은 부분 다르지만, 결국은 공유하는 모습들이.”(이종원)

이제는 두 사람의 서로 다른 부분이 같은 부분만큼 안정되고 편안하게 느껴진다는 캔. 그런 그들에겐 무엇보다 크게 공유하는 부분이 있다고 했다. 그래서 음악적 장르와 상관없이 언제까지고 ‘캔’이란 이름이 지속될 거라고. 음악적 지향점이 바로 그것이다.

“우린 대중가수잖아요. 대중음악을 하는 이들답게 보다 많은 이들에게 캔이란 이름으로 캔의 음악으로 사랑받고 싶다는 소망이 있습니다. 그 목표가 같은 이상 우리에게 견해차이란 그리 중요하지 않죠. 그리고 서로가 다른 만큼 함께 할 때 더 매력적이라고 생각해요. 한 사람의 매력보단 두 사람의 매력이 뭉칠 때 더 큰 효과를 낼 수 있는 것 아닐까요?”(이종원)

“많은 분들이 캔이라고 하면 ‘아 웃기는 애들’ 이라고 생각하시죠. 뭐 그런 오락적인 부분을 부정하는 건 아니에요. 그런 부분들 덕분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으니까. 하지만 좀 더 음악적인 면에 집중해 주셨으면 하는 바램이 있어요. 물론 많은 분들께 즐거움을 전해줄 수 있다는 것도 기쁘지만, 한국을 대표할 수 있는 듀오로 성장하고 싶습니다. 개그맨이 아닌 가수로 봐 주셨으면 해요!”(배기성)

김성주 연예리포터

입력시간 2003/06/05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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