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레우물 육아교실] "엄마, 동생이 없어졌으면 좋겠어요"

질투하는 형 다독이기… 형제는 동지이자 애정 경쟁자

‘두레 우물’ 이란 이름은 마을 한가운데 있으면서 누구나 함께 퍼서 쓸 수 있는 우물에서 따온 말입니다. 엄마들끼리의 고민과 경험담을 모아 아이를 키우는 엄마라면 누구나 공유할 수 있는 자료로 쓰자는 상담실의 취지를 담아 붙인 이름이랍니다.

앞으로 매주 연재될 ‘두레우물 육아상담실’을 통해 엄마와 아이들 모두 행복할 수 있는 품앗이 육아의 장이 마련되기를 바랍니다.- 편집자 주


형제는 둘도 없는 동지인가, 영원한 적인가?

한 아이를 낳아서 키우다가 둘째를 낳을 때 부모들은 이런 생각들을 할 것이다.

‘하나보다는 둘이 외롭지 않을테니까…’ ‘험한 세상 사는데 의지할 형제 하나쯤은 있어야지…’ 그런데, 의외로 많은 가정에서 서로 의지하고 힘이 되라고 낳아준 형제끼리 원수처럼 싸우고 질투하고 미워하는 모습을 보게 된다. 대립하는 두 아이의 사이에서 엄마가 중립을 지킨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다음은 주부닷컴 두레우물 육아상담실을 통해 접수된 사연 하나.

▶ 5살된 딸과 돌이 갓 지난 아들을 둔 직장 여성입니다. 첫아이는 친정엄마께서 키워주고 계시고 작은 아이는 손위 동서에게 맡기게 되어서, 큰 아이는 매주 집에 데리고 와 주말을 보내고 작은 아이는 보통 2주일에 한번씩 큰 아이를 데리고 가서 보고 오곤 합니다.

처음에는 별 문제가 없었는데 작은 아이가 기어다니기 시작하면서 큰 아이가 엄청난 질투를 하기 시작하더군요. 요즘은 작은 아이에게 다른 사람이 관심을 나타내면 동생과 그 사람을 모두 미워한답니다. 두달 후 직장을 그만두기로 예정돼있어 처음으로 두 아이와 한 집에서 씨름해야할 모습을 상상하면 한숨이 먼저 나오네요. ( ID : mangtee)


부모 편애가 형제 갈등 키운다

태어난 동생을 큰아이가 질투하는 경우다. 이런 질투는 왜 시작될까?

우선 큰아이의 마음을 들여다보면, 부모의 사랑도, 장난감도, 맛있는 음식도 동생만 없으면 혼자서 독차지할 수 있는 걸 동생과 나눠가지라고 하니 억울한 게 당연하다. 게다가 그런 억울함을 느끼는 아이에게 “너는 다 컸으니까 동생에게 양보해라”, “동생을 잘 돌봐라”는 책무까지 지워주니 기가 막힐 노릇이다.

부모넷(http://www.bumonet.or.kr/) 운영자 정희정씨는 “형제간의 갈등은 부모의 편애, 큰애와 작은애라는 서열순으로 아이의 역할을 결정지음으로 해서 생길 수 있다”고 말한다.

연세누리정신과 이호분 원장(소아정신과)도 “부모들이 큰애도 어리다는 걸 인정하는 게 중요하다. 동생이 태어남과 동시에 큰애를 어른 취급하는 데에서 큰아이의 스트레스가 시작된다”고 조언한다.

위의 사연에 대한 두레우물 엄마들의 의견으로는 “먼저 큰애와 엄마가 끈끈한 유대감을 가져야 할 것 같군요.잠잘 때도 큰아이 껴안고 주무세요. 또 둘째 아이 기저귀를 갈 때나 우유를 먹일 때 큰애가 할 수 있는 범위에서 도움을 요청하세요.”(ID : hanibaram), “가끔 만나는 동생인데도 질투를 하는 걸 보면 엄마의 사랑이 부족하다는 항변같은 게 아닐까요? 큰아이에게 충분히 엄마의 사랑을 느끼게 해주세요.”(ID : kmjkee) 등이 있었다. 우선 큰애의 마음을 이해하고 풀어주어야 큰애가 동생에 대해 닫힌 마음을 열 수 있다는 것.

