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두환 특검, 대북송금수사 끝내기 수순

"어느 선까지 발표를…" 고민, 특검도입엔 여전히 부정적

정권 핵심 인사들과 국정원, 그리고 현대 고위 관계자들의 공모에 의한 3자 합작품. 정상 회담과 현대의 경협 사업 추진이라는 두 가지 목적을 위해 이뤄진 ‘패키지 딜’. 2000년 6월 현대에 대한 산업은행의 4,000억원 대출 사건에 대해 송두환 특별검사팀은 이렇게 성격을 규정했다.

사건의 정치적 파장을 의식해 어쩌면 유일하게 내놓을 수 있는 답안지이기도 했다. 이런 결론과 함께 4월17일 서울 대치동 H빌딩에 사무실을 연 특검팀은 출범 50일을 넘기며 ‘끝내기 수순’에 들어갔다.

하지만 끝내기 한 수에 승패가 갈리는 법이다. 좀처럼 언론과의 접촉을 꺼리던 송 특검은 김윤규 현대아산 사장 등을 불구속 기소한 6월5일 저녁 특검 사무실 인근 맥주집에서 기자들과 모처럼 잔을 부딪혔다. 그리고 힘든 속내를 털어놓았다.

“이번 사건과 관련해 할 수 있는 수사를 모두 하는 것은 맞습니다. 문제는 발표를 어느 선까지 할 것인지 인데…. 그 부분이 가장 고민되는 군요.” 심지어 “정치권에서 누군가가 발표의 선을 결정해 준다면 좋겠다”고까지 했다.

원하지 않는 조직에 몸 담고 있을 때가 조직원으로서 가장 혼란스럽다고 했던가. 비록 특검이라는 중책을 맡았지만 정치권이 대북 송금사건 관련 특검을 도입한 것에 대해 그는 여전히 부정적이다.

“진정 어떤 것이 국익을 위하는 것인지, 과연 모든 진실은 밝혀져야 하는 것인지에 대해 확신이 서지 않는 탓”이다. 물론 그렇다고 수사를 소홀히 한 것은 아니다. 대외 창구를 맡고 있는 김종훈 특검보가 ‘조기 수사 마무리, 사법 처리 최소화’가 이번 특검팀 수사의 목표임을 누누이 밝혀온 것도 같은 맥락일 테다.

당초 계획대로라면 출범 70일이 되는 6월25일에 1차 수사가 마무리된다. 사건에 대한 수사는 대부분 끝났고 이제는 사람에 대한 처리 문제만 남았다.

박지원 당시 문화관광부장관이나 정몽헌 현대아산 이사회 회장의 사법처리 수위를 어떻게 할 것인지, 김대중 전 대통령에 대해서도 서면 조사 등의 절차를 밟아야 하는지 등등. 어찌 보면 선택만이 남은 셈일 수도 있다.

송 특검은 하루라도 빨리 변호사의 신분으로 되돌아 가고 싶어 한다. 우리나라 대표적인 인권 변호사로서 스스로 원하는 일을 할 수 있는 자유를 원하는 것이다. 이날 술 자리에서 한 기자가 이런 질문을 던졌다.

“개인적으로 변호사를 하다가 특검을 하면 경력에 큰 도움이 되지 않으시겠어요?” 하지만 그는 심적으로 큰 부담을 느끼고 있는 듯 했다. “많은 것은 기대하지 않아요. 성적으로 친다면 B학점 정도만 받을 수 있다면 좋겠는데. 그게 아니면 오히려 부담스러울 것 같아요.” 여태껏 살아 오면서 A학점 이하는 별로 받아 본 일도 없을 텐데 말이다.

이영태 기자

입력시간 2003/06/11 10:54


이영태 ytle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