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는 세계여행] 말레이시아 르당

유로피안을 매료시킨 자연을 닮은 휴양지
버자야 르당 비치 리조트(Berjaya Redang Beach Resort)

도시 생활의 속도감에 현기증이 일 때쯤이면 불쑥 일어나는 휴식에 대한 갈망, 손끝 하나 움직이지 않아도 될 호사스러운 접대를 누리고 싶을 때 우리는 조용한 바닷가의 휴양 섬을 떠올린다. 그 누구의 방해도 없는 편안한 휴식, 허영에 가까운 나의 욕구를 채워줄 휴양지가 어디 없을까.


숨겨진 섬 르당 아일랜드

말레이시아 동북쪽 해안의 르당 아일랜드는 여행을 즐겨 다니는 사람에게도 익숙하지 않은 휴양 섬이다. 여행자의 대부분은 유럽인들로 휴가를 보내기 위해 이 숨겨진 섬으로 찾아 든다. 동양에서는 소수의 일본 신혼부부 정도만 찾는 정도.

우선 르당까지의 행로부터가 수월하지가 않다. 콸라룸푸르에서 국내선 비행기로 갈아타고 40분의 비행 끝에 도착한 쿠알라 트랭가누(Kuala Terengganu).

이곳에서 다시 버스로 갈아타고 해안선을 따라 북쪽의 메랑(Merang)까지 한 시간을 달린다. 메랑 터미널에서는 하루 세 차례 르당으로 떠나는 페리(말레이시아에서는 이런 페리들을 제티라고 부른다)가 있다. 50분을 항해한 후 르당 터미널에 도착해 리조트 셔틀버스로 10분 가량을 이동해야 한다.

유럽인들의 기호에 맞춰 에어컨조차 설비되지 않은 버스에서 습기를 머금은 열대의 고온을 고스란히 체험하고 나서야 드디어 긴 여정은 끝이 난다.

이처럼 르당으로 가는 길은 호락호락하지 않다. 외딴 오지의 호젓함이나 비경을 찾아가는 흥미로움 따위를 떠올릴 틈을 주지 않을 정도로 여정은 상당한 인내력을 요구한다. 하지만 그곳에는 수없이 많은 사람들이 오래도록 머물면서 휴식을 취한다. 아니 필자가 보기엔 그냥 생활하는 것 같다.


르당의 소박한 멋

필리핀이나 몰디브 바다의 옥빛 투명함이나 정원과 개별 수영장이 딸린 호사스러운 리조트에 길들여졌다면 르당의 멋은 소박함에 가깝다. 바닥까지 투명하게 들여다보이는 바다는 무척이나 매력적이지만 세계 1위라고 하기엔 부족하다. 질감이 좋은 나무로 지어진 통나무집도 이젠 꽤 흔해, 낭만적이라고 표현하기에 조금 아쉽다.

하지만 불편한 교통편에도 불구하고 이 오지까지 찾아오는 유럽 사람들에게 르당은 분명 매력이 있다. 인위적인 요소를 최대한 배제한 리조트는 자연 그대로의 환경에 쉽게 매료되는 유럽 사람들의 취향에 잘 맞는다.

르당 리조트가 위치한 곳은 말레이시아 북동쪽 해안 르당 아일랜드다. 채러팅을 제외하면 말레이시아 동쪽 해안은 아직 우리에게는 익숙하지 않은 불모지와 같은 곳이다.

하지만 유러피안에게는 이미 지명도가 높다. 수심이 깊은 서쪽 해안과 달리 르당과 같은 동쪽 해안은 해안선 가까운 곳까지 물이 맑고 수심이 얕아 몇 걸음 걸어나가 그대로 바다를 체험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7㎞에 이르는 정글 트레킹 인기

타원형의 르당 섬은 여느 남국의 휴양 섬과 모양새가 다르지 않다. 가장자리로 고운 백사장이 펼쳐지고 중앙에는 진초록의 열대 숲이 우거져 있다. 걸어서 한 시간 반이면 가로지를 수 있는 아담한 규모의 섬으로 한쪽에는 아직도 조각배로 고기를 낚으며 생계를 이어가는 순박한 원주민들이 거주한다.

그 반대편이 바로 르당 리조트다. 정글이 시작되는 초입에 적당한 간격을 두고 말레이시아 건축 양식의 통나무 방갈로와 레스토랑, 바, 간이 오락실 등이 들어선 메인 건물이 자리잡고 있다. 복층으로 된 통나무 집 한 채마다 4개의 객실이 마련되어 있는데 TV, 전화, 미니바 정도만이 구비된 실내나 샤워 부스와 세면대가 단촐하게 갖춰진 욕실은 크게 내세울 것 없다.

다만 충실한 냉방시설이 주는 쾌적함은 열대 지방을 찾은 여행자의 마음을 편안하게 한다. 방 한쪽으로 마련된 작은 테라스에서 조망하는 바다는 청량음료처럼 상쾌하다.

스위트룸과 로얄 스위트룸을 포함한 152개의 객실이 오션 뷰와 마운틴 뷰로 나눠져 있다. 두 개의 큰 식당과 세 개의 라운지 바가 있고, 250석 규모의 컨벤션룸과 4개의 미팅룸도 마련되어 있다.

부대시설로는 테니스코트, 수영장, 비디오 게임룸, 당구장, 다이빙 센터 등이 있으며 리조트 내에 7㎞의 밀림이 있어 1시간 30분 정도에 걸친 정글 트레킹을 즐길 수 있다. 9홀의 골프장은 규모는 그다지 크지 않지만 바다에 접해 있어 샷을 날리는 기분이 기막히다.