두레우물 육아상담실에 올라온 또 하나의 사연은 형제간의 경쟁과 싸움 때문에 고민하는 엄마의 사연이였다.

▶ 5살, 6살 짜리 연년생 아들을 키우고 있는데요, 둘이 너무 싸워서 둘만 놓고 외출하기가 겁이 날 정도예요. 남자애들이라 싸웠다하면 치고 박고 뒹굴고 그래요.

근데, 동생이 주로 이기는 편이예요. 그걸 보고 있자면 저는 왠지 큰애 편이 되는 거 같아요.

더 어릴때는 둘이 다른 방에 들어가라고 벌을 주고 그랬는데 점점 저 혼자 남자 애 둘을 감당하기에 힘이 부쳐서 어떨 때는 소리지르다가 제가 울기도 해요. (ID : happyimom)


형 편에 서서 동생 타일러야

두 아이 다 자기 주장이 강한 나이이기 때문에 엄마의 잘못된 개입은 사태를 더 악화시킬 수도 있다. 이에 대해 엄마들은 “할머니집에 보낸다든지 해서 서로 떨어져 있는 시간을 줘보세요. 그럼 형제 아쉬운 것도 알게 되겠죠.”(ID : kmjkee), “저도 연년생으로 딸 둘을 키우고 있는데, 이럴 땐 언니를 따로 불러 자초지종을 묻고 스스로 해결해 보도록 유도합니다. 언니의 경우 엄마가 확실히 자기 편이다 생각하면 훨씬 부드러워지고 후해지고, 언니가 넉넉하게 굴면 갈등 상황은 쉽게 해결되죠. 중요한 건 엄마가 일단 위계질서를 잡아줘야 한다는 겁니다.”(ID : pupp3) 등이 있었다.

이호분 원장은 “동생이 형을 이기는 경우 형이 지나치게 주눅 들고 위축되어 매사에 자신감을 잃을 수 있다”며 “일반적으로는 부모가 아이들 싸움에 개입하지 않는 것이 좋으나, 정도가 심할 때는 형을 대접하도록 어느 정도 형의 편을 들어줄 필요가 있고,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고 말한다.

어릴 땐 어느 형제나 싸운다. 싸움은 서로의 마음에 지울 수 없는 상처를 남긴 채 영원히 원수로 만들기도 하지만, 때론 갈등을 해결하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엄마, 동생이 없어졌으면 좋겠어!”라고 말하는 아이에게 당신은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그런 말이 어딨어? 너 정말 못됐구나! 형이면 동생을 사랑해 줘야지!”라며 야단칠 것인가, “동생이 없어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구나? 왜 그런 생각이 들었지?”라며 아이의 마음을 한번 어루만져 줄 것인가?

열쇠는 당신의 손에 쥐어져 있다.



◆ 태어난 동생을 질투하는 아이에게 보여주세요!

피터의 의자 (에즈러 잭 키츠 그림/글, 이진영 옮김, 시공주니어)

자신이 어릴 때 쓰던 침대와 요람이 동생을 위해 분홍색으로 칠해진 걸 본 피터. 아직 칠하지 않은 식탁의자를 발견하고는 얼른 챙겨서 들고 간다. 그러나 그 식탁의자는 이제 피터가 앉기엔 너무 작다. “아빠, 아기의자를 분홍색으로 칠해줄래요.”라며 스스로 칠을 하는 피터의 이야기를 담은 그림책.


◆ 형제간의 싸움 때문에 고민하는 부모가 읽어보세요!

엄마는 왜 나만 갖고 그래 (어딜 페이버,일레인 마즐리시 공저, 서진영 옮김,아름드리)

형제간의 다툼 때문에 겪는 부모들의 고민과 상황에 따른 대처 방안들이 자세히 처방된 책. 부모들이 실수하기 쉬운 대응법과 올바른 대응방법이 만화로 비교되어 소개되는 등 실생활에서 바로 쓸 수 있는 내용들이 가득하다. 이 책의 내용을 실천하는 것만으로도 형제 간의 전쟁을 잠재우기에 충분할 듯하다.

박경아 자유기고가

입력시간 2003/06/12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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