도시의 때 남국의 태양에 살균

르당에서 꼭 해야 할 것은 바로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것’이다. 아무 것도 하지 않으면서 하루를 보낼 수 있는 곳이 바로 르당이기 때문. 햇빛에 적당히 데워진 바다에 몸을 담그고 있으면 색색의 열대어들이 가볍게 몸을 건드린다.

바닥까지 들여다보이는 투명한 물빛도 기분 좋다. 해수욕에 지치면 해변을 거닐어 보는 것도 괜찮다. 산호사 해변의 모래가 주는 감촉은 포근하다.

백사장 뒤쪽으로 경사가 완만한 모래에는 비치 파라솔과 선 베드의 행렬이 이어진다. 선 베드에 길게 누워 즐기는 일광욕은 어떨까. 도시에서 묻어온 눅눅한 찌꺼기들을 강렬한 남국의 햇살로 살균하는 거다. 일광욕이 아니면 뭐 어떠랴. 방금 따 온 야자수로 장식한 빛깔 고운 칵테일 한 잔을 곁들여 아무렇게나 휴식을 취한들 방해할 사람 하나 없으니.

낚시나 수상스키와 같은 요란한 레저활동을 기대한다면 다른 리조트를 알아보시라. 이 고요한 리조트는 바다를 훼손하는 레포츠를 철저히 배제한다. 대신 다이빙이나 투명 보트 투어, 산악 트레킹이 마련되어 있다. 다이빙은 뛰어내리는 높이와 난이도에 따라 초보자부터 베테랑까지 모든 수준의 체험자들을 만족시킨다.

특히 스쿠버다이빙은 국내에서 경험하기 어려운 레저이지만 이곳에서는 누구나 체계적인 교육을 통해 그 요령을 익힐 수 있다. 정해진 교육과정을 마치면 보다 수준 높은 전문 교육에 도전할 수도 있고 또 국제 자격증도 획득할 수 있다. 호흡기를 비롯한 오리발, 수경, 납 벨트, 공기통 등은 리조트에 모두 마련되어 있다.

물 속에서 호흡하는 방법, 몸을 가누는 방법, 간단한 수화 등에 관해 약 1~2시간 교육을 받고 수영장 또는 얕은 바다에서 체험다이빙을 경험하는 것이 그 시작이다. 비록 체험 수준의 다이빙이지만 바다 속에서 햇볕을 받아 반짝이는 산호초들의 모습과 그 주변을 맴도는 형형색색의 열대어들을 마음껏 감상할 수 있다.

투명 보트 투어는 한결 손쉬운 레저에 해당한다. 바닥이 투명한 유리로 된 보트에 올라 신비로운 바다 속 세상을 감상하는 것. 선상에서 물고기를 유인하기 위해 빵가루 같은 먹이를 뿌리기도 해 제법 많은 물고기들이 모여든다.

섬 반대편 능선에는 같은 버자야 리조트가 지은 9홀 짜리 골프장과 스파가 있다. 낮 시간에는 햇볕이 따갑기 때문에 골프를 즐기려거든 이른 아침이나 오후시간을 이용하는 것이 좋다.


입맛을 돋우는 열대음식

다양한 중국음식과 해물 요리, 말레이시아 전통 메뉴를 선보이는 전용 뷔페 레스토랑은 먹거리 풍부한 여행의 즐거움을 더한다.

말레이 음식은 우리 입맛에도 잘 맞는 것들이 많아 음식 걱정은 할 필요가 없다. 저녁이면 풀사이드에서 즉석 바베큐 요리가 마련된다. 치킨이나 쇠고기와 야채를 꼬치구이한 사테(Satay)는 단연 인기 메뉴. 사테의 풍미를 더하고 고소한 맛까지 주는 땅콩 소스에 찍어 먹는다.

또 한가지의 즐거움은 풍부한 열대과일. 신선하고 즙이 많아 깔끔한 디저트로, 혹은 간단한 스낵으로도 그만. 수박이나 멜론처럼 우리에게 익숙한 과일 외에 파파야, 잭프룻, 망고, 람부탄 등 열대에서만 나는 향긋한 과일을 마음껏 맛보자.


☞ 교통 인천에서 콸라룸푸르까지 간 다음, 국내선 비행기로 약 40분, 버스를 타고 1시간, 다시 페리를 타고 약 50분이면 르당 아일랜드에 닿는다.

☞ 기후 말레이시아는 일년 내내 여름만 있는 나라이다. 기온의 변화가 거의 없으며 고온다습하고 낮과 밤의 길이가 거의 같다. 평균기온, 강수량 모두 거의 변하지 않는다.

☞ 화폐 말레이시아의 화폐단위는 링깃(RM)이며, 1링깃은 약 350원. 1US=3.5RM. 말레이시아는 고정 환율제로 현지에서만 환전이 가능하다. 국내에서 US달러나 싱가포르 달러를 준비하고 공항, 은행, 환전소 등에서 바꿔 쓴 후, 쓰다 남은 링깃은 돌아오기 전 재환전 하는 것이 좋다. 말레이시아관광청 02-779-4422

☞ 복장 연중에 걸쳐 가볍고 시원한 평상복 차림이 좋다. 공식적인 모임의 경우에 남자는 넥타이에 정장차림이나 바틱(전통의상)으로 된 긴 남방을 입고 여자는 치마 정장을 입는 것이 예의다.

김숙현 여행작가

입력시간 2003/06/05 1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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